수원법원종합청사 신축공사 과정에서 벌어진 대법원과 시공사의 중소기업에 대한 갑질은 시대 변화를 전혀 읽지 못하는 구시대적인 행태이며 적폐다.

시공업체가 구매해 감독의 승인을 받아 현장에 설치될 예정인 중소기업의 제품을 거둬내고 다른 제품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제품에 문제가 있어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대중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면 바꿀 수 있지만, 뚜렷한 이유없이 납품된 제품을 변경하는 것은 중소기업의 이익과 권리를 침해한 처사라 할 수 있다.

갑의 위치에 있을 법한 발주기관 감독자와 시공사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고, 해당 중소기업은 고스란히 피해를 감내해야 하는 갑질 문화는 반드시 근절되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이란 타이틀을 달고 사업을 한다는 것은 간 쓸개를 빼놓고 사업을 해야한다는 우수갯소리도 있다. 부당한 요구와 지시 또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 받는 불이익 때문에 중소기업 대표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사업을 접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소리도 들었다.

우리나라 경제가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은 특정 대기업 또는 품목 중심의 수출산업 때문이란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올해 무역의날 기념사에서 중소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수출을 통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며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이 수출에 보다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중소기업의 대부분이 대기업과 협력관계 속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상황에서 대기업과 발주기관의 갑질은 내수 중소기업은 물론 수출 중기가 성장하는데 발목을 잡는다.

우리나라도 전체 기업 수의 99%, 고용의 88%를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는데, 중소기업의 수익률이 떨어지다 보니 법인세 부담률은 10% 언저리다. 반대로 독일의 중소기업은 약 400만개로 전체 기업의 99%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이중 34만개 기업이 수출에 참여한다.

일자리의 71%를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으며 또 법인세의 55%를 중소기업이 내고 있다. 독일의 사례는 우리나라도 중소기업이 숫자는 많고 고용도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일을 하고 얻는 수익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홍종학 중소벤처부 장관은 취임하면서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을 제1과제로 꼽았다. 기술경쟁력이 대기업보다 열악한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을 지켜주겠다는 강한 의지다. 중소 벤처기업 육성은 일자리 창출과 가계소득 증대로 내수가 살아나는 선순환 경제성장 구조의 시작이라는 것이 정부의 기업정책 핵심이다. 이런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중소기업들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갑에 의한 착취, 부당대우를 하루빨리 근절해야 한다. 중소기업 육성을 통한 건전한 산업 생태계 구축은 우리 산업의 미래라고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