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보단 오랜 시간 기억되는 배우 되고파'

무대 위 배우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때로는 엄청난 에너지를 내뿜기도 하고, 때로는 관객의 눈시울을 물들여 눈물 바다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 역시 그렇다.

무대 위에서 아내에게 고함을 지르는 고집불통 남편을 연기하기도 하고, 낚시터 옆자리 노인에게 ‘세상의 짐’이라며 비난하는 젊은 은행원의 모습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그러나 막상 무대 밖에서 만난 그의 모습은 굉장히 낯설다. 조곤조곤한 말투와 상냥한 표현들, 무대 위에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은 분명 놀라웠다. 그러나 연기에 대한 질문에서는 굉장히 단호하고 강직한 어투로 신념을 보이기까지 했다.

캐릭터 속으로 빠져들 줄 아는 배우 이하준을 만났다.

“어릴 때만 해도 꿈이 가수였어요.”

혜화동 인근 카페에서 만난 이하준 배우는 “어릴 때부터 현진영이나 박남정, 서태지와 같은 가수의 무대를 보며, 나도 저런 인생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무대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는 것.

초등학교에 다니면서부터 무대 위 생활을 꿈꿨던 그는 지난 2000년부터 17여년의 시간을 배우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다. 다소 방향은 달랐지만 무대에 선다는 어릴 적 꿈을 이룬 셈이다.

지난 1998년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그는 남경읍 배우가 출연한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를 봤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통해 연기를 전달하는 영화나 TV와 달리 눈앞에서 모든 이야기가 전개되는 뮤지컬의 매력을 느끼게 됐다.

“처음에는 단순히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멋있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그런데 실제 뮤지컬을 눈앞에서 보고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됐죠. 관객들과 직접 마주하고, 감정과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실어 전달한다는 게 감동적이었어요.”

특히 같은 배역을 연기하더라도 배우마다 보여지는 캐릭터가 다르다는 점은 무대 연기의 가장 큰 매력이고, 그렇기 때문에 상대배우와 함께 서로의 배역을 이해하고 캐릭터를 맞추는 작업에 가장 몰두한다는 게 이 배우의 설명이다.

배우로의 삶을 정한 그는 이듬해인 2000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에서 앙상블로 데뷔했다. 이후 뮤지컬과 연극 등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연기를 펼친 그는 위성신 연출의 작품인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라는 창작뮤지컬 작품에 출연, 지난 17일부터 동양예술극장 3관에서 공연하고 있다.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는 20대와 30대, 40대, 50대,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창작 뮤지컬이에요. 여러 세대의 사연을 옴니버스식으로 전달해내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작품입니다. 이번 작품에서 저는 오랜 친구와 투닥거리는 노총각과 죽은 아내의 생일을 홀로 축하해주는 남편 역할을 맡았습니다. 새로운 배역이라는 옷을 입은 만큼 잘 소화해내야 한다는 부담이 크죠,”

이 배우는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를 통해 위성신 연출과 다섯 번째 작품을 함께 하게 된다. 지난 2011년 위성신 연출과 처음 연을 맺은 그는 ‘칼잡이’, ‘태백산맥’, ‘당신만이’, ‘락시터’ 등 다양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다.

“지난 2011년 위성신 연출님과 처음 만나서 벌써 5개째 작품을 같이 하고 있어요. 작품과 역할을 잘 맡아야 배우의 인생이 달라지는데, 위성신 연출님은 제게 그런 작품과 연출을 선사해주신 분이죠. 이번 작품은 위성신 연출님의 작품이기도 하지만, 과거 초연때와 비교할 때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는 등 한층 진화한 대본을 보며 꼭 참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동안 연기한 여러 캐릭터를 통해 대학로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갖춘 배우 이하준.

그는 스타가 되기 보다 오랜 시간 기억될 수 있는 배우를 목표로 그만의 연기를 완성해나가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 연극, 뮤지컬 등 형태를 가리지 않고 저를 필요로하는 작품이라면 가리지 않고 참가하고 싶어요. 스타가 되기보다는 나이가 들어서도 기억에 남는 배우가 되는 게 제 꿈입니다. 어쩌면 스타가 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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