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관계없이 개정안 쏟아져…법안 통과된 뒤 대안은 미비
에너지전환, 전기요금 인상 등 구체적 논의·공감대 형성 필요

국회에서 에너지 관련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미세먼지, 경주 지진 등 국민 안전과 관련된 문제와 기존 에너지 패러다임이 맞물린데다 기후변화대응이라는 전 지구적 대응책 마련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면서 상임위에 관계없이 관련 법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코 앞으로 다가온 19대 대선에서도 에너지·환경 분야가 화두로 자리했다.

대부분 법안의 소관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법안 논의에 성의를 가지고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지만 정작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나타날 변화에 대해선 뚜렷한 대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25일 현재 대표적인 에너지 관련 법안이라고 할 수 있는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20대 국회에서 48건이 발의됐다. 19대 국회 4년동안 발의된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76건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 9월 경주대지진 이후 발의된 법안만 따져도 36건이다.

법안의 성격은 대부분 원전, 석탄 등 기저발전의 규제와 연결돼 있다. 특히 전력수급 시 경제성보다 환경을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장병완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이 대표발의한 전기판매사업자가 전력 구매 시, 경제성과 전력수급의 안정성, 환경과 국민안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조항의 신설이다. 해당 법안은 이미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공포된 상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원욱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화성을)이 대표발의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에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발전설비의 설치·가동을 점차적으로 줄이는 내용을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하고, 전력거래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발전설비를 통해 생산된 전기의 공급을 제한하고 발전사업자에게 필요한 지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인천부평을)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기준이 단순히 발전량으로 되어 있어 천연가스 발전소와 미세먼지와 석탄화력발전소를 동일하게 취급받는 문제를 지적하며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기준을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해 발전원에 따라 의무공급량을 달리 정할 것을 규정하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키도 했다.

김영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더불어민주당, 부산진구갑)이 발의한 지방세법 개정안도 눈에 띈다. 김 의원은 원자력발전용 핵연료에 대해 10%의 세금을 부과해, 매년 1000억원을 지방세로 더 내게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위원장은 “화력, 가스 등 다른 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가 발전용 원료에 대해 별도로 개별소비세를 내는 것과 달리, 원전은 핵연료 자체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는 원전이 싸다는 이유로 원전일변도의 에너지 대책을 추진해 왔는데, 원전이 싼 이유는 지금까지 세금 한푼 물리지 않는 특별한 혜택으로 과소평가된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윤한홍 의원(자유한국당, 경남창원시마산회원구)이 액화석유가스(LPG)의 자동차 연료사용 제한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의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기존 에너지패러다임에 균열을 가져오는 법안이 국회에 다수 제기돼 있다.

하지만 법안 취지와 내용에는 공감하지만 법안이 통과될 경우 정부 에너지 정책의 틀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경제급전 원리를 환경급전으로 바꿀 경우 전력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대안 마련과 불가피한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는 지적이 높다.

실제로 미세먼지 배출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의 kWh당 발전단가는 LNG 발전의 절반이 되지 않는다.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가 현재 우리나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 수준에 그친다.

한 전문가는 “미세먼지, 원전 불안 등 국민적인 이슈에 정치권이 눈과 귀를 닫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전기가 국내 기업의 산업경쟁력 강화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판단이나 포퓰리즘성 법안 발의보다는 에너지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