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위험성에 대한 주관적 위험 수준과
객관적 위험 수준 간극 줄이는 노력 필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원전에 대한 관심이 증대한 이후 국민 인식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한국정책학회에서 원자력발전 필요성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2015년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3%가 긍정적, 22%가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2010년 조사에서는 60%가 긍정, 11%가 부정적인 응답을 했었는데, 2015년 조사에서는 원전 필요성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향후 원자력발전소의 추가 건설 여부에 대해서는 2015년 응답자의 0.8%만이 늘려야 한다고 답했고, 45.4%의 응답자가 “현재 원전을 유지해야 하며, 수명이 한계에 이르면 새로운 원전으로 대체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2010년 서울대 조사와 비교하여 봤을 때, 원전의 기수를 늘려야 한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14%에서 0.8%로 현저히 줄어들었으며, 설계수명이 다하면 대체 원전을 새로 짓지 말아야 한다는 비율이 18%에서 37.8%로 늘었다.

또한 한국리서치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이 “필요하다”라는 응답은 89.4%로 대부분의 국민이 원자력발전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원자력발전소를 “늘려야 한다”는 응답은 29.9%로 줄여야 한다는 의견 14.1%보다 5.8% 많다고 조사됐다.

한편 국민의 54.3%는 “현재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라고 응답해, 2011년 이후 ‘유지’ 의견이 ‘증설’ 의견을 지속적으로 앞서고 있다.

또한, 원자력발전소가 “안전하다”는 의견은 39.1%이며, “안전하지 않다”가 57.9%로 18.8% 더 많아 여전히 원전 안전성과 관련된 불안감이 우세한 상황이다.

수용성제고를 위한 과제는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주관적인 위험 수준과 객관적인 위험 수준의 간극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원전 위험의 수용성은 기본적으로 기술과 정보에 대한 신뢰성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소통 채널을 통한 신뢰 구조의 확립이 중요하다. 특히 기술 자체에 대한 신뢰성의 경우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위험에 대한 정보보다 정서적이고 주관적인 인식에 더 의존한다. 정보에 대한 신뢰성의 경우에도 원전 관련 정책 결정 및 집행기관, 그리고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전달하는 행위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원자력의 사회적 수용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의 사회·경제적 편익의 증대가 불가피하다. 대중에게 제시되는 사회·경제적 편익의 크기에 따라 위험을 인식하는 정도가 달라지고, 인식된 혜택의 크기가 클수록 수용력은 높아진다. 이는 위험의 크기가 같은 데도 경제적 보상만 커지면 대중이 이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편익이 커질수록 대중이 느끼는 위험의 정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대중은 기술적이고 합리적인 차원뿐 아니라, 경험적이고 정서적으로 위험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또 원자력 정책은 사회계층 간에 차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같은 상황에서도 위험에 대한 인식은 이해관계의 정도뿐 아니라, 계층, 연령, 성별, 지식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차이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이해관계가 밀접 할수록 위험

인식은 커지고, 사회적 지위나 영향력이 클수록, 여성에 비해 남성이, 일반인에 비해 전문가 집단에서 위험 인식의 정도가 낮고, 사회적 수용성이 높은 편이다. 따라서 원자력 정책은 다양한 계층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

또 민주적 절차와 과정을 설계하고 집행할 줄 아는 정책 역량의 성숙이 필요하다. 사회적 수용성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는 대중과 이해관계자의 의사를 무시한 일방적인 추진이다. 부안 방폐장 입지 선정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갈등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따라서 정책 역량 가운데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할 줄 아는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이를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설계하고 집행할 줄 아는 정책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

정책 목표와 효과를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이 수용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지자체가 설정하고 추진하는 정책, 즉 비전과 전략, 그리고 목표와 수단은 지역주민들로부터 지자체의 정책역량으로 평가되고 그 결과가 지역주민의 원전 수용성에 매개효과로 나타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인으로 판단된다.

원자력 위험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합리적·정서적·신뢰·의사소통·사회적 배경 변수 등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위험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합리성은 감정적 요인에 의해 쉽게 무너지는 한계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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