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 부는 늦가을, 아이돌 천하 가요계에 발라드 가수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특히 달콤하고 중저음의 소울 넘치는 남성 가수들이 대거 귀환한다.

먼저 '가요계 음유시인' 루시드폴이 스타트를 끊었다. 지난달 30일 정규 8집 앨범이자 첫 에세이집 '모든 삶은, 작고 크다'로 2년여 만에 컴백했다.

다음날 '발라드 왕자' 가수 성시경과 브라운아이즈 출신 윤건이 각각 싱글 '나의 밤 나의 너', 싱글 '우리 둘만 아는'를 발표하면서 바통을 이어받았다.

가수 성시경은 6년 만에 발표한 신곡으로 4개 음원차트(지니·올레뮤직·소리바다·벅스) 음원차트 1위(1일 오전 7시 기준)에 올랐다. 성시경 컴백은 드라마 OST를 제외하고 가수로서는 정규 7집 이후 6년 만이다.

특히 이번 신곡은 해외 작곡가와 처음 협업해 눈길을 끌었다. 주로 K팝 아이돌 가수들과 작업하며 많은 히트곡을 탄생시킨 알비 알버트슨의 트렌디한 멜로디가 이전의 성시경과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윤건의 신곡은 잔잔한 기타와 피아노 반주가 매력적인 '윤건표' 감성 발라드다. 윤건이 드라마 OST가 아닌 정식 음원을 발표하는 건 약 3년 만의 일이다.

여기에 윤건과 브라운아이즈로 한 팀을 이뤘던 나얼이 가세했다. 아직 나얼의 신곡 정식 발매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11월 컴백은 확정된 상황이다.

소속사 산타뮤직 측은 "나얼이 늦어도 11월 안에 새 앨범을 발표할 계획"이라며 "싱글을 먼저 공개하고 앨범을 추후에 낼지 여부 등 앨범 형식은 현재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나얼은 지난 2012년 솔로 앨범 '바람 기억', 2015년 싱글 '같은 시간 속의 너'로 가요계 차트를 휩쓴 만큼 아이돌 열풍을 종식시킬 유력 주자로 꼽히고 있다.

구체적인 컴백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감성 발라드 대표주자 김동률도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소속사 뮤직팜에 따르면 김동률은 지난 7월 영국 런던 에비로드스튜디오에서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녹음했으며, 배우 현빈이 김동률 새 앨범 타이틀곡 뮤직비디오 촬영을 지난달 22일 진행했다.

김동률이 2014년 10월 발표한 정규 6집 '동행'이 주요 음원 차트 1위를 휩쓸었던 만큼 새 앨범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실력과 인기를 겸비한 남자 발라드 가수들이 대거 활동을 예고하면서, 아이돌 그룹과의 선의의 경쟁도 불가피해졌다. 특히 댄스 음악에 다소 지쳐있던 팬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모바일 환경에서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화제가 되고, 음원도 잘 된다"며 "여러 세대가 걸쳐서 즐길 수 있는 노래가 마땅한 게 없다. 연령대에 관계없이 평범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가 필요한데, 발라드 같은 경우에는 기본적인 수요층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컴백한 윤종신 신곡 '너를 찾아서'가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하며 '좋니'에 이어 흥행에 성공했다"며 "이번에 대거 컴백하는 발라드 가수들이 음악적 갈증을 해소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가요계의 한 관계자는 "Mnet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이후에 아이돌 그룹이 엄청나게 많이 생겼다"며 "'프로듀스 101' 유사 프로그램들까지 생겨나다보니 사람들이 동일한 패턴에 지쳐가는 면이 있다. 아이돌, 서바이벌 중심의 가요계 판도가 한 번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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