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태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만태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재제조(Remanufacturing)는 사용 후 제품이나 부품을 회수하여 분해, 세척, 검사, 보수·조정, 재조립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 원래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말한다. 재제조산업은 자원 및 에너지 절감에 기여하고, 대체로 공정과정에서 노동집약적 특성으로 인해 고용 창출 효과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신제품과 같은 품질의 제품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신제품 시장 및 중고 제품과는 다른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

재제조산업에 있어서 가장 앞선 미국은 자발적인 시장수요에 의해 1920년대부터 재제조 산업이 형성되었다. 연방무역위원회는 1998년 재제조 기업이 제품에 ‘Remanufactured in the USA’라고 표시하는 것을 규정하였다. 미국무역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재제조시장 규모(2011년)는 약 43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 규모별로 보면, 항공기, HDOR(Heavy Duty & Off -Road Vehicles), 자동차 부품, 기계류, IT제품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은 타 국가와의 무역장벽을 최소화하여 자국의 재제조품 수출 강화 노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유럽국가들도 재제조를 자원 보전, 비용 절감, 환경 보호 등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EC지침을 통해 유럽 내 재제조 시장의 형성과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유럽 주요국들의 재제조시장 규모는 약 300억 유로 수준으로 조사되었으며(ERN 2015), 국가별로는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산업별로는 항공·우주분야가 124억 유로, 자동차 74억 유로, HDOR 41억 유로, 전기·전자 31억 유로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정부의 환경정책으로 인해 폐기물 처리 비용이 높아지면서 재제조(Remanufacturing)와 3Rs(Reduction, Reuse and Recycling)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재제조를 고려한 부품설계기술개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재제조시장 규모는 일부 연구기관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자동차부품분야가 약 9억 달러 (2012년 기준)로 나타났다. 그리고 건설기계 및 광산기계의 경우 세계적인 기업인 Komatsu, Hitachi기계 등이 직접 재제조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2008년 재제조산업 육성 근거법인 ‘순환경제촉진법’을 제정하여 재제조 지원을 위한 국가의 역할, 재제조제품의 품질기준, 재제조제품 표시 및 양벌규정 등을 법에 규정하였다. 이후 ‘7대 전략적 육성산업’으로 재제조산업 발표(2010년), 재제조 기술개발 로드맵 발표(2011년), 재제조 기업 대상 시범사업 등의 재제조산업 육성 대책을 발표·추진 중이다. 중국 재제조기업 시범기업은 자동차 엔진, 변속기, 방향전환기 및 전력발전기 등의 분야에서 약 20억 위안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2005년 환경친화적 산업구조로의 전환촉진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통해 재제조 기술지원, 재제조품 품질인증, 자금지원, 우선구매요청 등 재제조 산업에 대한 정부지원 근거를 규정하였다. 또한 재제조 제품 품질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사용 후 제품’을 원료로 하여 체계적인 재제조 공정을 통해 생산된 우수 재제조 제품의 최소한의 품질과 성능을 보장해 주는 소비자 보호제도이다. 우리나라 재제조시장의 규모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2010년 약 7,500억원에서 2015년 8,330억원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제조 대상분야는 기존의 자동차부품 및 토너카트리지 중심에서 생활가전제품과 화학촉매제품, 건설기계부품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 재제조산업은 대상산업이나 시장규모 면에서 선진국에 비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는 바, 재제조 대상산업을 우리 주력산업 전 분야로 확대하여 핵심부품에 대한 재제조산업 활성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재제조 산업생태계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 지원 및 투자 촉진 방안, 우리 주력산업 분야에서 재제조 제품과 서비스가 결합된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재제조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되어야 한다. 재제조산업 활성화를 통해 비용 부담으로 신제품 구입을 망설이지만 중고품 사용을 꺼리는 수요층에게 새로운 시장 창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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