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해 졸업생 취업률 100% 달성, 작지만 강한 학교 꿈꾼다

원자력마이스터고 학생들이 한수원 인재개발원에서 현장체험 학습을 하고 있다,
원자력마이스터고 학생들이 한수원 인재개발원에서 현장체험 학습을 하고 있다,

지난 12일 울진군 평해읍에 위치한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등학교를 들어서자 운동장 한켠에 있는 원자력 터빈이 눈에 들어왔다. 길이 3m는 족히 넘을 것 같은 터빈 로터를 고등학교에서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원자력 업계 기술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지난 2011년 탄생한 원자력마이스터고다운 모습이다.

이유경 원자력마이스터고 교장은 “한울원전본부 1호기에서 사용하던 터빈 로터인데 지난 2014년 우리 학교에 기증됐다”며 “국내 유일의 원자력 특성화 고등학교인 우리 학교가 아니면 볼 수 없는 명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유경 교장은 32년간 한국수력원자력에서 근무한 실무 전문가다. 그 중 24년은 한울원전본부에서 근무했고 한울원전 2발전소장도 지냈다. 교육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지난해 원자력마이스터고 교장 공모에 지원해 올해 3월 신임 교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수개월간 교육 연수를 받으면서 실무경험을 살려 원자력마이스터고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작지만 강한 학교’가 이 교장이 세운 목표다.

◆폐교 위기서 명문 고등학교로 발돋움

원자력마이스터고가 위치한 평해읍은 인구 3000여명의 작은 도시다. 이 때문에 마이스터고의 전신인 평해공업고등학교는 학생 수가 부족해 폐교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이스터고로 지정된 이후 전교생은 236명으로 늘었다. 폐교 직전의 학교가 지역 명문 학교로 우뚝 선 것이다. 지금은 울진군뿐 아니라 전국에 있는 우수학생들이 원자력마이스터고에 몰리면서 학교의 위상도 달라졌다. 교사 수도 꾸준히 늘어 40명에 이른다.

원자력마이스터고의 가능성은 올해 초 첫 졸업생을 배출하면서 확인됐다. 졸업생 79명 전원이 취업에 성공했고, 면면을 살펴봐도 한수원을 비롯한 발전공기업, 대기업, 중견기업 등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취업현장에서 원자력마이스터고 출신 학생들의 실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덕분에 신입생 선발도 까다로워졌다. 선발인원의 15%는 울진군 거주학생으로 선발하고 나머지 85%는 전국을 대상으로 한다. 올해 신입생 81명을 모집하는데 지원한 학생은 200명을 넘어 경쟁률은 3대 1에 육박했다. 무엇보다 지원 학생들의 대부분이 내신성적 상위 20% 이상이라는 걸 비춰보면 원자력마이스터고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이런 결과를 이끌어낸 건 차별화된 교육이 한몫했다. 원자력 특성화고에 맞게 원전산업기계과와 원전전기제어과 2개 학과를 운영하고 있고, 원자력 기초교육을 기반으로 전기, 전자, 기계 등 일반적인 공업계 학교에서 하는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단순히 원자력 교육만 받는 게 아니라 종합적인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다. 덕분에 수업량도 많은 편이다.

서정엽 원전전기제어부장은 “원자력마이스터고 졸업생은 원자력 업계에만 진출할 수 있다고 오해할 수 있는데 종합 교육을 통해 송·변·배전 분야나 전기생산직도 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전 견학 통한 현장 경험이 가장 큰 혜택

첫 해부터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이유경 교장은 이제부터가 시작이고,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유경 교장은 “첫 졸업생들의 결과가 좋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시스템을 잘 갖추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장은 한수원에서 근무하며 쌓은 경험을 학생들 교육에 접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다른 것보다 현장 중심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원자력 기초부터 중간 수준까지 이론교육을 기초로 쌓은 뒤 한울원전, 고리원전에 있는 교육훈련센터에서 실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2학년부터는 원자력문화재단에 위탁해 한수원 본사, 원자력연료, 원자력환경공단 등을 견학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최근 한울원전과 멘토링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도 학생들을 위한 결정이었다. 한울원전 2발전소장으로 근무한 경험도 있는 그는 한울원전을 통해 학생들이 실질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오는 10월 31일에는 한울원전 교육훈련센터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교육도 진행한다.

◆자격증 취득 지원, 어학능력 향상 등 지원

원자력마이스터고등학교는 지역적 특성상 외부에서 별도의 교육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학교에서 모든 걸 해결하는 '올인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먼저 특성화 학교답게 학생들의 자격증 취득을 학교 차원에서 신경을 쓰고 있다. 한 학기 1개 자격증 취득을 장려해 졸업할 때 최소 자격증 6개는 확보하도록 유도한다. 무분별하게 자격증 개수에만 치중하기 보다는 교사들이 시장조사를 통해 시기별로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원자력 산업에서 일하거나 해외 원전 현장으로 진출하는 경우를 대비해 영어교육도 수준을 한 단계 올려 진행하고 있다. 영어면접 대비는 물론 원어민 강사를 초빙하는 등 교육의 질을 높였고, 재학생 전원이 토익시험에 응시하도록 관리한다.

학생뿐 아니라 교사들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원자력 관련 지식이 풍부한 한수원 퇴직인력을 강사로 초빙해 수업을 진행하고, 다른 교사들도 원자력을 공부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이 쉽게 원자력을 공부할 수 있도록 원자력 계통 책을 직접 제작해 내년부터 활용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교사들의 주거복지 차원에서 학교 인근에 40실 규모 사택을 짓고 있다.

이유경 교장은 “원자력마이스터고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면서 학생들이 종합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학교, 경상북도, 한수원 등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제 3년이 됐는데 앞으로 오랜 전통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기틀을 다지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취업 연계 모범사례, 한수원에서 찾다

김동하 군(왼쪽)과 고덕준 한울교육훈련센터 교수
김동하 군(왼쪽)과 고덕준 한울교육훈련센터 교수
“직접 본 원전 규모에 놀라, 책임감 가지고 일하겠다”

올해 원자력마이스터고등학교 졸업생이 가장 많이 취업한 회사는 바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다. 졸업생 79명 중 17명이 한수원에 입사했다. 그중에서도 김동하 군은 이미 중학교 때부터 한수원에 가는 걸 희망했고, 올해 3월 꿈을 이뤘다. 김동하 군은 현재 한울원전본부로 배정돼, 한울교육훈련센터에서 원자력 계통 기초·설비 교육을 받고 있다.

“중학교 때 한수원에 다니는 지인을 만났는데 워낙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줘서 중3 여름방학때부터 마이스터고 준비를 했어요. 기술시험이랑 실기시험, 면접을 봤는데 다행히 합격했죠.”

원자력마이스터고에 입학하고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한수원은 마이스터고 내에서도 학생들에게 인기가 가장 높은 회사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원전 견학을 다녀오고 나서는 한수원에 대한 애정이 더 생겼다. 원전의 어마어마한 규모에 먼저 놀랐고, 한수원 마크를 달고 현장을 누비는 직원들을 동경하게 됐다.

하지만 한수원에 합격하고 나서 해야하는 공부량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김 군은 말한다. 원자력 계통에 대한 이해와 절차를 확실히 습득하지 않으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교육량이 상당하다. 한울교육훈련센터에 온 교육생들은 입사과정에서 1차적인 기본적인 소양은 검증을 마쳤기 때문에 이곳에서 아마추어적인 생각을 버리고 프로페셔널한 인재로 거듭난다. 원자력 산업에 몸 담고 있다는 책임감, 사명감도 기른다.

고덕준 한울교육훈련센터 교수는 “한수원에 입사하면 먼저 고리 인재개발원에서 교육을 받은 뒤 각 원전 본부 훈련센터로 배정돼 총 6주에 걸쳐 교육을 받는다”며 “보통 교육생들 입장에선 생소한 내용이 많아 힘들어 하는데 원자력마이스터고 출신 학생들은 아무래도 기본적인 교육을 받고 와서 그런지 적응을 빨리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총 6주의 교육기간 중 마지막 한 주를 남겨 둔 김동하 군은 앞으로 발전팀에서 근무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수원에 들어 온 만큼 발전팀 업무는 경험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OJT를 받으러 갔다가 만난 발전팀장의 카리스마가 너무 멋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발전팀장 자리까지 올라보고 싶습니다.”

이유경 원자력마이스터고 교장
이유경 원자력마이스터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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