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올해 노벨경제학상의 영예는 행동경제학의 선구자로 정평이 나 있는 독일계 미국인 리처드 세일러 시카고 대학교 교수에게 돌아갔다.

행동경제학은 ‘완벽하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개인’을 전제로 하는 전통적 주류 경제학에서 설명하지 못하는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려는데서 출발한다.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이란 세일러 교수의 저서 제목은 행동경제학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나타내준다.

특히 세일러 교수는 ‘넛지(Nudge)’라는 개념을 강조한다. 넛지는 ‘팔꿈치로 슬쩍 옆구리를 찌른다’는 의미다. 세일러 교수는 이 단어를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란 뜻으로 풀이했다.

이와 관련, 그는 불완전한 인간의 속성에 따라 과도한 간섭이나 강요보다는 스스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다.

실제로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의 간섭이나 규제 등에 반감을 갖곤 한다. 인센티브를 준다고 하면 하기 싫은 일이라도 끝까지 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억만금을 가져다준대도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인간은 주류 경제학의 가정과 달리 인지능력의 한계로 항상 합리적 결정에 도달할 수 없고, 심리나 감정에 기반을 둔 행동이 많다.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넛지의 사례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남자화장실 소변기에 과녁이 그려진 스티커를 붙이는 것만으로도 청소가 쉬워졌다는 이야기부터 지하철역 계단에 피아노 그림을 그려넣거나 칼로리 감소, 수명 증가 등의 문구를 써 넣는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에스컬레이터 사용을 줄이는 효과 등도 다수 관찰된다.

전력·에너지 분야에서도 넛지의 사례가 있다. 대부분 에너지절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긴 하지만 기존 절전대책의 효과를 극대화하는데는 분명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소비전력이나 CO₂ 배출량을 시각적으로 표시해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1년 순환정전사태 이후 대형 건물 엘리베이터나 전광판 등에 하나 둘 설치되기 시작한 에너지 이용현황, 온실가스 배출 현황 등은 전력산업에서 넛지의 활용을 잘 보여준다.

에너지 절약 세대와 비교 수치를 보여준다거나 지금 즉시 시행할 수 있는 에너지절약 정보를 보여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특히 전력소비가 많은 고객일수록 사소한 행동변화에 의한 절감효과가 크기 때문에 전력당국에서도 넛지 활용 방안을 조금씩 검토하는 추세다.

세일러 교수는 그의 저서 넛지에서 “사람들에게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그들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늘 우리는 어떤 ‘넛지’와 마주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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