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명이 하던 일을 4명으로…대신 생산능력은 2배 향상
200억원 투자 자동화라인 구축…로봇용접기로 '뚝딱'

#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에서 천안방향으로 내달리다보면 입장휴게소를 지나 우뚝 솟은 거대한 타워를 보게 된다. 경부고속 상·하행 어디에서도 한 눈에 띄는 타워에는 큼지막한 글씨로 티센크루프가 새겨져 있다. 출장이 잦은 기자는 이 타워가 눈에 띄면 천안쯤 왔구나 위치를 짐작하곤 한다. 이제 티센크루프 엘리베이터 타워는 천안의 명물이 됐다. 승강기 테스트를 위한 타워 바로 옆에는 축구장 5개를 합쳐 놓은 크기(3만6000㎡)의 공장이 자리한다. 이 공장이 최근 승강기업계 최초로 200억원을 투자해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했다.

◆자동화 판금설비 및 로봇용접기 도입…연간 승강기 생산능력 2배 향상

티센크루프는 승강기 업계 최초로 자동화 판금설비를 도입했다. 여러 사람이 하는 일을 기계가 대신해 제품 품질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고, 신기후체제를 맞아 친환경 공정을 구축한 것이다. 이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작업이다. 더욱이 똑똑한 제조업을 표방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가장 큰 변화는 생산라인의 인력감소다. 자동화 판금설비가 설치되면서 13명이 하던 일을 이제는 4명만 있어도 가능해진 것이다. 기존에 승강기 판넬을 잘라내고, 구부리고, 철판에 구멍을 내고, 용접하는 각각의 공정은 작업자가 일일이 기계를 조작해야 했다.

하지만 자동화 판금설비가 구축돼 이 모든 공정이 버튼 하나로 한 번에 가능해졌다. 설비를 조작하고 판넬을 나르는 시간이 줄어들어 더욱 빠른 시간에 더 많은 승강기 제작이 가능해졌다.

또 로봇용접기를 두 대나 설치해 공정시간을 한층 단축했다. 다른 제조 산업에선 흔히 볼 수 있는 로봇이지만 승강기 기업에선 최초로 도입됐다. 1mm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로봇으로 정교함을 구현하고, 효율성을 높였다. 불꽃이 튀는 위험한 일을 로봇이 대신하니 작업자의 안전도 더욱 강화됐다.

판금생산라인에서 인력이 3분의 1 줄었지만 생산성은 2배 가량 향상됐다. 현재 천안공장은 연간 2만대의 승강기 생산이 가능하다. 매년 증가하는 생산량도 이번 자동화라인을 구축하기 위한 배경이 됐다.

그렇다고 고용 인력을 줄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남은 9명을 인력이 부족한 다른 현장에 투입해 단점을 보완했다.

장동윤 티센크루프 생산기획실장은 “2012년 이후 티센크루프의 국내외 승강기 판매량은 계속해서 증가추세에 있고, 현재 신규설치로만 따지면 현대엘리베이터 다음으로 많다”며 “기존 생산설비로는 승강기 제작에 한계가 있어 자동화라인을 구축해 생산규모를 늘리고, 효율성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스마트 물류센터 구축…실시간 출하정보 및 재고관리로 ‘효율성 업’

생산라인에서 만들어진 승강기 부품들이 마지막으로 향하는 곳이 바로 물류창고다. 8400㎡ 면적의 물류센터에는 출하를 기다리는 수많은 부품이 빼곡히 쌓여 있었다.

반자동 컨베이어시스템과 바코드시스템을 구축해 어떤 부품이 언제, 누구에게, 얼마만큼 배송되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모든 출하정보를 작업자가 수동으로 확인하지 않고, 태블릿PC 한 대로 언제 어디서나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정보는 SNS를 통해 고객에게도 전달된다.

또 ERP 전산시스템을 도입해 모든 부품에 대한 재고관리가 가능해진 점도 가장 큰 변화다. 제품에 대한 판매정보가 쌓여 빅데이터를 형성, 이러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연간 생산량을 계획하고 일정을 조절할 수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신제품 개발에도 나설 수 있다.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 등 소프트웨어와 결합한 하드웨어(생산라인)로 ‘똑똑한 공장’을 구현한 것이다.

장동윤 실장은 “자사는 자동화 첨단설비 구축으로 국내 승강기업계에서 한국형 인더스트리4.0 구현을 가장 선도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며 “이는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티센크루프가 전세계 승강기 산업의 주역이 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인터뷰)박양춘 티센크루프 엘리베이터 코리아 사장

“국내 승강기시장은 성장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최근 몇년간 계속해서 증가해 온 승강기 신규설치 대수는 향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장에서 기업의 박리다매 전략은 더 이상 먹혀들지 않을 것이며, 고부가가치 중심의 새로운 수요가 발생할 것입니다.”

박양춘 티센크루프 엘리베이터 코리아 사장은 “그동안 매출 규모를 키워온 티센크루프도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며 “이를 위한 돌파구로 올해부턴 수익성 위주의 내실경영에 집중할 전략”이라고 말했다.

고객에게 고부가가치 상품을 내보이기 위해 티센크루프는 이미 수년 전부터 준비를 해왔다. 하드웨어(생산시설) 투자와 더불어 소프트웨어(복지) 강화에 주력했다. 최근 천안공장에 자동화 생산라인을 구축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2012년 취임해 어느덧 6년차를 맞은 박 사장은 올해를 경영 2기의 원년으로 삼았다. 수익성 확보를 위해 선택한 전략은 서비스사업 강화다.

박 사장은 “승강기산업이 선진국 수준에 이르면 안전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생기기 시작하는데 우리나라가 딱 그 시기에 도달했다”며 “이제는 고객들도 승강기 유지관리가 가전제품의 A/S 수준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하고, 안전과 서비스에 제 값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승강기 유지관리 제도를 강화하는 정부의 움직임도 이러한 전략의 배경이 되고 있다. 티센크루프는 올해 서비스사업부에 30명을 추가로 채용했다. 또 최근 도입한 트레이닝 버스로 전국 80개 지점을 돌며 기술자 교육도 계획하고 있다.

박 사장은 “올해는 승강기 서비스사업에 디지털 방식을 도입해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며 “홀로렌즈 등 증강 가상현실 장치를 이용한 승강기 유지·관리 사업을 구상하고 있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사고와 고장 예방으로 업계를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승강기 서비스사업도 IoT를 이용한 스마트 방식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사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전세계 최초로 MS 클라우드 서버를 통한 고부가가치 유지·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