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문제가 최근처럼 뜨거운 토론의 주제가 된 적은 없다. 전력산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2011년 9·15 순환정전 당시에도 전력공급과 계통관리에 대한 문제점 지적과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를 일부 정비하는 수준으로 끝났다.

밀양 송전탑 사태에서도 전력산업 전체의 문제보다는 전력산업의 수용성 문제가로 부각됐다.

최근의 에너지전환과 관련한 문제는 그동안의 논쟁의 틀을 뛰어넘어 이념의 문제, 세대의 문제, 안보의 문제로 확장됐다.

에너지 전환의 중심에 원자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석유, 석탄, 가스 등 전력생산의 주요 원자재가 전무한 상태에서 원자력은 전력생산의 30% 가까이를 담당하며, 수출주도의 우리나라 산업발전을 견인한 것에 대해서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 40년 가까이 원자력 관련 기술을 개발해 우리나라의 독자 노형인 APR1400 4기를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하는 성과도 거뒀다.

지금도 전력공급 측면에서 원자력에 대한 의존도는 30%를 상회한다. 앞으로 이런 추세는 지속되고 2023년 이후 폐쇄되는 원전이 매년 1기씩 생기면서 꺾일 것이다. 그렇다고 원전산업의 침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신규건설이 없는 대신 폐로산업이 원전산업의 중심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되며, 2020년 이후 본격화될 고준위폐기물 처분장 건설은 새로운 갈등의 시작이 될 것이다.

2000년대 초 부안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사태에서 봤듯 원전은 계획 단계부터 수명을 다할 때 까지 항상 ‘계륵’(鷄肋)과 같은 존재였다.

값싼 전기를 위해 꼭 필요하지만, 내 주변에는 발전소가 없었으면 할 것이다. 지금 원전을 찬성하는 사람들도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원전을 짓겠다고 하면 대부분 반대할 것이다.

때문에 에너지전환에 대해서는 원전찬반을 떠나 먼 미래를 위해 어떻게 그림을 그릴 것인가는 고민해야 한다. 요즘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 중 아쉬웠던 것이 일부 학자들의 원자력 아니면 안 된다는 일방적인 주장이다.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원자력의 역할을 찾기 위해 원전, 신재생 전문가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는 모습이 필요하며, 국민들이 안전한 원전을 원하는 만큼 어떻게 안전하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흔적들이 필요하다.

세계가 이미 탈원전의 추세인 것은 맞지만 2016년 파리 기후변화협약 이후 이산화탄소(CO2)를 줄이는 것이 에너지정책의 주류가 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에서 자유로운 원전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영국, 스웨덴 등 일찍이 탈원전을 택한 나라들이 원전카드를 만지작 거린다. 분명한 것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브릿지로 원전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우리도 ‘에너지전환’ 이란 큰 화두가 던져진 상태에서 에너지정책이 진보, 보수 이념논쟁, 세대간 갈등이 아닌 환경과 경제성을 어떻게 담보하며 에너지정책의 밑그림을 그릴 것인가 논의해야한다.

에너지정책은 이해관계자의 밥그릇이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해 새롭게 토양을 다진다는 마음으로 에너지전문가들이 토론의 테이블에 나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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