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경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성한경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온 현대의학도 말기암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많은 말기암 환자들이 대안적 치료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듯 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적인 경제 정책인 소득주도성장도 2008년 금융위기와 심화되어온 양극화 문제 앞에서 고심하는 경제학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등장하였다.

소득주도성장은 매력적인 경제 정책적 대안임에는 틀림이 없다. 국민들의 실질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가 늘어나고 생산성도 높아져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 핵심적인 주장이다. 또한 저소득층이 아무래도 정부의 소득지원금을 고소득층보다는 좀더 적극적으로 소비에 활용하여 더 큰 경제성장이 가능하게 한다는 점도 분배적 정의와도 맞닿아 신선하게 보인다. 2012년 국제노동기구(ILO) 보고서는 이러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이론적 기반 및 실증적/통계적 연구들을 제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득주도성장론의 메커니즘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환영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훌륭한 소득주도성장에서 걱정하는 부분은 ‘지속가능성’이다. 즉, 국민들의 실질소득이 증가해서 경제성장이 이뤄진다는 메커니즘이 지속되려면 그 성장의 과실이 다시 국민의 실질소득을 늘려주는 형태의 선순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질소득의 증가가 견인했던 경제성장이 국민들에게 이전보다 더 높은 실질소득의 증가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즉, 만일 국민들의 실질소득이 1% 증가해서 소득주도성장 덕분에 경제가 성장하게 된다면, 그 경제성장이 국민들의 실질소득을 최소한 1%를 다시 증가시켜야 한다. 만일 그 다음 순환 기간의 실질소득 증가가 1%보다 낮다면, 결국 소득주도성장의 순환이 거듭될수록 실질소득 증가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소득주도성장은 선순환할 수 없다. 소득주도성장론의 모태가 된 2012년 국제노동기구의 보고서에서는 기존 연구들을 인용하여 실질소득 증가 100%에 따른 노동생산성 증가효과를 31~55%로 보고하고 있다. 노동생산성이 실질임금(혹은 소득)과 정비례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소득주도성장 매커니즘이 거듭될수록 실질소득의 증가는 급속히 작아지고 결국 소멸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 저출산문제로 인해 인구가 감소하면서 노동의 공급이 줄어들 수도 있고, 그렇다면 소득주도성장의 과실을 나눠가질 사람이 줄어들기 때문에 실질임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저출산의 속도가 2012년 국제노동기구에서 제시된 노동생산성 증대효과가 사라지는 속도와는 비교할 수 없다. 임금주도성장론이 2010년대 초반에 국제적인 관심을 받았음에도 주요 국가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채택하지 않은 데에 그런 이유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적극적으로 채택하기로 결정한 우리는 이를 반드시 지속가능하게 성공시켜야 한다. 그럼 소득주도의 성장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소비의 주체가 될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더 늘려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경제학은 그것이 바로 기술혁신이라는 점을 늘 강조해 왔다. 소득주도성장은 지금 같이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불만이 높은 시기에 매우 긴요한 정책일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기술혁신이 주된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은 어느 학문보다 경쟁에 더 높은 가치를 두고 다양한 비판과 치열한 논의를 통해서 성장해 온 경제학 연구에서 수없이 제시되고 증명되어 왔다.

현대의학이 대안의학에서 새로운 발견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환자들에게 투여되는 항암제가 엄격한 실험실 실험과 임상의 과정을 거쳐온 것이다. 정상적인 의료시스템이 작동하는 나라라면 현대의학이 말기암을 정복하지 못한다고 이를 전면 부인하고 대안적인 치료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기술혁신에 의한 생산성 증가는 수많은 검증과 논의를 거쳐서 완성되어 온 것이다. 주요국 중에서 어느 나라도 기술혁신과 생산성 증가에 의문점을 달지 않는다. 지속가능한 소득주도성장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경제전체를 이끌고 나갈 기술혁신을 위한 정책적 고려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실험경제학을 공부하는 연구자 입장에서 그리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 경제의 현장실험(field experiment)인 소득주도성장이 반드시 성공해야한다고 기원한다. 왜냐하면 정책 실패의 대가가 고소득층보다는 결국 고스란히 사회적 약자인 저소득층을 고통스럽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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