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사업 무관심 속 방치, 참여기업에 몇 년째 희망고문

이전 정부가 추진한 ‘에너지신산업’ 중 일부 사업이 사실상 방치 상태에 놓였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사업은 챙기고, 반대로 가망이 없는 사업은 정리하는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신산업의 일환으로 추진해 온 친환경에너지자립섬 구축사업, 에너지 프로슈머, 소규모 전력중개시장 등이 수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각각 국내 전력시장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의도로 야심차게 첫 발을 뗐지만 제도적 한계와 경제성 부족으로 인해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불과 1년전만 해도 에너지신산업을 추진해 온 산업부도 잦은 인사이동과 정권교체의 영향 때문에 수수방관하고 있다.

에너지신산업은 지난 2015년 변화 위기 대응차원에서 추진한 대표적인 에너지 정책이다. 초기 시장을 창출하고, 민간 기업을 육성해 미래 에너지 산업의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등장했다.

그러나 대표적인 에너지신산업 중 하나인 친환경에너지자립섬 사업은 수년째 잠정 중단 상태다. 그동안 산업부, 한전, 민간기업이 참여해 실제 사업을 추진하려 했지만 단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사업에 뛰어든 참여기업들은 희망고문이나 다름 없다고 표현한다.

자립섬 사업의 가장 큰 원인은 경제성 분석 실패에 있다. 도서지역에 신재생에너지, ESS를 구축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참여기업들은 2015년 사업자 선정 당시 경제성이 충분하다고 계획서를 제출했다. 당시만 해도 국제 유가가 60달러였기 때문에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사업자 선정 직후 유가가 급락하면서 경제성은 급격히 악화됐다.

이대로라면 민간 기업 입장에선 손해를 감수하고 에너지자립섬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참여 기업들은 산업부에 경제성을 고려한 지원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산업부는 한전과 참여기업들이 해결할 문제이지 추가적인 정책지원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누진제 완화 효과를 내세워 탄생한 에너지프로슈머는 지난해 12월 누진제 개편 이후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누진구간이 3단계로 축소되고부턴 에너지프로슈머로 참여해도 누진단계를 한 단계 낮추는 게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누진구간이 6단계일땐 에너지프로슈머로 참여해 누진단계를 한 단계 낮출 수 있었지만 3단계로 축소되고부턴 한 단계 낮추는 게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에너지프로슈머 출범 당시 1조5000억원 규모 시장이 만들어지고, 120만 가구가 참여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몇몇 사업을 제외하곤 참여자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누진제, 전기요금제를 개편하거나 별도의 인센티브를 마련하지 않는 이상 에너지프로슈머를 활성화시키는 건 요원하다.

시작도 못해본 소규모 전력중개시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다. 소규모 전력중개시장은 이든스토리, 벽산파워, 포스코에너지, 한화에너지, 탑솔라, KT 등이 지난해 12월 시범사업자로 선정됐지만 시장 운영을 위한 법안이 국회에 계류되면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번 정부가 에너지 전환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다시 논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업 내용이 달라지거나 시간이 지연될 순 있지만 어찌됐든 추진은 하지 않겠냐는 게 업계 의견이다.

에너지자립섬, 소규모 전력중개시장 등에 참여하는 기업의 관계자는 “지금은 아무도 이 사업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어 공중에 붕 떠있는 상태”라며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지, 계속 해야 하는지 정부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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