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마다 다른 조례, 허가기준으로 혼란 가중
참여적 의사결정, 갈등해소 해법으로 부상

지역수용성 문제가 여전히 신재생에너지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3020 정책을 추진하고, 신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는 지자체와 달리 일부 지자체는 차일피일 인허가를 미루거나, 심의를 지연하는 등 엇박자를 내고 있다.

◆까다로운 조례 넘어도…인허가 ‘산 넘어 산’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발전사업허가, 개발행위허가 등 지자체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3MW를 넘는 설비는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의 허가가 필요하지만, 그 이하는 지자체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와 관련, 일부 지자체는 난개발 방지, 환경보호, 주민불편 해소 등을 이유로 발전소 이격거리 제한 등을 조례로 명시하고 있다. 올해 7월 기준 발전소 건설 관련 조례를 운영하는 지자체는 78곳에 이른다. 이로 인해 200개 이상의 태양광발전 프로젝트가 보류되고 있는 상태다. 지자체마다 허가기준이나 조례에서 규정한 이격거리 등이 모두 달라 혼선을 빚는 일도 부지기수다.

조례에 명시돼 있지 않은 조건부 심의기준을 제시하는 지자체도 있다. 지역주민들과 각종 협의서류를 요구하거나, 지역 발전기금 납부를 종용하는 부조리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권장하고 있지만 현실은 법 따로, 조례 따로인 상황”이라며 “올바른 허가심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법,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민 대부분의 동의를 이끌어냈지만 지자체 심의과정에서 관련 내용이 누락되거나 왜곡돼 사업허가에 난항을 겪는 일도 있다.

최근 한 지자체는 개발행위허가 심의과정에서 주민 과반수가 동의한 태양광발전소 건설 예정지역 주변 마을의 동의서는 제외하고, 반대 비율이 높은 마을의 동의서만 심의 자료로 활용했다. 반대 비중이 높은 마을의 경우 발전소 부지로부터 1km 이상 떨어져 있어 태양광발전소 건설로 인한 피해가 명확하지 않아 논란이 더욱 커졌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발전소 주변지역 주민들과 협의를 통해 80% 이상의 동의를 이끌어냈는데, 막상 심의과정에서 동의서가 누락됐다고 해 깜짝 놀랐다”며 “의도적으로 개발행위허가를 무산시키기 위해 찬성 측 주민동의서는 빼고, 반대쪽 동의서만 제출했다고 판단하고 관련 공무원들을 직무유기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인 협의와 지원을 통해 받은 주민동의서가 아예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라며 “적어도 형평성 있고 합리적인 허가 심의가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안은 없을까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3020 목표 달성에 있어 지역수용성 확대가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관련 조례를 폐지하는 지자체에 대해 태양광 보급사업 등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법에 발전소 이격거리 기준 완화 등을 명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신재생에너지업계도 수용성 문제로 인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단편적이고 일회적인 금전적 보상 외에 해당 지역과의 유대를 강화하거나, 발전소 수익의 일부를 공유하는 경우도 있다.

에코전력(대표 이종희)의 경우 태양광 사업 추진 마을과 자매결연을 맺고 ▲마을주민 의사 반영 ▲발전소 제초작업시 마을 제초작업 병행 ▲3kW 주택용 태양광 설치 지원 ▲유지보수 인력 필요시 해당 마을 인원 우선 채용 등 적극적인 태도로 협력에 앞장서고 있다.

이종희 에코전력 대표는 “사업 착수 전부터 마을과 자매결연을 맺고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한다”며 “우리가 어떤 회사인지, 어떤 사업을 하는지 상세히 설명하고, 태양광 사업이 주민들의 삶에도 직‧간접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것을 소개함으로써 주민들의 불안과 걱정을 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참여적 의사결정을 통한 갈등해소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참여적 의사결정이란 정책이나 사업을 추진할 때 의사결정과정에 이해당사자나 전문가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의 참여를 통해 협의해 합의를 추구하는 의사결정방식을 말한다. 참여주체나 당사자의 대표성을 확인하고, 준비돼 있는 의사결정규칙에 따라 참여자 간 합의를 지향한다는 점, 정부나 사업자 입장가 주체가 아닌 공평하고 균형감 있는 논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사업설명회나 공청회 등과 성격이 다르다. 참여자 간 정보 격차를 줄이고, 합리적 토론을 진행하는 것도 특징이다. 공익사업의 경우 해당 사안 외에 다양한 갈등요소를 상의하고 처리함으로써 마을이나 지역 발전에 궁극적으로 기여하는 사례도 많다.

홍수정 서울시 갈등조정담당관은 “미리 판단하고 결정한 뒤 동의를 구하는 기존 방식보다는 이해당사자가 모두 모이는 자리를 만들고 대화를 진행, 대안은 모색하는 것이 갈등조정에 효과적”이라며 “계획을 상세히 알리고 주민들의 생각을 듣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한 뒤 관련 내용이 반영된 사안을 다시 공개하면 주민들의 인식도 훨씬 나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사업을 생각하면 주민과의 소통, 설득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고 하기도 어렵다”며 “사업을 못하면 가치가 0이지만, 설득의 과정을 통해 사업이 시작되면 30, 40이라도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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