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은 18일 ‘9월 고용동향’을 통해 청년층 실업률이 9.2%로 전년 동월 대비 0.2%포인트(p) 하락했다고 밝혔다. 9.2% 포인트 보다 숨어 있는 숫자에 주목해야 하는데 취업준비생을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무려 22.5%에 이른다고 한다. 실업률 공포는 우리 경제의 먹구름으로 작용하고 있고, 실업률을 줄여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했으면 문재인 정부는 국정목표를 일자리 늘리기로 했다.

일자리는 그만큼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고 있는 국가경제를 움직이는 힘이 된다.

국가 못지않게 청년들도 일자리를 찾기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 대학 졸업도 미뤄가며, 스펙 쌓기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요즘 신입사원 면접을 보면 외국어 구사능력은 물론 다양한 사회경험까지 ‘저렇게 준비하면서 어떻게 대학 생활을 했을까’ 의심이 될 정도로 만능이 됐다. 그래도 본인들의 입맛에 맞는 직장을 구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런 발버둥의 희망을 송두리째 뭉게는 소식이 청년들은 물론 그 부모들의 가슴까지 후벼파고 있다. 지난 19일 열린 국회산업벤처위 국정감사에서 모든 국감 이슈를 집어삼킨 것이 강원랜드 채용비리 문제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2012년도와 2013년도의 최종 합격자 518명 모두가 청탁대상자였다는 사실이다. 당시 채용과정에서 2차 인·적성에서 청탁 대상자들이 다수 탈락할 상황이 되자 2차는 점수를 반영하지 말고 참고 자료로만 활용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고 한다.

전체 5286명이 지원해 약 10:1의 경쟁률을 보인 당시 채용에서 청탁 대상자 총 625명 중 518명이 최종합격한 것이다.

채용비리는 강원랜드 뿐만이 아니었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채용과정에서 국가정보원, 금감원, 내부 직원은 물론 VIP고객의 자녀 및 친인척 등 16명을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채용비리가 강원랜드나 우리은행 뿐일까하는 합리적 의심에 대해 누구도 ‘아니다’ 라고 대답을 못할 것이다.

채용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을 보면 소위 우리 사회에서 잘 나가는 정치인, 대기업 임원, 고위공무원 등 선택받은 1%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여기에 속하지 못하는 99%의 부모들의 허탈감을 어떻게 달랠 것이며, 지금도 도서관 한 구석에 앉아 공기업, 금융공기업 취업 준비를 하는 청년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산업은 고도화 됐지만 사회는 퇴보의 길을 걷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고려시대에서부터 조선시대까지 음서제도가 있었다. 과거시험을 보지않고 상류층 자손을 특별히 관리로 채용하는 제도로 혈통을 중시하는 신분제 사회에서 있을 법한 제도였다. 소위 기득권을 놓지않으려는 사람들이 지위를 자손대대로 계승하려는 욕구가 만들어낸 폐단이었다.

이런 폐단은 없어지지 않고 21세기 대한민국까지 이어졌다. 정부는 적폐청산을 말한다.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것인데, 이번에 밝혀진 인사비리 문제를 적폐 청산의 첫 번째로 놓고 발본색원 해야한다. 채용비리는 억울하게 탈락한 피해자는 물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입사해 묵묵히 일하는 사람까지 패자로 만들며 우리사회가 추구해온 가치인 공정한 사회에 대한 정확한 도전이다.

19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강원랜드의 채용 청탁 대상자 관리 명단에는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포함됐으며, 전 현직 임원, 고위공무원, 지역 유력인사 등 다수 포함됐지만 누구도 국민앞에 고개숙인 사람은 없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댈 수 있지만, 이들은 분명 양심이란 것은 없는 사람이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들에게는 어떤 온정도 베풀어선 안 될 것이다. 그래야 미래세대 청년들에게 또 노심초사 자식의 취업을 바라는 우리의 부모에게 다소나마 위안을 줄 수 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