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여서 탈핵운동 동참”
원전 위험성과 재생에너지의 무한한 가능성 믿어

“의사이기 때문에 탈핵운동에 동참하게 됐습니다.”

대표적인 탈핵운동가로 잘 알려진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는 탈핵운동에 뛰어든 계기를 묻는 질문에 "의사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김 교수는 기준치 이하의 방사능은 안전하다는 원자력계의 주장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안전 기준치보다 낮은 방사능이라 하더라도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국민건강’을 위한다는 의사로서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탈핵운동에 나섰다고 전했다.

“경주 중저준위방폐장 건립반대운동이 실패로 돌아가 좌절하는 시기도 있었지만,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하면서 다시 마음을 다 잡았습니다. 경주 방폐장 부지는 암반이 좋지 않고, 지하수가 많은 곳입니다. 지금도 하루에 2000t 정도의 지하수를 퍼내고 있습니다. 중저준위방폐물은 300년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데, 방사능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300년간 정부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김 교수는 중저준위방폐장 문제를 끊임없이 지적했다. 또 경주 방폐장과 원전 등 원전시설의 안전성에 관한 내용 등을 알리는 데 앞장서왔다. 그는 지금까지 1000여회 넘게 ‘탈원전’을 주제로 한 대중 강연을 펼쳐왔다.

“아무래도 탈핵을 주장하는 시민단체의 초청을 받은 강연이 많아서 확산성에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효과가 전혀 없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활동하는 동안 반핵운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저는 그 분들에게 의학적 지식을 무기로 제공하고 있는 셈이라 약간은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의대 교수'이기 때문에 제가 한 말이 다 옳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과학적 근거들을 객관적으로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의 오랜 활동은 사회에 영향을 미쳐왔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영향을 많이 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김 교수의 주장이 숙고 없이 정책에 받아드려졌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탈원전 정책운동을 6년간 꾸준히 해왔습니다. 목소리가 멀리 전달되도록 노력했고, 문재인 후보 대선캠프에 참여해 정책제언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수십명의 에너지 정책 제안자 중 한 명이었습니다. 제 제안 중 받아들여진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저는 탈원전을 결정한 나라는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 신규원전 건설 금지, 전력수요관리, 재생에너지 확대 등 크게 네 가지 정책을 실천한다고 제안했고, 정책의 큰 틀에 반영됐습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공사 중인 원전의 건설중단 등은 내부토론을 거쳐 공약에 포함돼지 않았습니다.”

김 교수가 강연·정책제안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탈원전 운동을 벌이는 이유는 원전의 위험성과 재생에너지의 무한한 가능성 때문이다.

“원전은 만에 하나라도 사고가 나면 감당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합니다. 원전사고처럼 막심한 피해가 일어나는 사고의 확률은 ‘제로(0)’이어야 합니다. 그 방법은 ‘탈원전’뿐입니다. 또 선진국을 비롯한 전 세계적인 흐름을 보면 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40년 안에 재생에너지 100% 시대가 오리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거대한 변화를 선도해나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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