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수주량과 상관없이 이익내기 어려워”
공인검수시험 면제실적 역대 최저치 전망

전력기자재 민수시장에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공장가동률은 평균 70%에 불과하고,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저가 수주를 감행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올해 민수시장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분야의 대규모 설비투자가 최대 호재였지만 이 조차도 10여개 업체만 누릴 수 있는 ‘반쪽자리’ 특수에 불과했다.

품목별로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대다수 기업들은 관수 물량 위축에 따른 민수시장의 경쟁심화, 원가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는 덤핑 경쟁 등으로 채산성 개선에 애를 먹고 있다.

민수 시장 수요를 가늠하는 간접 지표인 공인검수시험 면제실적은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울 기세다.

전기진흥회에 따르면, 변압기와 차단기, 개폐기 등 8개 공인검수시험 면제대상 품목의 지난해 면제실적은 총 8만 7174대다. 이는 내수침체가 극심했던 지난해 같은기간 9만 7853대보다 10.91%(1만 679대) 감소한 것이다.

품목별로 개폐기(3142대→2375대), GIS 등 차단기(349대→327대), 변성기(4만 7220대→3만 2367대) 등이 감소했다. 반면 변압기와 계전기, 접속재, 휴즈 등은 소폭 늘었지만 유의미한 상승세는 아니라는 평가다.

오히려 변압기 외함을 생산하는 한 업체 사장은 “매달 수 십대씩 외함을 구입하던 변압기 제조 업체의 주문량이 10분의 1 수준으로 확 줄었다”고 설명했다.

공인검수시험 면제대상이 아닌 전선이나 배전반, 발전기 등은 그나마 상대적으로 업황이 나은 편이다.

우선 전선의 경우 지난해 주택건설 착공 물량이 정점을 찍으면서, 납품이 1년 정도 후행하는 주택용 절연전선과 UTP 케이블 시장은 아직 온기가 남아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주택건설 물량이 늘어나면서 올해 절연전선, UTP케이블 등 시판 시장은 상대적으로 좋았다”며 “다만, 이 같은 추세가 내년 이후로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택 건설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시판 전선시장도 올해를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배전반은 아파트 수요를 중심으로 물량이 꾸준한 편이라 공장 가동에 대한 걱정은 덜하지만, 부스바 등 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면서 수익성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오랫동안 고착화된 저가 출혈경쟁도 여전하다.

한 배전반 업체 사장은 “수주량만 놓고 보면 제법 괜찮은 편이지만, 가격은 2015년 말 대비 10% 가량 떨어졌다. 구리 등 원자재값도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이익을 내기는 매우 어려운 구조”라고 토로했다.

발전기도 타 품목에 비해선 민수 경기가 괜찮은 편이다. 주택 건축물과 기업 전산센터, 데이터센터, R&D센터 수요가 늘어나면서 상용·비상용 발전기 물량도 늘어나고 있다.

아울러 비상용 발전기의 용량도 점차 확대되고 있어, 관련 시장은 양적·질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평이다.

발전기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주택 건설 경기가 좋았고, IT 인프라에 대한 기업 투자가 점차 늘어나는 상황이라, 발전기 민수 시장도 괜찮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 변수가 많아 내년까지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관수보다 민수 비중이 높은 조명 시장도 예년만 못한 분위기다. B2B과 B2C 시장 모두 작년보다 전반적으로 위축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한 때 붐을 일으키는 듯 했던 홈쇼핑 시장은 아예 자취를 감춘 모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MD(상품기획자)들이 직접 와서 기획서를 제출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아예 발길을 끊은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전기장비 업종의 평균 가동률은 바닥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전기장비 업종의 평균가동률은 2010년~2016년까지 평균 72.8% 수준이다. 그러나 올해 7월 현재 가동률은 이보다 낮은 70%로 파악됐다. 지난해 7월 77.1%와 비교해도 7.1%p나 하락했다.

송세준, 김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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