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업계 "바뀐 기준 소급 적용 재공고 특정기업 봐주기 위한 것"
한전, "지나친 입찰참가 자격 제한 지적…법 테두리 내서 개정"

한전이 지방중소기업 특별지원지역 내 입주기업에 대한 직접생산기준을 임차공장도 가능토록 개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당장 19일로 예정된 스마트미터 입찰에 바뀐 직생기준이 적용될 것으로 보여 참여 업체들간 형평성 문제도 우려되고 있다.

한전은 ‘중소기업진흥에 따른 법률’에 따라 2015년부터 지방 산업단지 활성화를 위한 ‘지방중소기업 특별지원지역 우선구매’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나주혁신산업단지 등 전국 9개 산단에 입주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제한경쟁 입찰을 진행, 변압기, 전력량계 등 15개 품목을 연간 최대 20%까지 구매하고 있다. 입주기업이 우선구매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산단 내에 공장을 직접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한전은 지난 7월말 1600억원에 이르는 스마트미터 구매공고를 내면서 이 같은 직생기준을 명시, 전체 물량의 20%를 특별지원지역 기업에 할당했다. 하지만 8월말 갑작스럽게 자가공장이 아닌 ‘임차공장’도 우선구매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이후 바뀐 기준을 적용해 재공고를 냈다.

개정된 기준에 따라 임차공장을 운영하고 있던 목포대양산단의 A기업이 입찰에 참여하게 되자 기존에 거액의 투자비를 들여 산단에 부지를 매입하고, 공장을 설립한 기업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일각에선 한전이 바뀐 기준을 소급 적용해 재공고까지 낸 것은 특정기업을 봐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기존 직생기준에 의하면 A기업은 입찰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A기업이 다른 입주기업 7곳과 함께 조합을 구성해 입찰에 참가함으로써 공동낙찰을 받게 될 것이 확실시되자 이번 논란은 특혜시비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스마트미터 업계 관계자는 “입찰 참가자격의 중요한 잣대가 되는 직생기준을 사전 예고도 없이 급하게 변경한 이유가 궁금하다”며 “더구나 스마트미터 입찰이 진행되는 기간에 기준을 바꿔 특정업체가 혜택을 얻는 결과가 발생한 점에 대해 한전은 해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개정된 직생기준은 이미 선투자에 나선 입주기업들을 역차별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나주혁신산단의 한 입주기업 대표는 “한전의 적극적인 유치로 대부분의 기업들은 최소 20억원 이상을 투자해 이곳에 생산시설을 구축했지만 직생개정으로 굳이 자가 공장을 운영할 이유가 없어졌다. 애당초 강화된 직생기준을 적용한 게 잘못”이라며 “앞으로 입주할 기업들도 공장을 빌려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으니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전은 직생기준을 ‘임차공장’으로 완화한 것은 현재 다른 법률에 따라 운영되는 ‘중소기업중앙회의 직접생산기준’과 형평성을 맞추고, 기업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한전 관계자는 “당초 자사의 기준이 중앙회 직생기준과 달리 과도하게 강화된 측면이 있고, 지나치게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한다는 지적이 있어 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를 바로잡는다는 취지로 개정했다”며 “기준 개정으로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해도 이는 자격박탈이 아니라 기회확대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입찰진행을 고려해 기준개정을 미루는 게 오히려 역으로 차별을 줄 수 있어 내부 원칙대로 문제를 인지한 시점에 바로 개정에 나섰다”며 “향후 입찰일정은 차질 없이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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