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까지 2조 투입…원전 안전 강화・국제 협력 확대 ‘방점’

제5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이 원자력진흥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 되면 내년부터 5년간 국내 원자력 산업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 반원전 인식 확산 등 그 어느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원전 산업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인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온라인으로 공청회를 진행하고 있는 제5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안)은 어떤 정책 방향을 담고 있는지 26일 전문가 공청회에서 나온 내용을 정리했다.

◆원전 사고 위협 증가로 대비체제 구축 초점 맞춰

5차 종합계획의 가장 핵심적인 추진과제로는 안전이 꼽혔다. 최근 발생한 지진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원전의 내진성능을 규모 6.5 지진에서 7.0 지진까지 견딜 수 있도록 보강하고, 물리적인 방호, 사이버 보안 등에도 대비한다. 지난해 6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발표한 ‘원전사고관리 강화조치’도 철저하게 이행하기로 했다.

가동 중인 원전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 개선과 유지·보수 체계도 강화한다. 원전 기기·구조물의 상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이동식 무인점검 기술도 확보하는 방식이다.

원전 중대사고에 대처하고, 심층방어할 수 있는 원천기술 투자도 확대한다. 관련 실증실험시설, 중대사고 해석코드 국산화, 사고 저항성 핵연료 개발 등이 포함됐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방사선 안전, 방호체계 확립을 목표로 원전지역 방사선 영향에 대한 실증 데이터도 확보할 방침이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방사선 영향 역학조사를 원전 운영, 건설 예정 지역까지 확대하고 주민, 종사자들의 역학통계를 구축해 정책결정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미래 원자력 발전의 과제인 사용후핵연료, 원전해체 관련 기술 확보도 주요 정책 중 하나다. 고준위방사성페기물관리 기본계획이 수립됨에 따라 사용후핵연료 부피를 감소시키거나 환경과 격리시키는 영구처분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직접처분, 재활용, 위탁재처리, 국제공동저장·처분 등 다양한 기술적 방안을 연구한다. 사용후핵연료를 활용할 수 있는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의 타당성 확인에 관한 내용도 계획에 포함시켰다.

5차 계획이 마무리되는 2021년까지 고준위방폐물 처분장 부지선정을 위한 조사절차에 착수하고, 관리절차법을 비롯한 관련 제도 마련에도 신경쓴다. 각 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포화되는 시점에 대비해, 부지 내에 임시저장시설을 확충할 수 있도록 지역 지원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다.

내년 6월 가동을 중단하는 고리 1호기를 해체할 수 있는 해체모델을 확보하고, 미래 해체시장에 대비한 해체 생태계도 조성된다. 고리 1호기는 즉시해체 방식인 해체준비(2년)-사용후핵연료 냉각 인출(5년 이상)-제염·철거(6년 이상)-부지복원(2년)의 순서로 해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미래 해체시장을 염두에 두고 기업, 연구소, 공공기관이 들어서는 해체산업 집적화단지를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시장 환경 변화 발맞춰 원자력도 변화 시작

원자력 산업에 신재생에너지의 도전이 격화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개발도 추진한다. 기저부하의 역할을 해 온 원전의 유연성을 확대하고자 부하추종능력을 확보하기로 한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국내 전력망의 여건이 변화하면서 원전도 전력생산을 유동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이다.

원자력 유관기관마다 별도로 진행하는 인력 양성을 통합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 구축 방안도 나왔다. 전문인력 통계를 통합적으로 분석·관리하고, 관계부처가 협의를 통해 인력수급계획을 수립하는 내용이다. 국내뿐 아니라 국제 교육훈련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인프라를 확대할 계획이다.

미래 원전 기술을 주도하기 위해 R&D 전략도 새롭게 구성했다. 우선 연구전략을 선두를 쫓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에서 퍼스트 무버 전략으로 전환한다. 도전적인 연구를 촉진하고, 융합연구개발 수요를 발굴한다. 실시간으로 연구결과를 평가하는 R&D 평가체제도 새롭게 도입해 혁신을 유도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원전 납품비리의 여파로 국내 원자력 산업이 위축됨에 따라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체질을 강화하는 계획도 담겼다. 원전산업계를 중심으로 ‘글로벌 원전산업연구소’를 신설해 핵심기술, 정책, 정보를 공유하도록 했다. 중소·중견 기업의 시장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해외 시장 진출도 지원한다.

시장 수요에 맞게 수출 주력 원자로인 APR1400 외에도 소형, 중형, 대형 등 다양한 원자로 수출 모델을 구축한다. 전력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오지는 소형 원자로를, 동남아시아와 같은 저전력망 국가에는 중형 원자로를 적용한다.

◆고부가가치 키우고, 국제 사회 기여도 높이기로

방사선 이용·개발을 통해 부가가치를 키우는 방안은 제4차 종합계획에 이어 강조하고 있다. 방사선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방사선 의학기술도 확보한다. 이를 위해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업지원도 늘린다. 고부가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제품화, 산업화 등 전주기에 걸쳐 R&D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신규 원전 건설, 방폐장 건설 등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민사회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소통정책도 전개한다. 원자력 사업자의 일방적인 정보 공개가 아니라 직접 주민을 찾아가 원전운전, 사용후핵연료 관리실태, 실시간 방사선량 등의 소식을 전달하기로 했다. 주요 원전 정보를 통합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통합정보관리시스템 구축도 검토 중이다.

원전 산업 강국으로서 국제 원자력 사회에 기여하고 국제협력도 추진한다. 아태원자력협력협정(RCA)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농업·보건·환경·산업 분야에서 기반구축을 지원하기로 했다. 핵 비확산, 핵안보 분야에서 국내에서 확보한 기술을 국제사회와 공유하는 방안도 담겼다.

한편 원자력진흥종합계획 공청회에 참석한 모 원자력 관계자는 “원자력진흥종합계획이 원자력계만의 문제가 아니고 원자력에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는 국민도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며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이 있는지 살펴보고 마지막까지 고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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