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한국전기공사협회 건축전기설비위원회 위원장
김경미 한국전기공사협회 건축전기설비위원회 위원장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전공을 살려 평생의 일자리를 찾고 일부는 전공과 상관없는 분야에서 자신의 다른 가능성을 살려 직업을 삼는다. 나는 그 중 후자에 해당한다. 농생물학을 전공하고 전기를 열심히 하고 있는.

대학에 진학한 뒤 전공을 살려 좋은 직장에 취업하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게 부모님들의 바램 일 텐데, 나는 직장생활을 건너뛰고 바로 결혼과 육아로 직행하는 바람에 부모님의 기대에서 조금 벗어난 삶을 살았다.

남편과 두 아이가 있어 행복했지만 직장을 다니며 자신의 일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서 나도 뭔가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무렵, 남편은 전기공사기사 공부를 권유했다. 나는 그 미끼를 덥썩 물었고 기사학원에 등록을 하면서 전기계에 첫 발을 들여놓았다. 겨울방학 특강까지 들으며 6개월여의 공부 끝에 전기공사기사를 취득했고,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에 너무 기뻤다.

그로부터 3년 후, 회사로 날아온 기술사 강의 알림 소식에 도전정신이 발동했다. 국가기술자격 중 최고의 자격이라는 홍보와 기사취득 후 실무경력 4년의 경력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헤아려보니 필자도 내년이면 경력 4년이 되지 않던가. 기다리지 않고 바로 도전했으면 좋았을텐데 나는 1년을 꼬박 기다려 다음해에 기술사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기술사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얼마나 어려운 공부인지도 모르고 시작한, 아무것도 모르고 준비했던 용감한 도전이었다.

기술사 공부의 시작은 학원 강의실 첫 입장과 동시에 책상위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두께가 남다른 책들과의 만남부터다. 어떤 교재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순간의 놀라움은 지금도 잊지 못하겠다. 저렇게 많을 걸 다 봐야 한다니 그저 기사공부 정도로 생각했던 내겐 큰 충격이었다. 그 후 전주에서 광주로 매주 강의를 들으러 다녔고 도중에 전기과에 편입해 졸업장도 받아 들었다. 그렇게 4년 후에 건축전기설비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지금은 전기분야 시공, 설계 및 감리업무를 하고 있다.

건축전기설비기술사는 건축전기설비분야에 관한 전문지식과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계획, 설계, 시공, 감리, 기술지도 및 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건설회사, 설계·감리 전문회사, 발전사를 비롯한 전기관련 공사, 연구소 및 유관기관에 진출할 수 있다. 또 정년이후에도 얼마든지 재취업과 창업이 가능하여 그야말로 정년이 없이 일을 할 수 있다.

어떤 분야가 되었든 ‘기술자격’이라는 것 자체가 참 매력이 있다. 전공과 더불어 그 분야에 뛰어들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내겐 전기가 그렇다. 사실 나는 기술사를 취득하는 것과 동시에 마법처럼 ‘짠!’ 하고 뭔가가 되어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일 앞에 서니 무엇을 어찌해야 할 지 몰랐다. 기술자격 취득은 그 분야의 최초 출발선이었으니 당연했다. 그 출발선에서 공부하던 때가,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합격자 발표 날이 제일 행복했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을 열심히 그리고 행복하게 살자!’고 다짐한다. 우리가 준비하는 행복한 미래를 오늘로 만들어야 하니까.

많은 건설분야 직업군이 그렇듯 전기도 3D업종으로 분류되어 20~30대 젋은이들이 취업을 꺼려하는 직종이 되었다. 3D업종이라는 단어가 주는 편견이 적지 않지만 막상 들어와서 부딪혀보면 3D업종이 아닌 직업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직업인이 되어 하나하나 주어진 업무를 완수해 가면서 부딪혀 보는 것이다. 그렇게 나의 경험이 많아지면서 나에게 나의 이 직업은 더 이상 3D업종이 아닌 ‘나의 일’이 되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인생에 기회는 많이 주어진다. 그 기회를 잘 잡아서 좀 더 발전하는 우리가 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충실한 자세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지금에 충실할 때 하고픈 일도, 도전하고 싶은 일도 찾아낼 수 있으며 나에게 다가오는 기회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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