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까지 신사업 매출 10조원 달성이 목표”

‘2025년 매출 100조. 국내 70조, 해외 20조, 신사업 10조.’

국내 최대 공기업 중 하나인 한전의 목표다. 2025년까지 매출 1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한전의 포부도 놀랍지만 신사업 분야에서 10조원 매출을 올리겠다는 의지가 눈에 띈다.

“어깨가 무겁죠. 신사업에서 매출 10조원을 달성하려면 지금부터 착실하게 준비를 해야 하니까요. 에너지신산업은 투자비용은 많이 들고 회수는 오래 걸립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를 할 수 있는 한전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거죠.”

지난 13일 전남 나주에 있는 한전 본사에서 만난 최태일 신사업기획처장의 말이다. 서울 성동지사장으로 근무하던 그는 지난해 12월 본사로 복귀했다. 이전에는 본사 SG기술개발팀, 해외기술개발팀에서 근무하며 기술과 현장을 두루 경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중앙집중형 발전에서 분산형 발전으로 전력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에서 국내 전력산업의 맏형격인 한전의 ‘기획자’로 부임했다.

“과거에 안주해 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한전도 살아남지 못하겠죠. 단순히 전력공급회사가 아니라 스마트 에너지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인식이 한전 내부에도 팽배합니다. 저 역시 신사업기획처장 부임 후 전력산업과 ICT 산업의 융합을 통해 변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최 처장은 본사로 돌아온 뒤 가장 먼저 지난해 성동지사에서 추진했던 TEMS(Total Energy Management System) 사업을 그대로 옮겨와 전국 단위로 확산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TEMS 사업은 기존의 K-BEMS(스마트그리드 스테이션) 사업과 히트펌프, 냉난방, 가스 등과 결합한 통합 에너지관리시스템이다. 전기를 넘어 에너지 전반을 아우르는 상위 개념의 사업이다.

한전은 직접 빌딩, 공장, 학교 등을 대상으로 에너지 진단을 실시하고,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기 설치를 지원한다. ESCO 사업과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TEMS 사업은 대상기관과 기기 설치 사업자간의 조율이나 설비 투자비를 한전이 부담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최 처장은 “성동지사에 근무하던 지난해 장로회 신학대학교를 첫 사업대상자로 선정했고, 오는 5월 준공식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사업을 해서 한전이 얻는 이득은 딱히 없어요. 그럼에도 해야 하는 이유는 한전이 공기업으로서 국가 에너지 효율을 높여야 하는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부터는 TEMS와 ICT를 접목해 에너지 모니터링, 분석·제어가 가능한 K-iEMS(종합에너지관리시스템)를 확산시키려고 합니다. 에너지다소비공장, 빌딩,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향후 10년간 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최 처장이 이처럼 에너지와 통신의 융합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비결은 미국에서 쌓은 학문적 경험 덕분이다. 그는 무려 25년전, 경북 상주지사에서 근무하던 중 자기계발이 필요하다고 판단,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에 입학해 전기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한다. 2년뒤 다시 회사로 돌아온 그는 무선기술을 활용한 배전자동화를 도입해 전국에 확대시키는 데 성공했다. 당시 국산화에 성공한 무선 배전자동화 기술 덕분에 국내 전력망의 안정성은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학문에 대한 그의 애착은 멈추지 않았다. 13년만에 부장으로 승진해 포항지사에서 근무를 시작했지만 박사학위에 도전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하지만 석사학위와 달리 박사학위는 회사에서 지원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자비로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3년간 휴직을 하고, 서울 구의동에 있던 자택을 팔아 마련한 자금을 들고 다시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한전 내에선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그때가 2006년이었다. 당시 연구한 분야는 ‘연료전지의 인공지능 제어’, ‘분산전원 제어 솔루션’ 등이다. 한국에선 최근 들어 등장하기 시작한 기술이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이 기술적으로 10년 이상 앞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10년전에 제가 미국에서 공부한 내용이 한국에선 이제 주목을 받고 있잖아요. 3년동안 자비로 공부를 하느라 정말 힘들었지만 그만큼 보람도 컸죠.”

최 처장은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디지털화&에너지 워크숍’에 다녀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주관한 이 워크숍은 전 세계 에너지 관련 기관, 기업의 주요인사들이 참석해 각국의 현황을 논의하는 자리다. 최 처장은 IEA의 공식 초청을 받고 국내 전력산업 대표로 참석해 K-iEMS를 소개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매년 발행하는 ‘세계에너지전망’에 K-iEMS를 소개할 예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수요, 전력시스템의 디지털화, 에너지 서비스, 플랫폼 관리가 중요해졌다는 걸 이번 워크숍에서 느꼈습니다.”

최 처장은 한전이 추진하고 있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ESS, 스마트에너지시티, AMI 등의 사업 역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과 접목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오는 5월 한전이 구축한 전기차 충전인프라를 관리할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인데 고객 편의를 고려한 서비스를 제시하는 사업자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도 검토 중이다.

최 처장은 “충전인프라를 관리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전기차 이용자의 이용패턴을 바탕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빅데이터와 IoT를 접목하지 않으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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