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할 수 있겠나’ 불식위해 남보다 반 보 더 노력
국내 5호 최연소 기술사…에스비이엔씨 종합엔지니어링 회사로 키울 것

‘전기’는 딱딱하고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그래서인지 전기 분야에는 여성보단 남성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전기설계 분야도 마찬가지다. 따기 어렵다는 기술사의 경우는 더 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수복 건축전기설비 기술사는 여성으로서는 국내 5호이자, 전기 설계·감리업체 대표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그를 만나 기술사가 되기까지, 업계에 보기 드문 여성 엔지니어링 창업가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들어봤다.

“여자라고 무시당하거나 실력이 없다는 소리를 듣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더 악착같이 배우고, 일에 매달린 것 같아요. 남자들과의 경쟁은 저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었고, 늘 좋은 성과를 내려고 노력했습니다. 거쳐 왔던 회사에서 이러한 점을 높게 평가한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이수복 건축전기설비 기술사는 “학창시절부터 남자들이 득실한 환경에서 성장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경쟁의식이 형성된 것 같다”며 “항상 남보다 반 보 앞서자는 생각으로 일한 결과 승진도 빠른 편이었다”고 말했다.

1973년생인 그는 전기설계·감리 업계에서 보기 드문 여성 대표이자 기술사다.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한양대에서 석사를 취득한 후 최근 숭실대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끊임없이 배우려는 그의 학구열은 40대를 훌쩍 넘어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전기공학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중·고등학교 때 수학과 물리학에 흥미를 느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전기와의 첫 인연은 그렇게 시작된 것 같아요.”

1990년대 초반 여성 전기공학도는 드물었다고 했다. 어딜 가도 늘 홍일점이었다는 이 기술사는 첫 직장에서도 유일한 여성 신입직원이었다.

“졸업 후 갓 입사한 곳은 한 외국계 펌프회사였는데 동기들 중에서 저만 여자였어요. 남녀차별이 심한 곳이었죠. 혹독한 현실을 경험한 시기였습니다. 이곳에선 동등한 출발선에서 공정한 경쟁이 힘들다고 깨달았고 이직을 결심했죠.”

이후 건축전기설계회사에 입사하며 이 기술사는 전기설계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당시로선 캐드 경험자가 우대받던 터라 대학에서 배운 캐드가 업무에 적응하는데 무척 유용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캐드가 설계 분야에 확대·적용되던 시기라 기회가 많이 주어졌습니다. 하지만 IMF를 맞으면서 힘든 시기도 있었습니다. 직장 상사, 선배들이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나게 되면서 큰 프로젝트를 맡게 됐는데 이때 제 한계를 뛰어넘는 경험을 했죠.”

갓 대리 진급한 이 기술사는 팀장으로서 1700여 세대의 대단위 아파트 설계를 맡았다. 경험과 실력 면에서 모든 게 부족한 파격적인 인사였다. 당시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경영층의 신뢰로 시행착오 끝에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여자가 과연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시선이 많았죠. 일하면서 울기도 많이 했습니다. 실력만큼은 뒤처지기 않기 위해 매일 야근하고 주말에도 일했죠. 한 마디로 워커홀릭이었죠. 30대에 부장 타이틀을 따면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결코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한계를 느꼈죠. 그래서 도전한 게 기술사였습니다.”

3년 동안 일과 육아와 병행하면서 이 기술사는 2007년 건축전기설비 기술사시험에 합격했다. 당시 여성으로선 건축전기설비 분야 국내 5호이자 최연소 기술사였다. 그는 이어 소방기술사도 합격했다.

“공부하면서 김세동 두원공대 교수, 유상봉 송담대 교수 등으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일하면서도 인복은 많았던 것 같아요. 김성관 삼진일렉스 대표, 이준규 파워포인트이앤씨 대표 등은 조언도 많이 해주셨습니다. 감사를 전해야 할 분들이죠.”

2015년 이 기술사는 창업을 결심하기에 이른다. 에스비(SB)이엔씨. 이 기술사의 이름 첫 글자를 따서 회사명을 지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는 그는 “내 회사를 차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3명으로 시작한 에스비이엔씨는 현재 15명으로 제법 규모를 갖췄다”고 말했다.

이 기술사는 회사를 더욱 키워 종합엔지니어링 회사로 거듭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벤처기업 신청도 준비 중이다. 에너지 평가사이기도 한 그는 건축물의 에너지 절감과 친환경 요소에 관심이 많다.

“현재 조명설계 위주의 건축물 에너지 절감은 개선이 필요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친환경적이면서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신기술·신공법 설계가 많아요. 저가설계 대신 품질을 확보하며 다양한 기술적 시도를 하고 싶습니다. 기술 기반의 종합엔지니어링 회사로 커나갈 에스비이엔씨를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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