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 대표 발의한 전기사업법 일부개정안 산자위 소위 계류
전문가들, 전자파 인체 영향에 대한 역학조사부터 제대로 실시 주장

송재철 한양대 교수가 ‘전자파 관련 직업군 역학조사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송재철 한양대 교수가 ‘전자파 관련 직업군 역학조사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인체보호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전자파 노출 가이드라인을 확보해 대응을 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명확한 역학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의견이다.

지난 2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제349회 제8차 본회의에서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됐다. 전자파로 인한 피해 방지를 위해 관련 부처 간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법안이다.

하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을 전기설비의 안전관리를 위한 기술기준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국회 산자위 소위에 계류 중이다. 영유아, 노약자 등 전자파에 취약한 대상자 및 주거지에서 장시간 전자파에 노출되는 환경을 고려해 인체보호기준을 마련토록 한 개정안이다.

산업부는 ‘주거지에서의 장시간 노출’이라는 표현은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제외해달라는 입장이다. 현재 기술기준에서는 송전탑 아래만 규정하고 있는데 주거지를 포함할 경우 일반 가정에서도 기술기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용래 산업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저농도 전자파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에 대해서는 유해기준이 없고, 과학적으로도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표현은 제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전자파에 의한 인체보호기준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장 정부나 한전이 나서서 전자파 인체영향 역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단순한 임상 수준이 아니라 그동안 소송으로 이어진 사건에 대해서는 역학조사 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태희 산업부 차관도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다.

전자파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장기간 전자파에 노출되는 직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 등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지난 2월 24일 한전 송변전건설처가 주최한 ‘전력설비 전자파 전문가 포럼’에서도 이와 같은 논의가 진행됐다.

‘전자파 인체보호 기준에 관한 사전 타당성 연구’ 과제를 진행하는 김윤원 한림대 교수는 이날 포럼에서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려면 관련 기술과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국내외 전자파 인체보호기준과 기술수요조사, 주요과제 도출 등을 토대로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파에 노출된 직업인들을 장기간에 걸쳐 역학조사를 실시한 송재철 한양대 교수는 “전기 근로자의 경우 악성 뇌종양의 위험도가 증가했고, 유방암, 유산, 조산, 기형 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약간이지만 높게 나왔다”며 “루게릭병 환자 100명과 일반인 400명을 대조해 직업에 따른 전자파 영향을 분석한 결과 드라이클리닝 종사자의 경우 일반인보다 루게릭병 발병률이 21배나 높았다”고 말했다.

송재철 교수는 다만, 통계 표본수를 더 확대하고, 훈련된 연구진을 통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자파의 직접적 노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지만 확실한 근거가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5년간 역학조사를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자계 위험을 예방하고, 한전이나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건강도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이날 포럼을 주최한 한전은 전력설비로 인한 전자파 갈등을 해소할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제3의 전자파 중립기구를 설립해 공정한 전자파 정보를 제공하고, 전자파 관련 연구를 지원하기로 했다. 비영리단체를 중심으로 기구를 설립해 중립성을 보장할 방침이다.

또 전자파 노출 직업인들의 암 유병 역학조사연구를 검토할 방침이다. 3월까지 이 연구의 타당성을 검토한 뒤 연구 계획을 수립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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