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확대되면서 역설적으로 비청정에너지 증가 현상
환경적 요소 전력시장에 반영 필요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추진에 있어 ‘그린 패러독스(Green Paradox)'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1일 인터콘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에너지경제연구원 개원 31주년 기념세미나에 참석한 박호정 고려대 교수는 “신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서 아이러니하게 화력발전 등 비청정에너지가 증가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을 우리나라 에너지시장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선 이 부분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에 따르면 그린패러독스는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다. 예컨대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대대적으로 추진되면 화석연료 생산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떨어지거나 소비가 급감하는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생산을 서두르고, 소비도 늘릴 수 있다. 또 신재생에너지의 변동성, 간헐성을 보조하기 위한 백업자원으로 화력발전이 들어오는 경우도 대표적인 그린 패러독스의 사례다.

최근 일본에서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관측되고 있다.

이치로 쿠타니 일본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력시장 자유화 이후 일본은 역설적으로 석탄화력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며 “시장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기업들이 발전단가가 저렴한 석탄화력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럽 전력시장에서도 천연가스는 경제성 논리에 밀려 석탄에 자리를 내준 바 있다”며 “탄소배출 등 환경적 요소가 전력시장 메커니즘에 반영돼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가 신재생에너지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도 “독일의 경우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이후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연속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한 경험이 있다”며 “물론 탈원전이라는 한 가지 요인 때문은 아니지만 에너지정책이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신재생에너지 자원은 작은 규모로 들어오는 반면 석탄화력, 원자력은 한번에 큰 규모가 감축된다”며 “초기단계부터 정밀한 설계와 균형을 통해 전력수급이 원활하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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