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한 수업일정 불구 쉬는 시간에도 치열한 논쟁
신산업분야 고급・융합인력 양성…특화된 강의내용에 훈련생 집중도도 높아

쉬는 시간의 풍경 치고는 조금 낯설다. 학생들이 강의실을 떠나지 않는다. 모니터 주위로 삼삼오오 모여든 학생들이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아까 이쪽으로 넘어가라고 하지 않았어요?” “아니야 이 단계에서는 이렇게 해야 돼”

4일 오후 찾은 서울 멀티캠퍼스 ‘스마트 제조(Smart Factory) SW 개발자 양성(NCS)’ 과정 강의실의 풍경이다. 학생들은 이날 오전부터 배운 내용을 따라잡느라 여념이 없다. 이 과정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약 9개월간 진행된다. 수업량이 많고 강도가 높아 배운 걸 빠르게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쉬는 시간에도 머릿속 퍼즐을 함께 짜 맞추느라 분주하다. 학생들의 나이대도 대학 졸업예정자부터 새로운 직업을 찾아 회사를 떠난 퇴직자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선도인력 양성사업’(이하 선도사업)의 훈련생이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 대응의 일환으로 확대 가능성이 높은 신산업 분야의 고급·융합인력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올해 2월부터 4차 산업혁명 관련 직업훈련과정을 신설하고 민간에 확산하기 위해 공공·민간부문 훈련 예산에 각각 90억원, 150억원을 책정하고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한국폴리텍대학교를 테스트 베드(Test-bed)로 공공부문이 신산업 분야 훈련과정을 개발하고 우수 훈련과정을 민간에 보급하고 있다. 민간 부문에서는 역량 있는 교육기관을 선도사업 훈련기관으로 선정해 초기 2~3년간 집중 지원한다. 멀티캠퍼스도 올해 2월 선정된 11개의 민간 훈련기관 중 하나다.

훈련 분야는 빅데이터, IoT, 스마트제조, 정보보안, 바이오, 핀테크 무인이동체, 실감형 콘텐츠(VR·AR) 등 총 8개다. 이를 통해 현재 11개 기관에서 24개 과정을 통해 626명의 인력이 교육을 받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 7월 통과된 추경으로 고용부는 추가적으로 15개의 민간 훈련과정을 개설하고 400명 정도의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이로써 올해 선도사업을 통해 4차 산업혁명 관련 교육을 받게 될 인원은 1000명에 육박한다.

선도사업의 훈련기간은 3~10개월로 350시간 이상이다. 또 복합문제 해결역량을 키우기 위해 훈련시간의 4분의 1 이상은 프로젝트 실습으로 편성된다. 이날 찾은 멀티캠퍼스의 빅데이터 과정 훈련생들도 얼마 전 미니 프로젝트를 끝냈다.

박수아 멀티캠퍼스 집합교육2그룹 대리는 “이번 미니 프로젝트 중 한 팀은 왓슨 API를 이용해서 어떤 축구선수와 관련된 대화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었는데, 단기간에 이 정도 학습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선도사업 훈련과정의 특징은 기본부터 심화 프로젝트 실습까지 한 번에 가능하다는 점이다. 교·강사도 실무 경험을 갖춰 강의 내용이 실무에 특화됐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온 훈련생들의 집중도도 남다르다.

각 과정별 훈련생은 훈련기관에서 선발하지만 전공이나 학력에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박수아 대리는 “비전공자도 들을 수 있게 초반에 기초부터 쌓도록 과정 설계를 했다”며 “개발자가 인문학적 소양이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있을 때 프로젝트가 성공할 확률이 높은 만큼 지원자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멀티캠퍼스 빅데이터 과정의 경우 경쟁률이 5:1에 달했다”며 “SAP 솔루션을 다루는 스마트제조, IoT 과정의 경우 교재, UI 등이 대부분 영어고 수업 프로그램도 재직자들이 실제 사용하는 것이다 보니 훈련생들이 어려워하는 건 사실이지만 수업 만족도는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4월부터 멀티캠퍼스에서 진행 중인 4개 훈련과정에서 발생한 중도포기인원은 진학·조기취업자를 제외하면 96명 중 1명에 불과하다.

훈련생들에게는 기관의 협약기업 역시 매력적인 요소다.

진혜숙 고용노동부 사무관은 “훈련기관의 협약기업은 훈련과정 설계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훈련생들의 프로젝트 참관 후 피드백을 하기도 한다”며 “이를 통해 훈련생들의 취업 지원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니인터뷰)광운대학교 경영학과 이진혁 씨

‘스마트 제조(Smart Factory) SW 개발자 양성(NCS)’ 과정을 듣고 있는 이진혁 씨는 “솔직히 처음 지원할 땐 이정도 까지 해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며 “수업에서 기술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비즈니스를 함께 배워서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 확실히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광운대학교 경영학과 졸업생으로 전공자는 아니다. 그는 “저 같은 경우는 학부 시절 ERP 수업을 들으면서 기본 용어나 개념을 배우고 왔는데도 과정 초반에 자바나 안드로이드 등을 배울 땐 힘들었다”며 “전공자들이 도와준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범용적인 툴을 주로 배울 줄 알았는데 막상 들어보니 ERP, SAP 등 전문적인 부분에 집중을 해 줘서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다만 긴 강의시간에 대해서는 “커리큘럼에는 만족하지만 개인 공부시간이 부족한 느낌은 든다”고 밝혔다.

이 씨는 본 과정을 전공자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이 있는 인문학도들에게도 추천했다. 그는 “전문 용어 때문에 처음 공부하기엔 진입장벽이 높지만 과정 자체가 테크닉뿐만 아니라 비즈니스도 포함하기 때문에 전공자가 아니어도 학습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미니인터뷰)정연붕 멀티캠퍼스 강사

서울 멀티캠퍼스에서 ‘스마트 제조(Smart Factory) SW 개발자 양성(NCS)’ 과정을 교육하는 정연붕 강사는 이노에버 솔루션의 이사이기도 하다.

정연붕 강사는 “스마트제조 과정은 ERP 시장에서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는 SAP를 기반으로 설계됐다”며 “훈련생들은 그중에서도 물류부터 생산, 자재관리까지 회사의 기본 업무를 우선적으로 배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본 과정은 단순히 기술적인 부문에 그치지 않는다”며 “글로벌 기업들의 업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SAP 패키지를 통해 교육이 진행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 강사는 “현업의 필드 프로젝트를 뛰는 사람으로서 이 과정은 완전히 실무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또 “실제로 이 과정을 배우는 훈련생들은 입사 후 2~3년 정도의 업무를 미리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9개월의 교육 과정을 통해 모듈과 개발 툴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도를 현직 2·3년차 수준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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