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 건설을 놓고 벌어지는 에너지전환 논쟁이 수요관리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논란의 요지는 문재인 정부가 탈 원전 정책 정당화 하기 위해선 전기 예비율이 많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하는데 이를위해 여름철에 수요관리를 집중적으로 실시해 예비력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일면 이런 주장을 들어보면 사실 그렇게 이해할 수 도 있겠구나 수긍이 가는 대목도 있다. 이번 논란은 지난 정부와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가 달라지면서 촉발된 것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전력정책은 공급계획을 세우고 이에맞춰 발전소를 건설하는 공급위주 정책을 기본으로 했다. 이후 2011년 9.15 순환정전을 겪고, 2012~13년 예비전력이 위험단계까지 떨어지면서 대규모 수요관리를 실시했다. 당시 현장에서 경험한 것은 한전 각 사업소의 직원들이 전기사용이 많은 사업장을 찾아다니며 사정하다 시피하며 수요관리를 했다. 푹푹찌는 찜통에서도 에어컨을 켤 수가 없는 상황까지 있었다. 사무실에서 더위를 먹어 응급실로 실려간 사례까지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

그러다 체계적이며, 선진국형 수요관리의 일환으로 DR시장이 도입됐다. 전기를 사용하는 기업들이 DR시장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계약한 전력수요 감축용량 만큼 보상금을 받는 시장구조는 새로운 사업자를 만들었으며, 기업들도 혜택을 본 경우도 있다. 경영상 공장가동률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수요관리시장에 참여해 수억원을 받아간 업체들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

탈원전, 탈석탄을 떠나 수요관리는 당장 이전 정권에서도 했었고, 중요한 에너지정책의 하나가 됐다. 그러다 지난 정부는 수요관리의 핵심인 DR시장을 소극적으로 운영하며 감축시험만 실시하고, 급전지시는 거의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에선 기업들이 수요를 감축하지도 않는데 보상금만 받아간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DR시장 참여기업들에게 7월 한달간 연이어 감축지시를 내린 것에 대해 당황할 수 는 있지만, 이를 탈 원전까지 연결해 음모론에 가까운 수준으로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건전한 에너지전환 정책의 논의조차 틀어막는 것이다. 지적할 수 있다면 전력 예비력이 높다고 그동안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DR시장 운영의 문제와 에너지소비를 줄이기 위해 수요관리 시장을 어떻게 활성화 시킬 것인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기본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상황에선 가정에서 대기전원 차단 콘센트를 사용하는 것처럼 공장, 빌딩 등 대형 수용가는 수요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정책의 전환이 요구된다.

8차수급계획도 마찬가지다. 올해안에 만들어질 계획을 갖고, 벌써부터 탈 원전을 위한 수급계획이라는 지적이 일부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흘러나오고 있는데, 반대로 7차 수급계획을 세울때 원전을 몇기 더 집어넣기 위해 수요를 늘렸다는 당시 논란에 대해서는 왜 침묵하는지 묻고싶다.

에너지정책의 대전환기에서 정부 정책에 무조건 반대하기 위해 모든 정책을 탈원전을 위한 논리 만들기로 몰아간다면, 제대로 된 에너지정책을 만들 수 없다. 현재 만들어지는 정책은 시대상황의 변화 특히 국내외 경기는 물론 국제 에너지공급 상황 등 변수가 다양하기 때문에 수정 보완의 과정을 거쳐가며 우리 후세에게 최적의 에너지 사용환경을 물려 줘야하는 것이다. 이를위해 원자력의 역할도 필요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친환경 에너지공급을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요구된다. 단지,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주장은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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