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영하로 떨어지면 배터리 효율 급감...봄,가을보다 운행거리 줄어

11월 들어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자 전기차 이용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전기차의 배터리 효율이 떨어지고, 주행거리가 급감하기 때문이다. 기온에 따라 다르지만 평소 주행거리 대비70%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에 탑재하는 리튬이온배터리는 기온이 떨어질수록 효율이 떨어진다. 한 겨울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다가 배터리가 방전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배터리는 화학물질로 이뤄진 만큼 외부 온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리튬이온배터리에는 양이온과 음이온이 있는데, 온도가 내려갈수록 움직임이 느려지고, 내부 저항이 증가하면서 성능이 떨어진다. 영하 10도에서는 배터리의 충전율이 30%나 감소하고, 영하 30도에서는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봄이나 가을에 비해 겨울철 주행거리가 급격히 떨어지는 탓에 전기차 이용자들의 불안감도 커진다. 충전소까지 거리가 아직 남아 있는 상황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주행거리가 더 빨리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효율 저하뿐 아니라 겨울에는 난방을 위한 히터도 주행거리 감소에 치명적이다. 히터는 전기차의 모터를 구동하는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만큼 배터리 소모를 앞당긴다. 일부 전기차 이용자들은 여름에는 에어컨을 켜지 않고, 겨울에는 히터를 켜지 않는 방식으로 주행거리를 유지하기도 한다.

실제로 전기차종별로 공개한 주행거리를 보면 평상시보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을 때 주행거리는 수십 km씩 감소한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상온(20~30도)에서 191km를 주행하지만 영하 7도에선 155km로 감소한다. 기아 쏘울 EV는 179.6km->154.2km, 르노삼성 SM3 Z.E.는 135km->83.5km, 닛산 리프는 132km->85.5km, BMW i3 94Ah는 208.2km->122.5km, 한국GM 볼트EV는 383.2km->266.3km, 테슬라 모델S90D는 378.5km->295.7km로 각각 줄어든다. 영하 7도 이하로 떨어질 경우엔 주행거리도 그만큼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내년부터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을 결정할 때 겨울철 주행거리를 포함시킨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저온에서 상온 주행거리의 70% 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전기자동차 보급 대상 평가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행정 예고한 상태다. 단 상온 1회 충전 주행거리가 200km 이상인 차량은 상온대비 60% 이상으로 기준을 완화했다.

환경부 개정안이 시행되면 전기차 제조사들은 상온 주행거리를 늘리거나, 저온에도 주행거리를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한 차량을 출시해야 한다. 전기차 이용자 입장에선 계절에 따라 전기차 주행거리가 오락가락 하는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