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750t씩 쌓여…임시저장소도 포화상태

이제는 ‘사용후핵연료’다 ①갈 곳 없는 ‘사용후핵연료’

②솔로몬의 지혜 있을까

③핵심은 ‘주민 수용성’

원자력 발전소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이르면 2020년부터 포화상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장 확보 등에 대한 대책은 아직 부족하다. 한시적 대안인 임시저장시설 건립도 인근 주민의 수용성이 낮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보유국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최종권고안에서도 시민참여단의 네 명 중 한명이 건설재개에 따른 보완책으로 ‘사용후핵연료 해결방안마련’을 꼽았다. 사용후핵연료 관리문제는 현 세대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사용후핵연료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사용 후 남은 핵연료다. 원자력 발전은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는데, 발전에 사용됐던 우라늄 연료 다발이 사용후핵연료다. 연탄을 태우고 나면 연탄재가 남는 것과 같은 원리다. 하지만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연탄재와 달리 사용후핵연료는 상당량의 열과 높은 방사성물질을 포함하는 고준위 방폐물이기 때문에 처리방법이 간단치 않다.

경수로 원전의 경우 발전을 위해 쓰이는 핵연료는 4년 정도 사용하면 새로운 연료로 바꿔야 한다. 중수로인 월성 1~4호기는 이보다 짧은 대략 9개월 주기로 새 연료로 대체한다. 해마다 750t 정도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는 각 원전 내에 임시저장 중이다. 하지만 원전 내 임시저장소는 말 그대로 임시방편일 뿐이다.

◆임시저장시설 포화임박…원전가동 중단 우려

2020년, 2024년, 2037년, 2038년.

각각 월성원전, 한빛원전과 고리원전, 한울원전, 신월성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소의 포화 예상시기이다. 이마저도 사용후핵연료의 보관간격을 40㎝에서 22~23㎝로 줄이는 조치와 각 호기 간 사용후핵연료 이송 등 보완책으로 시기를 최대한 늦춘 것이다. 원전찬반과 별개로 사용후핵연료를 시급히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월성원전의 경우 사용후핵연료를 습식저장시설에서 6년간 저장했다가, 온도를 낮춘 후 건식저장시설로 옮긴다. 건식저장소에서 자연냉각방식으로 열을 떨어뜨린 사용후핵연료는 영구보관장소인 방사성폐기물처리장에 최종적으로 매립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는 원전안전의 핵심인 방사성폐기물처분장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저장시설을 갖추지 못하면 전력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시저장시설조차 늘리지 못한다면 핵연료를 바꿀 수 없어 원전은 멈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자력계 한 관계자는 “우스갯소리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건립만 막아도 탈원전은 이뤄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부지선정과 건설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서둘러 사용후핵연료에 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 서둘러야

지난 박근혜 정부는 공론화조사위원회를 운영해 2028년 대상 부지를 선정한 뒤 중간저장시설은 2035년, 영구처분시설은 2053년에 가동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로드맵을 마련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재공론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의 신규원전 백지화, 노후원전 조기폐쇄 등 원전축소 정책에 따라 기본계획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산업부는 올해 말까지 2차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를 추진, 내년에 새로운 고준위방폐장 건립에 관한 로드맵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9월 백운규 산업부 장관도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를 방문해 “재공론화를 통해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등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원자력계는 사용후핵연료 문제의 시급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의 원전축소 정책으로 사용후핵연료 발생량만 줄었을 뿐 저장·수송·처분장 확보·처분 등 과정은 동일하고, 일정 또한 바뀔 이유가 없다고 지적한다.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시간이 늦춰질수록 안전확보를 위한 준비기간도 줄어들게 된다”며 “지난 정부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친 방폐장 건립 방침이 수립된 만큼 재공론화의 방향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잠들어 있는 고준위 방폐장법

현재 국회에는 두 개의 방폐장법이 계류 중이다. 지난해 11월 산업부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절차 및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법률안’과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중간저장시설 부지선정에 관한 법률안’이다.

두 법안에는 2028년까지 대상 부지를 선정해 2053년 완공한다는 내용과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을 확충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조기대선이 치러지면서 고준위 방폐장법은 긴 잠에 빠져있다.

문제는 입법이 늦어지는 만큼 사용후핵연료 해결도 지연된다는 것이다.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의 포화예상시기는 점점 다가오고 있는데, 정부의 대책은 지지부진하다.

송종순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현재는 국회 내에서도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각자 의견만 내놓은 상태”라며 “작년에 정부가 내놓은 절차법이 방폐장 건립의 뼈대가 되는 법이기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가급적 빠른 시일 내로 결론이 도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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