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운전사’가 개봉 13일 만에 8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천만 영화 청신호를 켰다.

14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택시운전사’는 누적 관객 수 800만명을 넘겨 ‘공조’(781만명)를 제치고 올해 국내 개봉 영화 최고 흥행작이 됐다.

현재까지 예매 순위 1위를 유지 중이어서 이런 추세라면 이번 주말에는 충분히 1000만 관객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택시운전사’가 13일 만에 800만 관객을 동원할 수 있었던 데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적인 배경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 송강호, 유해진, 류준열 등 연기파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가 뒷받침이 됐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1906개에 달하는 스크린 수도 한 몫 한 게 사실이다.

역대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중 상당수는 스크린 수가 1000개를 넘었다.

특히 2010년 이후 1000만 관객을 달성한 영화 중에서는 역대 관객수 1위를 기록한 명량(1587개)을 비롯해 2위 국제시장(1044개), 3위 베테랑(1115개), 5위 도둑들(1091개), 7위 암살(1519개), 8위 광해 왕이 된 남자(1001개), 9위 부산행(1788개) 등의 상영 스크린 수가 1000개를 넘었다.

2010년 이후 10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중에서는 유일하게 변호인(925개)만 스크린 수가 1000개 미만이었다.

최근 스크린 독점으로 물의를 일으킨 영화 ‘군함도’의 경우 무려 2027개의 스크린 수를 확보하기도 했다.

이처럼 스크린 수는 영화 흥행에 큰 조건이 된다. 상영 횟수가 많아야 그만큼 관객들이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극장 입장에서는 관객들이 많이 볼 만한 영화의 스크린 수를 늘리는 건 매출 확대 차원에서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관객들과 국내 영화산업의 발전을 생각한다면 1~2개 영화에 스크린이 너무 많이 몰리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식으로 스크린 독과점 현상이 계속될 경우 관객들도 극장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맛있는 것도 계속 먹으면 질리듯이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라도 다른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된다면 영화관을 찾는 이들이 실망할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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