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ESS 업계는 난데없는 리튬이온배터리 부족 사태로 시끄럽다. 올해를 기점으로 ESS 사업을 확대하려고 자세를 고쳐잡던 기업들은 배터리가 없어서 주저앉았다. 사전에 배터리 공급 계약을 한 사업은 문제가 없지만 올해, 길게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배터리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배터리 공급이 부족해진 원인에 대해 업계에선 리튬이온배터리에 필요한 원자재 가격이 오른 데다, 일시적인 배터리 수요 증가로 공급량이 부족해진 탓이라고 설명한다. 세계적인 배터리 기업인 삼성SDI와 LG화학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배터리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배터리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는 지속적으로 나온 바 있다.

하지만 ESS 업계에선 배터리 공급이 부족해진 시점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올해는 태양광 연계 ESS에 대한 신재생공급인증서(REC) 가중치 5.0이 한시적으로 적용되고, 공공기관 ESS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시기다. ESS 업계로선 대목이나 마찬가지이고,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삼성SDI와 LG화학 같은 대기업이 동시에 배터리 공급에 문제가 생긴 것도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배터리 기업들의 속사정은 그렇다쳐도 정부의 대응도 아쉽다. ESS 기업들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ESS 보급을 늘린다고 해놓고 왜 배터리는 신경쓰지 않았는지 아쉽다는 반응이다. 산업부는 올해 ESS 시장 규모가 431MWh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상반기에만 89MWh의 ESS가 보급됐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배터리 공급 부족이 계속될 경우 이를 달성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배터리는 ESS 가격의 70%를 차지하는 만큼 없어서는 안되는 품목이고, 국내에선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는 회사가 2~3곳 밖에 없기 때문에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지 정부도 신경을 썼어야 한다. 산업부가 배터리 공급 현황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ESS를 늘린다고 홍보에만 열을 올린 건 아닌지 의심된다. 이로 인해 ESS 사업을 준비해 온 기업들이 피해를 보기 전에 지금이라도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