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전환 이후 전 직원 행복감 높아져”
빈부 격차 등 시장경제 문제점 해결 사회적경제 활성화가 대안
사회적기업 경영환경 유리하게 조성, 기존 업체 전환 늘었으면

“사회적 경제는 빈부격차, 일자리감소 등 자유시장경제가 낳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담은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전기계 최초의 사회적 기업을 일군 일렉콤의 이기현 대표는 지난 달 발표된 문재인 정부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의 의미를 두 가지 측면에서 꼽았다.

우선 신용보증기금에 사회적 경제 지원계정을 신설해 향후 5년 간 최대 5000억원까지 보증공급이 가능하도록 재정 등에서 지원키로 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면서 ‘취업하기 어려운 계층이 우리 사회에 많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고용하다보니 하루하루 생존을 걱정하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그 기업들에 공공조달시장의 사회적기업 판로확대 정책 같은 것은 ‘그림의 떡’ 같은 얘기입니다. 오히려 그런 기업은 기금 활용이 유용한 성장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 대표는 사회적 기업을 새롭게 시작하거나 처해 있는 환경이 어려운 기업들에 대한 보증지원 한도 및 보증대상 확대, 5000만원 이하 소액수의계약제도 신설 등 실질적 조치들은 사회적경제의 성장인프라를 확충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공공기관 경영평가 편람 개정, 300억원 이상 국가계약 시 사회적가치 반영, 사회적기업제품 우선구매 의무화, 물품·용역입찰 시 가점확대 등을 약속한 것은 기존 업체들의 사회적기업 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진일보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의무구매 비율에 따른 수혜, 또 공공기관 경영평가 개정에 따른 수혜, 300억원 이상 국가계약 시 사회적가치 반영에 다른 수혜 등은 사실 작은 사회적 기업이 누릴 순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 같은 기업들이 먼저 접할 가능성이 높죠. 정부가 이런 정책을 내놓은 것은 기존의 사회적기업 지원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는 기존 업체들을 늘리려는 목적도 있다고 봅니다. 사회적 기업을 위한 경영환경을 유리하게 조성해 사회적경제를 활성화하면 일자리도 창출하고, 혁신성장도 촉진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죠.”

지난 2013년 11월 예비 사회적기업에 이어 이듬해 3월 정식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은 일렉콤은 전기계를 포함한 전 업종을 통틀어 전례를 찾기 힘든 사례로 평가된다.

매출 200억원대의 기업을 사회로 환원하는 쉽지 않은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종교적 신념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각오가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겁니다. 살면서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관해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내 신념에 공감해 준 가족과 직원들에게 감사한 마음뿐이죠.”

2007년 1월 사회적기업육성법이 도입된 이후 2017년 9월 현재 사회적기업은 1814개.

사회적 기업은 ‘매년 배분 가능한 이윤이 발생하거나 청산시 이윤의 3분의 2이상을 사회적 목적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정관에 명시돼야 한다. 저소득자와 고령자,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근로자 대표가 경영에 참여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지닌 법인이다. 상속은 원천 배제되며, CEO의 임금도 정규직 직원의 7배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돼 있다.

“전 직원의 3분의 1 이상은 취약계층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일렉콤은 그 비율이 42%에 달합니다. 물론 이 직원들의 업무효율이나 생산성은 일반인에 비해 떨어집니다. 일반 직원들이 조금 더 열심히 해야 목표를 이룰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직원들 불만도 있었지만 ‘내가 조금 더 노력해 다 같이 먹고 산다’는 기쁨을 공유하자 불만은 행복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는 이솝우화에 나오는 ‘토끼와 거북이’를 언급하며 “원문은 부지런한 거북이가 자만에 빠진 토끼를 경주에서 이기는 내용이지만 현실에서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 토끼는 결코 질 수 없는 구조”라면서 “사회적기업은 계속 도태될 수밖에 없는 거북이를 토끼가 손을 잡고 함께 뛰어가 성취감을 맛보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사회적기업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내년 말까지 취약계층 고용비율을 50%로 높이고, 매주 1~2시간 레크레이션, 요가, 물리치료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현재 주 40시간 고용형태에 변화를 줘 주 30시간만 일하고, 줄어든 비용으로 더 많은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우리 회사가 잘 돼야 합니다. 우리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적기업의 성공을 위해서입니다.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기업이 아니라 기술개발을 통해 스스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한 기업으로 성장할 때 주변에서 바라보는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에 대한 인식도 좋아지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2020플랜’을 수립하고 배전반 신제품 뿐만 아니라 태양광, ESS 등 신재생에너지 시장진출을 모색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한 이후 오히려 회사도 성장하고, 전 직원의 행복도도 높아지고 있다며 환하게 웃는 이기현 대표. 사회적기업의 롤 모델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그의 각오에서 책임감과 함께 자신감까지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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