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면 양주 같다. 고급스러운 유선형 병에 담긴 황금빛 액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약재가 듬뿍 담긴 전통 증류주라는 생각을 품기 쉽지 않다. 프랑스어로 담양을 뜻하는 ‘타미앙스’라는 독특한 제품명도 이러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데 한몫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타미앙스는 담양에서 주조되는 전통주다. 담양은 신라부터 고려 초까지 추성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지역으로, 바로 이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양조장인 추성고을이 이 술의 주조장이다.

타미앙스의 주조 공정의 꽤 까다롭다. 3대 1 비율로 멥쌀과 찹쌀을 넣어 고두밥을 짓고, 이를 증류해 40도 소주를 만든다. 이후 구기자, 오미자, 산약 등의 10여 가지 한약재와 함께 한 번 더 숙성한 뒤 재차 증류한다.

담양의 명물인 대나무도 여지없이 등장한다. 숙성 과정에 사용될 뿐만 아니라, 증류한 술을 여과할 때도 대나무 숯이 사용된다. 개운한 뒷끝과 화한 목넘김의 비결이다.

타미앙스의 탄생엔 우여곡절도 많았다. 양대수 명인은 아버지의 유언을 받아 가업을 이었지만, 부친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양조기술을 제대로 전수받지 못했다. 약초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한 양 명인은 수차례 실패를 거듭했다. 이후 낮에는 직장인으로, 밤에는 전통주를 복원하는 주경야조(晝耕夜造)의 시간을 거친 뒤 오늘에 이르렀다.

타미앙스는 벨기에 몽드셀렉션·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류품평회 등 세계3대 주류품평회에서 2관왕을 차지하며 전통주계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1년에 오직 1000병만 생산되는 이 술은 전통주 현대화의 물결 속에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입안을 가득 채우는 오크향과 향긋한 약재향이 일품인 타미앙스와 궁합이 맞는 안주로는 옥돔구이가 첫손에 꼽힌다. 마침 낙엽이 지는 늦가을은 옥돔의 계절이기도 하다. 청명한 가을하늘을 풍경 삼아 타미앙스 한 잔의 여유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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