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광속·광효율 고려 않고, 소비전력만으로 제품선택
지역블록화 우려, 특정업체 몰아주기 등도 경계해야

추가경정예산안 집행이 가시권에 접어들면서 전국적으로 LED조명 입찰기준을 둘러싼 잡음도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LED조명기구를 구매하기 위한 입찰기준을 세우면서 밝기나 에너지 절감률, 플리커 등 제품 품질 등에 대한 고려보다는 지역 업체와의 관계를 중요시 하는 행태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LED조명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7월 LED조명 교체 사업을 위해 14개 부처, 35개 세부사업에 총 2002억5600만원(99만1771개)을 편성했다.

이 중 교육부가 39개 국립대학의 64만여개 조명기기 등을 교체하기 위해 1290억2800만원을 편성해 올해 조명시장의 최대어로 급부상했다.

▲하향 평준화된 제품이 학교 현장에=이에 따라 최근 들어 국립대학, 교육청 등은 교육부 추경예산 관련 지침 등을 근거로 LED조명 구매를 위한 입찰기준을 세우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교육부 지침은 ‘각 실별로 한국산업규격 조도기준(KS A 3011:1998)을 충족하는 범위 내에서 적정규격(사양)의 고효율 인증제품을 사용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는 향후 실태조사를 벌여 조도기준을 초과한 경우 행정적·재정적 조치를 취하기로 하는 등 과다설계를 최대한 억제할 방침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아직도 조명기구 성능을 좌우하는 총광속, 광효율 대신 소비전력을 주요 검토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LED조명 업계 관계자는 “조명기구 밝기는 소비전력이 아닌 총광속, 광효율 등이 결정하지만 다수의 실무자들은 소비전력을 우선적인 검토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효율이 높은 조명을 사용하면 일반적인 50W급, 40W급 제품 대신 30W급 제품으로 충분히 대체가 가능한데,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최근 개발된 제품 중에는 20W급도 있는데, 이런 우수한 제품을 소개하면 ‘가격도 반값이냐’는 질문을 받는다”며 “기본적으로 구매 담당자들이 조명에 대한 지식이 없다”고 말했다.

에너지 절감률 역시 문제다.

추경사업은 일자리 창출과 함께 에너지사용량을 줄이는데 목적이 있다. 교육부가 지침을 통해 과다설계를 억제하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현장에서 50W급 LED평판조명을 40W급으로 바꾸려는 이유다.

그러나 40W급 미만에 대해서는 구매 검토가 저조한 실정이다.

실제로 가격은 30W급이 40W급, 50W급과 비교해 유사하거나 오히려 저렴하고, 연간 전기요금도 400만원 넘게 아낄 수 있지만 실제 현장에선 외면을 받고 있는 것.

업계 관계자는 “30W급을 사용하면 기존 40W급 대비 소비전력을 25%나 줄일 수 있지만 현장에서는 40W급을 고집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동등수준의 밝기와 제품가격이라면 에너지사용량을 절감할 수 있는 30W급 제품사용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도 “대부분의 구매공무원은 설계상에 반영된 40W급만 찾는다”면서 “소비전력, 고효율기준 등 필요한 규정을 충족하면 이후에는 무조건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찾는다”고 꼬집었다.

하향 평준화된 제품이 학교에 설치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학교 현장에서 외면 받는 플리커 문제=학교 현장에서 플리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플리커(Flicker)는 조명에 공급되는 전압·전류의 투입량 변화 때문에 빛의 밝기가 계속 달라지면서 깜빡이는 현상을 뜻한다.

플리커가 나오는 LED조명에 노출되면 뇌파가 불규칙적으로 변해 신경계 질환, 두통, 시력저하 등을 야기할 수 있다.

지난해 8월에는 LED조명의 색온도와 밝기 변화에 따라 청년층과 노년층의 뇌파변화에 큰 차이가 있으며, 플리커가 없는 조명이 사람의 인지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서울대 의대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서는 이 같은 플리커의 영향을 무시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빛은 사람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그 중에서도 공부하는 청소년들에게는 절대적”이라며 “때문에 학교에서는 플리커, 휘도 등 빛의 질이 중요한데, 너무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조명을 결정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심화되는 지역블록화=이번 추경 집행 과정에서 LED조명업계가 관심을 쏟는 이슈는 ‘전국의 모든 LED조명업체들이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사실 그동안 부산, 경남, 광주, 전남 등 광역시나 도 등지의 물량은 해당 도시에 소재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지역블록화’가 성행했다. 명분은 지역경제 활성화다.

이렇게 경남의 A대학교, 부산 B대학교 등이 지역에 소재한 업체와 계약을 맺어 구설수에 올랐다.

그러나 이번 추경사업 만큼은 지역블록화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 지역별로 구매 수량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업체에만 특혜를 줄 수 있어, 전국 모든 업체들이 동등하게 경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역제한을 명시하지 않았다”며 “정부 차원에서 추석 전까지 추경예산의 70%를 집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각 지방 국립대학교는 이번 지침을 바탕으로 조속히 사업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LED조명 기업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야 하는데, 지역블록화의 달콤한 유혹에 갇혀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면서 “정부도 거시적으로 시장을 봐야지, 지역블록화를 용납할 경우 우물 안의 개구리 같은 업체들만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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