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

후쿠시마사고의 여파와 각국의 대기오염 배출규제 강화로 세계발전설비시장에서 신규 원전과 석탄화력의 투자계획은 과거대비 매년 줄어드는 반면 신재생에너지와 이를 보완해줄 기술로 가스복합발전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OECD산하 국제에너지기구의 세계에너지전망(2016)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세계각국에서 가동중인 발전소에서 석탄화력 비중은 31%, 원전 7%, 가스복합 26%, 신재생 11%이지만, 2040년에는 각각 22%, 5%, 24%, 30%로 변화할 전망이다. ‘석탄공화국’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을 제외한 2040년 세계발전설비의 비중은 석탄화력 16%, 원전 6%, 가스복합 31%, 신재생 28%로 전망된다.

석탄화력과 원전시장은 공급자는 많고 구매할 국가들이 별로 없는 전형적인 수요자시장(buyer’s market)으로, 특히 원전같은 경우는 덤핑가격은 물론 수요자가 원하는 조건들을 다 들어줘야 한다. 반면 가스복합시장은 공급자가 GE, 시멘스, 미쯔비시 3개사밖에 없지만 구매자는 많아 전형적인 공급자시장(seller’s market)이다. 안타깝게도 국내 발전설비산업은 원전과 석탄의 국산화에 치중해오면서 세계적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가스복합을 국산화하기엔 아직 갈길이 멀다. 다만 최근 두산중공업 등 국내 제조업계가 가스복합 국산화를 위해 미국 정비업체 인수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서 일본의 미쯔비시는 후발주자로서 어떻게 가스복합 국산화와 세계 메이져 공급자 반열에 뛰어들게 되었는지 시사점을 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도 2차대전 당시 독일의 기술을 도입해 제트엔진 전투기를 제작하는 등 관련지식을 일부 보유하고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시제품이었을 뿐 서구기술과는 거리가 멀었다. 2차대전이후 웨스팅하우스와 가스터빈 라이센스관계를 설정하고 기술습득을 하고 있었지만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성과는 그리 대단치 않았다. 그런데 1970년대부터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일본의 유명한 ‘4대공해소송’중 하나인 ‘요카이치 천식소송’에서 원고인 주민들이 승소(1972)하게 되면서 일본 화력발전소들에 대한 대기오염 배출규제가 세계최고수준으로 강화된 것이다. 1970년대말 도쿄나 도호쿠지역에서 신규 가스화력발전에 대해 지방자치체가 설정한 배출규제치는 10~15ppm으로 오늘날 국내 가스복합 배출규제기준과 유사한 수준이다. 당시까지 일본의 전력사들은 석유가격 인상으로 중유발전에서 석탄으로 연료전환을 시도하고 있었지만, 요카이치 판결 직후 당시 총 발전설비의 9%에 해당하는 석탄화력 8기가와트(GW)를 폐쇄하거나 설비를 변경해 가스화력발전으로 전환했다.

이를 계기로 미쯔비시는 이른바 저NOx 연소기를 개발해 석탄, 중유, 가스 스팀터빈 발전기의 NOx배출량 저감에 많은 실적을 쌓았다.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저NOx연소기 개발은 이후 현대적 의미의 가스복합발전이 등장하면서 빛을 발휘하게 된다. 1980년 도호쿠전력이 일본 최초의 가스복합발전 도입을 결정하는데, 당시 도호쿠지역의 NOx배출기준은 15ppm이었다. 문제는 당시까지 미쯔비시의 라이센서인 웨스팅하우스의 연소기로는 이 기준을 맞추기 어려웠다. 이에 미쯔비시와 도호쿠전력은 2년간의 공동개발과정을 통해 기존 스팀터빈에 적용해온 저NOx연소기 기술을 개선해 세계최초로 가스복합용 건식 저NOx 연소기의 상용화에 성공하게 된다. 이 연소기 기술은 가스복합발전이 세계적 추세로 굳혀진 1980년대 중반부터 대세로 자리매김했으며, 결국 GE, 시멘스, ABB 등도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 기술을 상용화했다.

물론 연소기기술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지만, 세계 최고수준으로 강화된 환경규제에 일본업계의 적응노력이 결국은 선발국가들을 추월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오늘날 국내 발전부문의 안전과 환경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전력업계는 국민들의 과도한 공포라고 무시하기 전에 자신의 기술적 노력이 충분했는지에 대해 겸허하게 자성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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