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에 대한 살해 협박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걱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악성 댓글을 넘어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4일 밤 걸그룹 '에이핑크'를 살해하겠다는 협박 전화가 경찰서로 걸려와 경찰이 논현동에 위치한 소속사 플랜에이 엔터테인먼트로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전날에는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 베스트 저장소'(일베)에는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 미나를 향한 '살해 협박' 글이 게재됐다가 삭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이 발칵 뒤집혔다.

지난 3월에는 미국 공연을 앞둔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상에서 살해 위협을 받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베이비복스' 멤버였던 간미연이 피묻은 편지와 면도날이 든 봉투와 함께 살해 협박을 받는 등 과거에도 아이돌에 대한 위해 협박은 있었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의 발달로 협박이 빈번해지면서 아이돌이 체감하는 피로도와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아이돌이 위험하다

실제 아이돌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 과거 아이돌은 신비주의 콘셉트로 인해 대중과 접촉면이 비교적 적었다.

하지만 요즘은 콘서트·팬미팅은 물론 각종 행사를 통해 팬들은 물론 일반 대중에게도 노출되는 일이 잦아졌다.

그만큼 위해를 당할 여지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무대 난입도 빈번해졌는데 최근 지드래곤의 콘서트는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4만여석 대규모로 치러졌음에도 한 여성 팬이 무대에 난입했다.

앞서 2011년에는 그룹 '소녀시대' 공연 도중 한 남성 팬이 무대로 난입, 태연의 손목을 붙잡고 끌고 가다가 제지당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보다 아이돌에 대한 팬덤 문화가 강한 일본에서는 극단적인 일도 벌어졌다. 지난해 5월 공연을 앞두고 있었던 아이돌 도미타 마유가 공연장 앞에서 광팬에게 목과 가슴 등을 약 20차례 찔려 중태에 빠졌다 깨어난 것이다.

2014년에는 일본의 인기 아이돌 그룹 'AKB48' 멤버들이 악수회 도중 톱을 지닌 괴한에게 공격당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중견 가요기획사에 소속된 인기 아이돌 매니저는 "멤버들과 함께 다니다보면 팬들로부터 위협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일부 남성 팬들이 돌발적인 행동을 할 때는 무섭다. 여성 매니저가 아이돌 멤버들을 맡는 경우에는 더 저돌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고 했다.

에이핑크 소속사 플랜에이는 "가급적 대외 외출을 자제한 가운데, 피치 못할 이동이 발생하는 경우 개별 동선 및 개별 멤버마다 매니저가 동행해 안전을 대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회사는 더불어 사설 경호업체 직원을 당분간 고용, 멤버 전원의 경호를 맡겼다.

◇아이돌에 대한 살해 협박 왜?

악성 댓글을 넘어 살해 협박이 빈번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아이돌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면서 과도하게 감정 이입을 하는 팬들이 늘어났다는 것이 주요 이유 중 하나다.

강력한 팬덤은 응원하는 가수들에게 힘을 실어주지만, 반대로 공격적이고 맹목적이라는 이미지로 인해 해당 가수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기도 한다.

중견 가요 기획사 홍보팀장은 "자신이 동경하는 아이돌에 대한 소유의 욕망이 커지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그 간극으로 인해 폭력적인 성향을 띠는 것"이라며 "회사로 전화를 해 아이돌의 활동에 대해 왈가왈부하며 화를 내는 팬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했다.

이와 함께 아이돌이 데뷔 초는 물론 연습생 때부터 대중에게 노출되고, 팬들과 함께 성장하는 구조가 되면서 삐뚤어진 소유 욕망도 점차 커지고 있다.

경찰에 전화를 걸어 에이핑크 살해 협박을 했다고 주장하는 네티즌은 연예 매체에 "에이핑크가 배우지망생들과 소개팅하는 모습에 분노"해서 이번 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신예 아이돌들은 악성 댓글로 심신이 지쳐 있는 상태다. 인기 아이돌 보다 영향력이 적으니 일부 네티즌들이 함부로 대할 수 있다는 어긋난 믿음을 갖고 악성 댓글을 달고 있다.

음악채널 엠넷의 보이그룹 선발 프로젝트 '프로듀스 101'에 출연 중인 김사무엘과 주학년에 대한 최근의 악성 댓글이 예다. 두 사람의 소속사는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신인 아이돌을 키우는 제작사의 관계자는 "일부 네티즌들이 신인 아이돌에 대해 악성 댓글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도 봤다"며 "항상 웃고 열심히 하는 아이돌 역시 본인들과 똑같은 감정을 가진 일반 사람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앞서 아이돌과 소속사가 자신들에게 위해를 가한 광팬이나 악성 댓글을 단 네티즌을 선처한 것이 경각심을 주지 못했다는 시선도 있다. 미나의 소속사 JYP와 에이핑크의 소속사 플랜에이가 강경 모드로 돌아선 이유다.

아이돌 제작사 관계자는 "아이돌과 소속사가 오죽 했으면 법적 대응을 강구했겠냐"라며 "건전한 아이돌 문화 조성을 위해서는 팬들이 아이돌이 소유의 대상이 아닌, 자신과 똑같은 인격체라는 인식을 갖는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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