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원전 안전성 국제 심포지엄 개최
국내외 원전 전문가, 전 세계 원전 지진 피해사례 분석

“후쿠시마 원전보다 한국의 원전이 더 안전하다. 동일한 사고가 나더라도 일본처럼 대량 방사능 유출은 발생하지 않는다.”

지진이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원전 전문가들은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국내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규모의 지진은 원전이 견딜 수 있고, 만약 피해가 발생한다고 해도 방사능 유출의 우려는 없다는 것이다.

이종호 한국수력원자력 기술본부장은 “최근 후쿠시마 원전을 직접 다녀왔는데 격납건물의 안전성 면에서 우리가 훨씬 앞선다는 걸 확인했다”며 “격납건물은 원자로가 녹아도 방사능 유출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우리 원전은 최악의 경우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도 3일 동안은 방사능이 유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원전 안전성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한 국내외 원전 안전 전문가들은 지진이 원전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문제점을 진단했다.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원전 지진 피해사례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한국의 원전은 과연 안전한지 평가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신 모리타 국제원자력기구(IAEA) 국제지진안전센터장은 “원전은 한발짝만 벗어나도 큰 사고로 이어지는 걸 빗댄 ‘벼랑끝 효과’를 예방할 수 있도록 내진설계 시 충분한 여유도를 확보해야 한다”며 “일본의 카시와자키 원전은 내진설계 기준보다 2배 이상 규모가 큰 지진이 발생했지만 원전의 안전구조물에 미친 영향은 없었다. 충분한 여유도를 확보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원전 주변에 지진이 발생했을 때 충분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며 “경주 지진과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원자력 사업자는 내진설계 기준을 초과하는지 파악하고, 초과할 경우 구조물의 손상, 계통영향, 고장여부를 파악해야만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고로 인한 파급효과가 큰 원전의 특수성을 고려해 안전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의 주요 원전을 설계하거나 설계에 참여한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는 2011년 버지니아에서 예상보다 큰 지진이 발생했을 과거 분석한 지진영향 평가외에 추가적인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칼 짐브론 웨스팅하우스 구조분석 책임연구원은 “미국 동부의 노스애너 원전은 상업운전 시작할 때 0.75g의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단층이 발견됐지만 영향은 없다고 평가했다”며 “그런데 2011년에 실제로 지진이 발생하면서 추가적인 지진 후 내진성능평가 분석을 실시했고 설계 기준 이상의 충분한 여유도가 있다고 파악돼 추가적인 설비 개선은 필요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스애너 원전은 지진 이후 원전 전문가 그룹에 현장을 개방해 안전분석을 지원했다”며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려면 기존의 내진 성공, 실패 사례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인 신고리 5,6호기 건설과 관련된 다수호기 안전성 문제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진행 중인 다수호기 안전성 관련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양준언 원자력연구원 종합안전평가부장은 “많은 분들이 만약에 다수호기의 원전이 동시에 사고가 발생하면 어떡하냐고 묻는데 과학기술에 근거해 답하자면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만큼 위험성은 크지 않다”며 “다만 사고 가능성은 지극히 낮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은 존재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연구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 모리타 센터장은 “다수호기는 원전끼리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일호기보다 더 위험한 건 사실”이라며 “IAEA도 다수호기 안전기준 관련해서는 많은 활동을 안하고 있고, 회원국에서 진행 중인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제순서가 끝나고 진행된 질의응답 순서에서는 5일 재가동 승인이 난 월성원전 1~4호기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강은주 부산 녹색당 관계자는 “최근 부산에서 세번째 원전 안전 토론회가 열렸는데 부산시민은 거의 없고 원자력 관련 관계자가 대부분”이라며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아 부산시민이 참석하지 않았는데 주민과 소통한다고 말하는 건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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