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개발업계의 오래된 농담 하나를 소개한다. 한 지질학자가 탐사 중인 광구에서 나쁜 소식 하나와 좋은 소식 하나를 가져왔다. 나쁜 소식은 석유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좋은 소식은 가스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천연가스는 수송을 위해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한 관계로, 과거에는 가스전 인근에 충분한 수요지가 없는 경우 개발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유전에서 석유와 함께 나온 수반가스(associated gas)는 유전에 재주입하거나 태워버리기 일쑤였다. 그러나 파이프라인의 확대와 LNG 기술의 개발은 천연가스의 경제성을 바꾸었고, 이제 천연가스는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개발되고 있다.

2017년 BP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에 의하면, 2016년말 추정 확인매장량 기준으로 전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은 6,588.8Tcf이다. 이란(1,183.0Tcf, 18.0%), 러시아(1,139.6Tcf, 17.3%), 카타르(858.1Tcf, 13.0%), 투르크메니스탄(617.3Tcf, 9.4%), 미국(307.7Tcf, 4.7%), 사우디 아라비아(297.6Tcf, 4.5%), 아랍에미리트(215.1Tcf, 3.3%), 베네수엘라(201.3Tcf, 3.1%) 순으로 매장량이 많다.

전통적으로 유가스전의 개발은 저류암(reservoir rock) 내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대상으로 했다. 퇴적 유기물이 지하의 높은 온도와 압력을 받아 탄화수소로 변하는 곳은 셰일 등 퇴적암으로 이루어진 근원암(source rock) 내이다. 이와 같이 생성된 탄화수소는 압력이 낮은 지표면을 향해 이동하다가 트랩(trap)을 만나 더 이상 이동하지 못하고 저류암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전통적인 석유가스 개발은 (i) 그 징후를 찾는 지표지질 조사, (ii) 그 부존가능성을 식별하기 위해 지하지질구조를 확인하는 탄성파 탐사, (iii) 그 부존을 확정하기 위한 탐사시추, (iv) 매장층의 가치를 확인하기 위한 평가시추, (v) 그 생산을 위한 개발시추와 같은 과정을 거친다. 시추기법의 발달과 해상 플랫폼의 개발에 따라 심해 유가스전의 탐사·개발도 가능해졌다. 그런데 2000년대에 이르러 미국에서 수평시추(horizontal drilling)와 수압파쇄(hydraulic fracturing) 기법이 발달하면서 근원암에 남아 있는 가스를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셰일가스이다. 셰일가스 혁명으로 인해 미국은 세계 5위의 천연가스 매장국으로 부상하였고 LNG 수출국이 될 수 있었다.

석유가스를 탐사·개발·생산하기 위해서는 그 소유자와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들 자원은 국유이므로, 자원보유국이 계약상대방이 된다. 양허계약(concession agreement) 또는 생산물분배계약(production sharing contract) 방식이 일반적이다. 양허계약 하에서 개발자는 자원보유국에게 생산량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지급해야 하는 데에 비해, 생산물분배계약 하에서 일정 생산량(cost petroleum)은 개발자가 그 비용을 회수할 수 있도록 개발자에게 분배하고 나머지 생산량(profit petroleum)은 자원보유국과 개발자에게 사전 합의된 비율에 따라 분배한다. 일례로 개발자의 누적비용 대비 누적수익 비율이 높아질수록 자원보유국의 분배비율이 높아지도록 한다(R-factor 방식). 자원보유국이 자원개발서비스만을 받고자 하는 경우에는 서비스계약이 체결된다. 한편 자원에 대한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미국에서는 개발자가 자원소유자와 리스계약을 체결한다.

자원보유국은 자원을 자국 수입확보 및 경제발전의 수단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자원민족주의 등장 이후 자원개발에 대한 국가의 직접적 통제를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자원을 국유화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반면에, 자원개발기업들은 수익극대화를 추구하면서도 포트폴리오 투자를 통해 자원개발사업의 위험을 분산하고자 한다.

석유가스 탐사개발사업은 대규모 자본을 필요로 하는 고위험 사업일 뿐만 아니라, 고도로 축적된 전문가의 기술역량을 필요로 하는 지식기반사업이다. 나아가 자원보유국을 비롯한 여러 당사자와 복잡다기한 계약을 체결하고 환경·안전·원주민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소하며 국유화 등 정치적·법적 위험으로부터 투자를 보호하기 위한 높은 수준의 프로젝트 관리 역량과 시스템도 필요로 한다.

과거 우리나라의 자원개발사업이 실패한 것은 축적된 전문가적 역량과 정비된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과도한 투자를 감행한 것이 중요 원인 중 하나였을 것이다. 이제 천연가스로의 에너지 대전환 시대를 앞두고 그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이 필연적으로 예견되는 상황에서 막연히 이를 두려워하고 기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역량을 쌓는 축적의 길로 나아간다면, 자원개발은 더 이상 재앙이 아니라 축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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