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호 서울대 공대 객원교수
박규호 서울대 공대 객원교수

조선시대에는 건국 초기부터, 새로운 나라의 체제유지와 선비들의 풍습을 일신하고 민풍을 교화하기 위해 염과 치를 사대부가 지켜야 할 규범으로 청백리(淸白吏) 제도를 두고 권장하였다.

청백리의 사전적 정의는 ‘조선시대에 선정을 위해 청렴결백한 관리를 양성하고 장려할 목적으로 실시한 관리 표창제도’인데, 전한 이래 역대 중국과 신라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염리(청렴한 관리)를 선발하여 재물을 주거나 관직에 제수한 기록이 있다. 중종 때 정비를 거친 후 선조 대에 선발절차 등이 보완되면서 제도가 확립되었으며, 선발인원은 사서에 따라 상이한데, 두산백과는 217명으로 적고 있다.

새삼스레 무슨 청백리 타령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최고 공직자인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속칭, 장미대선을 바라 보면서, 지금이 그래도 누구의 당락과 무관한 시점이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 개인적 염원과 소망을 담아 볼 기회라 생각되어서이다. 세칭 김영란 법을 두고 벌이는 논쟁을 보더라도, 시대에 따라 청렴의 기준이나 청백리상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수야 있겠지만, 근본취지는 변할 수 없다고 본다.

지난 대선을 보면 각 당의 홍보 차량이 자당의 후보를 유세하느라 분주했다.

때로는 시끄럽기까지 하다. 언론도 연일 대선 관련 보도로 분주했고, 한 철 만난 여론조사 기관도 얼마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지 모르지만 각종 조사결과를 쏟아 냈다.

각 후보들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 한 정책을 선보이며 연일 사자후를 토하고 있는 모습을 다양해진 언론 매체들이 경쟁적으로 보도했고, 그에 대한 검증과 팩트 체크도 실시됐다.

수신제가후에 여력이 있으면, 요즘 기준으로 지방과 나아가 중앙정부에서 공직에 봉사함이 필요하고 누군가는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공직 희망자가 수신의 바른 뜻을 알고 도전하고 있는 것인지, 적잖이 염려된다. 어쩌다, 큰 감투를 썼다가 자신은 물론 가족에게까지 돌이키기 힘든 폐를 끼치는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사서에서도 군자의 도를 깨우쳐 주는 [대학] 8조목에는 수신의 단계를 분명하게 설명하고 있다. 수신이란 격물치지하고 성의정심의 단계에 이른 것을 의미한다.

즉, 과학적으로 궁구하여 깊은 지식에 이르고, 바른 뜻을 이루어 객관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마음에 이른 것으로 나는 해석한다.

공직을 염두에 둔 사람이면, 그 직의 높낮음을 불문하고 누구라도 마음에 깊이 새겨 실천해야 할 금과옥조임에 틀림없다. 수신을 통한 인격이라는 그릇의 크기와 수분, 아니 염치를 아는 공직자를 국민은 기대한다.

개인의 성장과정이나 신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래도 우리의 최고 지도자는 오랜 기간, 상당한 규모의 조직에서 조직 내·외부 사람과의 소통을 해 본 정상적 과정을 거쳐 일정한 성과를 평가받은 리더를 누구나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 자리가 예전처럼 무소불위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님은 명백해 졌다. 오히려 국민 모두가 주시하는 아주 힘든 자리지만, 국가를 대표하는 영광스런 자리임에는 틀림없다.

청백리 마인드와 시대정신으로 무장된 지도자라야 주변 강대국들의 자국우선주의 정책과 힘의 논리에 맞서 당당하게 임할 수 있지 않을까?

자신에게나 국민에게 당당하지 못한 지도자가 밖에 나가 제대로 대접받기 어려운 것은 자명한 진리이다.

그들도 우리, 아니 상대방을 꿰뚫어 보고 자국의 이해관계를 따지고 만남의 장에 나오기 때문이다. 그간 여러 차례 실망도 했지만, 이번만은 우리의 국적에 맞는 언행과 균형 잡힌 감각과 판단력, 즉 정심을 갖춘 지도자이기를 고대한다.

새로운 정부가 시작하는 시기에 주제넘은 얘기를 했다. 10년 째 오르지 못하고 있는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 언제부터인가 외쳐 오던 4만 달러시대를 열 수 있는 지도자여야 한다.

혹여, 본인의 능력이 좀 부족하다고 느끼면 청백리상에 부합하는 인사를 보는 눈과 정파를 따지지 않는 탕평적 사고를 가진 인재의 고른 등용, 과감한 직무위임을 통해 국민만을 바라보는 멋진 리더십, 이번에는 꼭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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