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효율개선사업 매년 3만가구 지원 목표
민간기업 협력 통해 모금사업·기업 맞춤형 사업 진행도

지난 2005년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전기가 끊긴 집에서 한 여중생이 촛불로 불을 밝히다 발생한 화재로 사망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못해 촛불로 빛을 밝힐 수밖에 없었던 한 소녀의 비극은 에너지 복지에 대한 관심을 촉발한 계기가 됐다. 2006년 정부 지원을 받아 에너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에너지효율을 개선하는 사업을 담당하는 ‘한국에너지재단’이 출범했다.

우중본 한국에너지재단 사무총장은 “에너지 빈곤층·저소득층에 대한 에너지 복지의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재단도 탄생했다”며 “겨울철 추위에 시달리거나, 한 여름 폭염에 고통 받는 저소득층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게 주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너지재단의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은 단열·창호·바닥·보일러 교체공사를 통해 저소득층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한다. 지난해까지 약 3636억원이 투입돼 40만6476가구가 지원받았다. 지원대상은 기초생활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 기초지자체장의 추천을 받은 에너지복지 사각지대의 일반저소득층이다. 그동안 지자체 협조를 통해 지원대상자를 추천받아왔지만, 실무자에 따라 성과의 편차가 발생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올해부터 다양한 경로를 확보해 지원대상자를 모집하고 있다.

우중본 사무총장은 앞으로 에너지 복지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확신했다.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의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려면 에너지 비용 인상이 불가피한데 저소득층은 감당할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에너지의 전환은 중장기적으로 일정 수준의 에너지 비용인상을 초래할 겁니다. 그런데 저소득층일수록 가격인상의 부담은 더 커집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에너지 복지는 확대해야 하고, 에너지재단의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우 사무총장의 말처럼 에너지 복지의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재단이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사업 전담기관으로 지정됐다. 10년간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을 맡아왔지만 사업의 근거가 부족했다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 사업운영에 관한 규정 제정 고시를 통해 한국에너지재단은 사업의 근거를 마련하고, 나아가 에너지정책 홍보·교육과 통계·조사·분석 사업도 가능하도록 했다.

“산업부 제정고시로 좀 더 안정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나아가 여러 업무영역으로 확장도 가능해졌습니다. 그동안 저소득층 대상 사업을 진행하면서 홍보·교육의 필요성을 실감했는데, 홍보와 교육을 병행할 수 있어 사업성과가 향상될 겁니다. 또 효율적인 복지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빈곤층에 관한 정확한 자료가 필요합니다. 올해부터 지원대상자에게 제공한 가스보일러에는 에너지사용 데이터를 수집하는 칩을 내장했습니다. 저소득층 에너지 소비 패턴에 관한 자료를 수집·분석해 앞으로 에너지 복지 사업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에너지재단의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은 매년 3만가구를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부터는 재단에서 직접 지원대상자를 발굴하고, 지원대상자는 재단홈페이지에서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다. 다양한 신청경로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사업인 에너지효율개선사업과 별개로 민간기업과 협력을 통해 민간모금사업도 벌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대략 55억원의 재원을 마련해 보다 유연하고 다양한 형태의 지원사업을 펼쳤다. 태양광설비 지원, LED 조명 교체, 옥상녹화 등 기업마다 맞춤형 사회공헌 사업을 진행했다.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도로공사, 한국해비타트 등 기업 및 단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각 기관의 노하우를 공유하며 에너지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 진행한 SK에너지의 기부금을 받아 ‘에너지 취약계층 여름나기 물품 지원’ 사업이 기억납니다. 이상 기온으로 폭염이 잦아지면서 저소득층의 여름나기가 어려운 점에 착안해 추진했는데 지원자들의 반응이 무척 좋았습니다. 그동안 재단이 해 온 에너지 복지 사업의 풍부한 실무경험이 빛을 발한 거죠. 이처럼 우리 재단의 비전인 ‘에너지복지·협력 Hub’에 맞게 앞으로도 에너지복지 분야에서 민관과 협력해 ‘따뜻한 에너지, 행복한 나눔’을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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