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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기후변화 시대의 고준위방폐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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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전 두산중공업 부사장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지나는 일이 낯설지 않다. 미세먼지가 태아의 사산확률까지 높인다는 핀란드의 연구결과도 나왔다. 경유차 운전자들은 경유값 인상 논란에 헷갈리고, 석탄화력발전사들도 최고의 집진시설을 갖췄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서로 다른 진단과 해법 앞에 국민들은 어지럽다.

비단 미세먼지만의 일일까? 지난 3월은 역대 3월 중 가장 온도가 높았고, 아프리카는 최악의 가뭄으로 고통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잦아진 배경도 이상고온이다. 기후변화는 미래의 경고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이 시대의 위험이다. 뒤로 미뤄 둔 일을 챙기면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 5월 25일 정부가 발표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특히 눈길이 가는 이유다.

모든 의사결정에서 이상론과 현실론은 늘 충돌해왔다. 그러나 선택은 현실이다. 원자력발전의 위험성 때문에 원자력 발전을 멈춰야 한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은 모든 에너지원 가운데 이산화탄소 배출이 가장 적다. 기후변화 시대 최적의 에너지라는 얘기가 괜한 것이 아니다. 향후 원전 비중을 어떻게 할지는 에너지믹스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중장기 과제지만, 원전 부산물인 고준위방폐물 관리의 해법 없이는 현재 원전도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각 원전에 보관중인 고준위방폐물 저장시설이 포화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계획에도 이런 심각성이 담겨있다. 지금까지 배출된 사용후핵연료가 1만4000t이다. 3년 뒤 월성원전부터 저장시설은 포화 예정이다. 지금까지와 같은 원전 내 단기저장 방식으로는 해결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우리 현실에서 고준위방폐물을 재처리할 수 없을뿐더러, 재처리 하더라도 고준위방폐물은 다시 배출되기에 어차피 방폐장은 필요하다. 원전이 4기밖에 없는 핀란드가 세계 최초로 영구처분시설을 짓기로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영구처분 이외의 다른 선택이 없다.

다만 중저준위 방폐장 선정에도 19년이 걸렸는데,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이 가능할 것인가라는 비관론이 문제다. 정부가 국제공동저장‧처분시설 확보 노력도 병행하겠다고 밝힌 이유도 퇴로를 열어두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고 비관적 전망으로 일관하는 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역대 정부를 지나는 동안 고준위방폐장 추진 정책이 9번이나 무산됐던 과거가 비관적 미래의 증거는 아니다.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예고했던 영국의 스톤보고서가 발표된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기후변화가 이렇게 심각한 현실이 될 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달라진 환경만큼 생각도 변한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이 있고, 미뤄둔 일은 해야 할 때가 온다. 지금이 그 시점이다.

33년 동안 축적된 정책 무산의 경험이 녹아든 이번 계획으로 고준위방폐물 관리의 큰 방향은 잡혔다. 이젠 구체적 방안을 실행할 때다. 가장 시급한 월성원전 단기저장시설 확충 문제부터 시작해야 한다. 명백하게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기후변화의 원인진단보다 일상에서 작은 실천이 필요한 것처럼, 도래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비관적 전망으로 일관하기 보다는 시급한 단기저장시설 확충에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한다. 험한 산중의 오솔길은 한 두 사람의 작은 발걸음이 모여 만들어진다. 난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길을 여는 지혜도 얻게 될 것이다.
작성 : 2016년 05월 31일(화) 10:36
게시 : 2016년 06월 01일(수) 10:35


김태우 전 두산중공업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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