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일 기자
윤정일 기자

에너지공공기관 기능조정방안에 포함된 전기안전공사의 전기용품 시험·인증기능 폐지 시한(올 6월 말)을 보름쯤 앞둔 이달 중순께 분위기를 취재하기 위해 연락을 취했던 V체크인증 기업 대표들은 모두 격앙된 어조로 불만을 토로했다.

그중에는 원색적인 욕설과 호통을 섞어가며 정부의 안일한 탁상행정을 거칠게 비판하는 이도 있었다.

불만의 요점은 ‘기업들이 필요에 따라 여러 KAS(한국제품인정기구) 기관 가운데 전기안전공사를 선택해 V체크인증을 획득했는데, 정부가 무슨 권리로 전기안전공사의 시험·인증기능을 폐지하고 인증을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하는 것이냐’는 것이다.

국내 인증제도 전반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V체크인증 폐지나 개선을 결정했다면 그나마 이해를 하겠지만, 정부가 특정기관의 임의인증 업무를 폐지하고 해당인증 기업들의 타 기관 이관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한 V체크인증업체 대표는 “정부 논리는 전기안전공사의 V체크인증이 핵심 업무가 아닌 비핵심 업무이고, 민간기관에서도 해당 인증을 취급하는 만큼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 일을 그만두라는 것”이라며 “여기서 전기안전공사의 시험·인증업무를 비핵심 업무로 본 것이 치명적 오류”라고 지적했다.

즉, 전기안전공사의 전기용품 시험·인증업무는 법정 검사·점검 전문기관이 직접 특정제품의 안전성을 확인해 전력계통에 우수한 제품이 보급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중요하다는 게 V체크인증 기업들의 판단이다.

전기안전공사의 시험·인증업무 폐지 결정이 탁상공론으로 취급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다른 인증업체의 한 임원은 “중소기업 제품의 경우 발주처나 감독들, 심지어 전기안전공사 검사원들도 잘 모를 수 있는데, 이 때 전기안전공사에서 V체크인증을 받았다면 인정을 해준다”면서 “그런데 앞으로 민간시험인증기관으로 V체크인증을 옮기면 수많은 임의인증과 차별화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아직 전기안전공사에서 받은 V체크인증을 다른 기관으로 옮긴 기업이 단 한곳도 없는 것도 이런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인증업체들은 이번 조치를 재검토해 전기안전공사의 V체크인증 만큼은 존속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실 수많은 인증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없애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는 인증도 드물지 않은가.

인증업체들의 주장을 단순한 불만으로 치부할게 아니라 정책착오에 대한 이해당사자의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이는 정부의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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