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기 건설을 놓고 원자력계는 중단은 있을 수 없다며 강경하게 대응을 하고, 시민사회 단체들은 이제 탈원전 로드맵을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야 한다며 맞선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폭발 사고 등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국민들도 이제는 ‘탈원전’에 대해 고민을 하고, 실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실 원전은 값싼 전력공급 측면에서 보면 장점이 있지만, 자칫 관리를 잘 못해 방사능이 유출되고 일본 후쿠시마 처럼 폭발로 이어질 경우 후손들에게까지 폐허나 다름없는 국토를 물려줘야 한다. 그래서 이제는 값싼 전기의 유혹에서 벗어나 조금은 요금이 비싸더라도 신재생 등 깨끗한 에너지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사용하자고 한다.

일면 이런 요구는 맞는 말이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에너지정책의 방향이다. 그렇다고 당장 원전을 멈추는 것도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전체 전력공급의 30%를 담당하고 있으며, 에너지 가격 안정화를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전기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당장 필요한 수요를 맞추기 위해선 원자력과 같은 기저전원이 꼭 필요하다. 정책당국은 현실과 미래 사이에서 고민을 해야하며,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정책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원전을 또 산업의 측면에서도 바라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원전을 건설해 운영하는 나라 중 자체 설계 기술을 보유한 몇 안 되는 나라다. 영광 3,4호기 건설을 통해 한국표준형원자력발전소(OPR 1000)의 설계기술을 확보했다. 기술을 더 고도화해 ‘APR1400 설계기술’을 확보해 해외시장 진출에도 성공했다. 이를 설계한 한국전력기술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자로설계(SD)와 종합설계(AE)기술을 동시에 보유한 회사로 성장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은 앞으로 신규 원전 건설 중단이란 메시지를 담고 있어, 지난 40년 동안 축적한 기술이 사장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한국 수출입은행 등에 따르면 건설 중인 원자력 발전소는 67기에 달하며 단기적으로 2020년까지 약 82GW 규모의 신규 원전이 건설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축적한 원전건설 운영 기술을 놔두기에는 아까운 시장이다.

18일 40년 동안 가동된 고리 1호기가 영구정지 후 폐로의 길을 걷게 되는데,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이 전체 25기중 12기인 점을 고려하면 탈 원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리 1호기를 통해 폐로 기술을 확보할 경우 세계시장 진출도 기대할 수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세계 원전 해체시장 규모는 2050년까지 약 200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리나라 원전업계도 세계 원전해체 비용을 440조원으로 전망한 바 있다. 특히 2016년 말 현재 전 세계적으로 영구 정지된 원전은 159기. 이중 해체가 완료된 원전은 19기에 불과하다. 원전 해체시장 또한 매력적인 시장이 될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탈원전 로드맵은 진행하되 원전을 산업의 측면에서 바라보면서 건전하게 육성해 1970년대 원전기술을 보유한 선진국으로 부터 설움을 받아가며 축적한 기술이 사라지지 않도록 발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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