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서 열린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미래 세대를 상징하는 아이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탈핵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서 열린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미래 세대를 상징하는 아이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탈핵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에너지정책>

반발 심하지만 뚝심있게 정책 추진 평가

지난 100일간 진행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요약하면 ‘안전’과 ‘친환경’이다. 그동안 에너지 정책에서 중시해 온 ‘경제성’과 배치되는 개념을 제시한 만큼 반발도 만만치 않았지만 아직까지는 뚝심있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100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은 여러 차례 있었다. 그중에서도 6월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의 “탈핵 시대를 열겠다”는 발언은 국내 에너지 업계를 발칵 뒤집어놨다.

탈원전, 탈석탄에 대한 문 정부의 의지는 이미 공개된 바 있지만 이렇게 공식화한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탈원전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수십년에 걸쳐 추진한다고 밝혔음에도 이로 인한 에너지 수급 우려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떠안길 순 없다는 의지와 함께 에너지 분야 정책 ▲신고리 5, 6호기 공사중단 ▲신규원전건설계획 백지화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 ▲월성1호기 폐쇄 ▲단계적 원전감축 ▲공정률 10% 미만 석탄화력 및 신규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 ▲수명 30년 이상 노후 석탄화력 조기 폐쇄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전력생산비중 20% 상향 조정 등을 추진 중이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는 임기 내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를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 15일에는 세먼지 대책으로 30년 이상 운영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6기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내년부터는 아예 전력비수기인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 동안 가동 중단이 정례화 된다.

지난 7월 백운규 한양대 교수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임명한 것도 에너지 전환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백운규 장관은 점진적으로 원전과 석탄 비중을 낮추고, 가스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 온 인물이다.

뿐만 아니라 환경부 장·차관에 김은경 지속가능센터 대표, 안병옥 시민환경연구소장 등 시민운동가 출신을 임명하며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원전 비중 축소, 석탄화력발전소 퇴출 등에 공감하지만, 급격한 조치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전력대란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한다. 또 탈원전을 추진할 경우 원전 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원전 수출국으로서의 위상도 추락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LNG발전소 추가 가동, 태양광, 해상풍력과 에너지세제의 합리적 정비, 에너지 고소비 산업구조의 개선 등을 동시에 추진키로 했다. 또 정부의 일방적인 에너지 정책 개편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최근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인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여부를 공론화위원회에 맡기는 등 대응하고 있다. 지난 24일 출범한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공론화위원회는 3개월간 국민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하고, 향후 시민배심원단이 이 내용을 바탕으로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경제정책>

‘소득주도 성장, 일자리·공정 경제로 패러다임 바꾼다’

문재인 정부는 우리 경제의 문제점인 저성장, 양극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소득주도와 혁신을 통한 성장으로 경제 패러다임을 대전환한다는 ‘소득주도 성장론’을 들고 나왔다.

‘사람중심 경제’를 표방하며 ▲일자리 중심경제 ▲공정경제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등 4대 경제정책 기조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은 처음으로 대통령 직속의 ‘일자리 위원회’를 설치하고,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선언했다.

취임 사흘째인 5월 12일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했고, 우여곡절 끝에 11조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도 편성했다.

특히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고용증가에 비례해 2년간 기업 세액공제 신설 ▲정규직 전환시 법인세 세액공제(증가분의 5~10%) 확대 ▲근로소득 증대에 따른 공제율 상향(5%→10%) 조정 등 일자리 지원세제 3대 패키지를 신설하는 등 ‘기-승-전-일자리’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공정경제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해 중소기업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대전환하는 한편 대표적인 대기업 저격수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에 임명하는 ‘깜짝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김상조 위원장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기업 등의 ‘갑질 문화’ 개선을 위해 자발적 혁신안을 주문하고, 모든 산업의 대리점 관계를 조사하는 등 근본적인 쇄신책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외에도 집단소송제도를 확대하거나 담합과징금 부과율 상향조정, 국민참여형 규제개선,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등도 공정경제 실현을 위한 구체적 카드로 제시됐다.

소득주도 성장의 대표적인 사례를 꼽으라면 단연 최저임금 인상을 들 수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018년도 최저임금을 기존의 6470원에서 1060원 오른 753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11년 만에 두 자릿수 인상률, 역대 최고 인상액을 기록한 것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에 비해 16.4%p 오른 것으로, 월별로 치면 157만3770원 수준이다.

이런 증가세라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도 가능하다는 게 노동계의 분석이다.

혁신성장과 관련해서는 대통령 직속으로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신설하고,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협업 전문회사 제도를 도입키로 한 점이 눈에 띈다.

문재인 정부는 또 자율주행차·정밀의료·드론 등 4차 산업혁명 선도 분야를 선정, R&D 예산·세제·데이터·인력 등을 집중 지원하고, 미래 에너지산업 발굴·육성을 위해 2020년까지 공공기관 에너지저장장치(ESS)설치를 의무화하는 한편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도 2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그러나 중소기업 등 소상공인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이나 갑작스러운 공공부문 일자리 팽창정책은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건설, 부동산 정책>

SOC 포함 건설사업 유지 내지 축소 가닥

부동산 투기수요 잡고 실수요자 중심 재편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도시재생 사업 활성화,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보유세 인상 등을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관련된 대책이 하나 둘씩 발표되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건설, 부동산 정책은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00일간 행적을 살펴보면 사회간접자본(SOC)을 포함한 건설사업은 유지 내지 축소로 가닥이 잡히고 있고, 부동산 정책방향은 투기수요를 걷어내 부동산 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특히 정부는 복지와 일자리 투자는 확대하는 반면 SOC 예산 등 물적투자는 축소하기로 하면서 건설업계는 울상이다. 실제로 내년도 예산 요구안에서도 SOC 예산은 18조7000억원으로 올해 22조1000억원에서 15% 이상 줄어들었다.

SOC 예산 축소와 함께 꺼내든 카드는 민자사업의 국가재정사업으로의 전환이다. 국토교통부는 GS건설 컨소시엄이 민자사업으로 추진해온 서울~세종고속도로를 재정사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도로와 철도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향후 5년간 SOC 재정사업 비중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에선 SOC 투자 감소로 향후 관련 산업이 위축되고 일자리가 줄어들어 경제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더욱이 노후 인프라 개선 등 시급한 건설산업 현안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어 정부는 초고강도 ‘8·2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과열된 투기수요를 잡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대책은 6년 만에 투기과열지구를 부활시키고, 대출규제를 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무겁게 매기는 등 강도 높은 규제가 특징이다.

서울시 전체가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고, 일부 수도권과 세종, 부산 등도 포함됐다.

이들 지역은 최근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면서 실거주보단 투기자본이 시장에 유입됐다고 보고 투기지역을 지정해 각 등급별로 세금을 물리고 규제도 넣고 대출도 더 조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재테크 수단으로 부동산 투기에 뛰어들어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대출을 강화해 부동산 투기로 몰리는 것을 막고, 양도소득세를 강화해 투기를 통한 수익을 감소시켜 실거주 위주로 부동산을 취득하게끔 유도할 계획이다.

이번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을 놓고 업계에선 의견이 갈리지만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나타나는 효과를 보려면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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