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 위해선 법제화 급선무”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는 ‘발등의 불’이다. 이 문제는 그동안 정권마다 뜨거운 감자로 여기면서 미결과제로 남아있다.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자타공인 사용후핵연료 전문가로, 국가에너지위원회 갈등관리위원회 내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TF’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황 교수에게 사용후핵연료 문제의 해법에 대해 들어봤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제화가 급선무입니다.”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첫째도 법, 둘째도 법’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법안마련’이라는 첫 단추를 꿰어야 법에 따라 다음 절차로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용후핵연료에 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권고를 소개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사용후핵연료 처분문제는 초장기·고비용 사업이고 국민수용성을 중점으로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법으로 책임조직을 구성하고 수행일정을 정해 정부와 국회가 협조하면서 진행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우리는 국제원자력기구의 권고사항을 유념해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황 교수는 지난해 산업부가 발의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절차 및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법률안’에 주목했다. 이 정부 입법안을 토대로 법안 마련을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처분문제는 일찍 시작할수록 관리비용이 줄 뿐만 아니라 안전보장도 가능해집니다. 지난해 산업부가 발의한 방폐장법은 절차법이기 때문에 특별히 이해관계자들 간 이해상충이 없습니다. 정부가 책임지고 수행해야할 업무와 일정, 절차에 관한 내용이 골자입니다. 혹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개정발의 또는 의원입법을 통해 법안문제를 신속히 해결해야 합니다. 이는 원전운영의 계속여부와 무관한 사안이므로 진정성을 갖고 추진해야 합니다.”

그는 중저준위 방폐장의 부지선정과 건설·운영까지의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귀중하게 여겼다. 당시 참여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됐고, 주민수용성을 높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 시절,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과 중저준위방폐방을 한 부지에 유지하려던 계획을 변경하고 중저준위방폐장만 별도로 추진됐습니다. 경주 중저준위방폐장을 건설하기 위해 참여정부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정부, 원자력발전 사업자, 원자력학계 등이 국민수용성을 중시하는 정책의 필요성을 깨닫게 됐습니다.”

고준위방폐장을 건립하기 위해서도 주민수용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다만 이를 위해 보상금 등 인센티브 정책보다는 확고한 제도마련이 더 중요하다는 게 황 교수의 지론이다.

“사용후핵연료는 국민인식에서 중저준위방폐물과 차이가 있으므로, 보다 더 수용성을 중시해야 합니다. 수용성의 핵심은 안전에 대한 믿음입니다. 이는 법과 제도의 견고함에서 나옵니다. 고준위방폐장 부지선정·건설·운영 등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의무, 책임, 소명의식 등이 법을 토대로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인센티브 정책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보상차원을 넘어 지역과 상생 발전한다는 폭넓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주민수용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고준위방폐장 후보지로 오르내리는 지역에서 극심한 갈등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갈등을 줄이기 위해 사용후핵연료 관리사업의 참여자들이 전문성 확보에 힘써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부지선정에는 왕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책임, 비용, 일정 등에 관한 법안마련이 신뢰를 얻는 첫 계단입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는 인문, 사회, 자연과학, 공학 등 다양한 분야가 어우러져서 진행해야하는 사업입니다. 때문에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세기를 뛰어넘는 계획을 세워합니다. 부지확보, 건설, 운영 등 사업초기만 해도 최소 50년에서 100년까지 소요되는 계획입니다. 이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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