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구간에서도 고속 PLC로 검침데이터 통신 가능”
한국형 PLC 가능성 재조명

지능형검침인프라(AMI) 통신방식 중 하나인 지중구간 고속 전력선통신(PLC)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한전은 통신장애 문제 때문에 지중구간 고속 PLC를 포기했지만 최근 국내 스타트업 기업 피엘씨코리아(대표 김정수)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DCP(Direct Coupling Probe)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경기도 광명 SK테크노파크 본사에서 만난 김정수 피엘씨코리아 대표<사진>는 “지난해말 PLC 성능향상을 위한 DCP를 개발해 2개 현장에서 실증사업을 실시한 결과 이전에는 실패했던 PLC 통신에 성공했다”며 “지중구간에 PLC를 활용한 검침데이터 수신이 가능하다는 게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피엘씨코리아는 수용가와 전주에 PLC 신호를 보강해주는 DCP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물리적으로 전선을 뚫고 DCP를 설치하는 자체 특허를 활용해 검침 성공률도 높였다. 기존의 배선에 DCP만 설치하면 되고, 별도의 통신비용도 발생하지 않는 덕분에 경제성도 확보했다. 한전 AMI 사업에서도 피엘씨코리아가 개발한 DCP를 활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피엘씨코리아는 지난해 1월 한전 상생협력처가 지원하는 연구과제개발 사업에 참여해 ‘PLC 성능향상을 위한 newDCP 개발’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한전 전력연구원조차 성공하지 못한 기술을 무명의 스타트업 기업이 개발할 거라고 기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전도 국내 AMI 사업에서 고속 PLC를 활용하기 위해 수년간 공을 들였지만 공식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한전은 올해 AMI 사업에서 지중구간에는 Wi-SUN, Zigbee, LTE 등 무선통신 방식을 시범적용하고 있다.

피엘씨코리아 역시 지난해 6월 중간 평가에서 기존의 방식을 적용했다가 실패하는 바람에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그러면 그렇지’라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덕분에 기존의 방식을 과감히 포기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고, 새로운 DCP 개발에 성공했다.

지난해 11월 자체 개발한 DCP 시제품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인천 이화마을과 살라리마을에서 실증사업을 진행했다. 기존에 한전이 지중구간 PLC를 시험 적용했다가 실패한 지역이다. 그 결과 전 구간에서 모뎀 등록에 성공했고, 통신 성능도 한전의 품질기준인 80bp보다 높은 400bps, 300bps를 기록했다. 한전 인천지역본부 ICT운영처도 처음에는 긴가민가 했지만 실제로 검침 데이터 통신이 가능하다는 걸 확인하고부터는 적극적으로 도움을 줬다.

김 대표는 “처음엔 지중구간에서도 고속 PLC 통신이 가능하다는 걸 믿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다”며 “한전에서도 여러차례 검증을 했고, 검침데이터를 정상 수신했다고 인정했다”고 말했다.

실증사업이 성공을 거두자 한전도 실무협의를 거친 뒤 다양한 환경에서 DCP를 적용이 가능한지 추가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또 현재 개발된 제품의 규격과 디자인을 개선해 내년부터 시범사업에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향후 한전 AMI 사업에 고속 PLC가 적용될 경우 실패로 결론난 한국형 고속 PLC가 재평가될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는 “지중구간에서 고속 PLC를 활용하면 통신비용을 절감하고, 가정 내 가전제품의 사용현황을 파악해 수요관리도 가능하다”며 “빠른 시일내에 시범사업을 실시해 어떤 환경에서도 문제 없이 적용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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