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경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성한경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끝내고 귀국했다. 예상과 달리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주된 관심사는 한미 FTA 재협상이었다. 외교안보문제에서 한국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민감한 경제적 이익을 재조정 하는 한미 FTA 재협상이 한미 정상회담의 숙제로 남았다는 점은 충분히 예상될 수 있는 일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행정명령을 통해 모든 무역협정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하였고, 한미 FTA에 대한 재협상에 대해서도 미국의 입장을 명시해 왔다. 이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재협상이 올해 8월부터 시작되고, 한미 FTA 협정문 24조 2항에 의거해서 한미 FTA 재협상도 불가피할 것이다.

과거 한국은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타결 이후에 미국 측 요구로 추가협상을 두 차례 진행시킨 바 있다. 한미 FTA 협상은 2007년 4월에 타결을 선언한 이후 이후 미국 민주당이 주도하던 미 의회의 요구에 의해 추가 협상이 진행된 이후에야 협정문이 서명되었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한미 FTA는 다시금 추가 협상 요구에 직면하게 되었고, 한국과 미국은 2010년 12월 새로운 추가 협상을 진행하였다. 이러한 추가 협상들은 미국의 이익에 다소 부합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되기는 했지만 협상 결과는 지극히 선언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2007년 추가협상은 미국 민주당이 강력히 주장한 노동과 환경 부분을 협정문 내에 포함시키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는 한미 FTA보다는 당시 콜롬비아나 파나마와의 FTA 협정과 관련되어 한미 FTA 협상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2011년 12월 추가 협상도 미국의 자동차 양허 스케줄을 늦추고, 양허표의 일부 오류를 수정하는 등 미세한 변화만으로 마무리되었다. 즉 한미 FTA 초기 협상 결과가 치열한 양국간 협상과정을 통해 어렵게 조정된 양국 경제적 이해관계에 대한 의미있는 변화는 추가협상으로는 힘들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한미 FTA 재협상에서 미국은 어떤 문제를 제기할까? 한미 정상회담을 즈음해서 자동차, 철강 분야에 무역에 대해 미국이 불만을 표명하기도 했다. 실제 구체적으로 협상에서 어떤 내용들이 제기될 것인지는 몇 가지를 참조해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첫째, 미국 입장에서 한미간 무역규모나 적자규모가 큰 분야를 중심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작년도 무역통계를 살펴보면, 자동차, 전기전자, 기계 분야에서의 대미 흑자가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미국은 그러한 분야들의 무역적자를 제기하고, 관세나 비관세장벽의 해소를 주장할 것이다. 둘째,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매년 발간하는 무역장벽보고서(National Trade Estimate: NTE)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NTE 보고서는 한국을 포함한 미국의 주요 교역 대상국에 대해 산업별·이슈별로 미국정부나 기업의 요구사항들을 정리한 보고서이기 때문에 NTE 보고서에서 미국의 잠재적 요구사항을 엿볼 수 있다. 셋째, 2015년 타결되었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미국이 탈퇴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Trans-Pacific Partnership: TPP)협정의 협상결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록 미국이 TPP를 떠났지만, 미국이 주도했던 TPP 협정문은 최신 미국 세부 통상전략이 여실히 반영된 소중한 참고자료이다. 넷째, 한미 FTA가 발효된 이후 새롭게 등장한 통상이슈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영기업, 자료의 국내서버 등과 같이 한미 FTA가 체결될 당시 크게 부각되지 않았으나 이제 새로운 통상의제로서 부각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8월부터 시작하는 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추이도 주의 깊게 주시해야 한다.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해 우리는 어떤 전략적 입장을 취해야 할까? 한미 FTA 재협상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통상전략의 다양화를 꾀해야 한다. 한미 FTA 재협상이 양자 협상인 만큼 협상 결과가 자칫 현실적인 경제력의 차이로 인해 재조정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탈퇴 후 방황하는 TPP에 대해 한국이 전향적인 입장을 취하거나 WTO와 같이 협상 당사국들의 이익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는 다자간 협상의 틀을 잘 활용해서 한미 FTA 협상에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섣부른 예단과 같은 감정적인 대응을 경계해야 한다. 과거 한미 FTA 협상 때 횡행했던 온갖 괴담들의 허구성을 잊지 말고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지금부터는 이성적으로 차분히 한미 FTA 재협상에 대비할 시기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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