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한국, 기업에서 미래를 찾다 - 디지털 시대의 비즈니스와 사회 재창조

연설하는 조 케저 지멘스 회장.
연설하는 조 케저 지멘스 회장.

‘평화와 번영’, 이 두 단어는 희망적이면서도 깊은 의미를 품은 단어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한국과 독일처럼 번영한 나라는 매우 소수입니다.

한국은 ‘한강의 기적’으로 경제성장 궤도에 올랐습니다. 독일은 2차대전 후 수년간의 재건 시기에 ‘마샬플랜’을 통해 ‘라인강의 기적 (Wirtschaftswunder)’을 일으켰습니다.

저는 1950년대에 태어난 독일인으로서 ‘통일로 가는 길’이 길고 험난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독일이 통일되기까지는 40년 이상이 걸렸습니다. 1989년 갑작스럽게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습니다. 그 누구도 그 순간을 예측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지멘스 같은 대규모 서독 기업들은 제 몫을 다했습니다. 1991년 6월까지 지멘스는 구(舊) 동독 지역에서 2만 명의 직원을 고용했습니다. 그럼에도 상황은 어려웠고 소요된 비용도 상당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우리가 디딘 모든 발자취가 가치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현재 독일은 통일된 한 국가입니다. 물론 지금도 문제가 없진 않지만, 이제 독일인들은 자유로운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며 평화와 번영을 누리고 있습니다.

지멘스는 100년이 넘도록 전세계 200개국 이상에 진출해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험에 따르면, 변화에 잘 적응하는 국가들은 앞서가는 반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국가들은 뒤처집니다. 바로 적응력, 즉 비즈니스와 사회를 재창조하는 능력입니다.

그렇다면 국가가 이러한 ‘적응력의 DNA’를 가지려면 무엇이 구축되어 있어야 할까요? 저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우선 탄탄한 산업 기반이 필요합니다. 제조업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견고한 제조업을 갖춘 국가들이 앞서갑니다.

▲제조업에 투자되는 1달러는 다른 분야에서 1.4달러의 GDP를 추가로 창출할 수 있습니다.

▲제조업에서 창출되는 1개의 일자리는 다른 분야에서 최대 2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냅니다.

▲제조업은 전세계 무역의 70%를 차지합니다.

▲한국은 제조업이 국가 GDP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변화와 세계화에 매우 잘 적응해왔습니다. 독일과 비교하면, 독일 제조업은 GDP의 약 22%를 차지합니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는 디지털화(Digitalization)로 인해 수많은 산업들이 급격히 변화해 가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디지털화는 중간단계를 단축시켜 왔기 때문입니다. 디지털화는 가치사슬 내에서 가장 약한 단계를 없앱니다. 같은 일이 제조업에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제4차 산업혁명’의 문턱에 서 있습니다. 제품을 개발하고 설계하는 소프트웨어는 공장 현장의 기계와 공급자의 IT 시스템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현실의 가치사슬과 동일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 존재합니다. 가상 세계와 현실의 융합은 오늘날 제조업에서 불수 있는 비약적인 발전의 결과입니다.

한국과 독일 정부는 제조업 디지털화의 영향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제조업 미래에 대한 야심 찬 비전은 ‘2020년까지 스마트 공장 1만 개 구축’입니다. 지멘스도 이를 지원하고자 합니다.

▲독일 제조업의 디지털화를 위한 정부 지원계획은 ‘인더스트리 4.0’입니다.

▲지멘스는 그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멘스를 진정한 디지털 회사로 만들고 있습니다. 지멘스는 이미 PLM(Product Lifecycle Management, 제품수명주기관리) 소프트웨어의 선두 공급 기업으로, 상위 25개 자동차 OEM 업체 중 24개 기업이 지멘스의 고객입니다. 그리고 지금, 지멘스는 디지털 엔터프라이즈 포트폴리오를 통해 고객들이 디지털 기업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제조업의 디지털화는 단지 기술에 관한 것이 아닌 경제 성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사항입니다.

둘째,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국가는 강력한 교육과 혁신 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재능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국가에는 혁신을 꾀할 수 있는 ‘교육받고 숙련된 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디지털화로 모든 산업이 변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기술은 유치원, 초·중·고교와 대학에서부터 가르쳐야 합니다.

디지털 영역에서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빨라 학습은 평생 계속되어야 합니다. 근로자들은 커리어를 쌓아나가는 내내 최신 기술을 습득하고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입니다.

제조업의 디지털화와 산업 공정 내3D프린팅 통합으로 혁신을 위한 많은 기회들이 창출되고, 제조업은 최고의 역량을 가진 젊은 세대를 영입할 정도로 훌륭해졌습니다.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대 IT 기업들이 제조업이 주목하고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자동차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혁신의 예로, 지멘스와 로컬 모터스(Local Motors)의 협업을 들 수 있습니다. 로컬 모터스는 자동차 생산에 3D 프린팅을 활용하여 자동차 생산을 성공시킨 미국 기업입니다. 지멘스는 이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CAD 소프트웨어를 제공했습니다.

지멘스는 대기업이면서 조직화가 잘 되어 있습니다. 지멘스에는 명확히 규정된 프로세스와 구조가 있습니다. 장점도 있지만, 때때로 업무 속도를 늦추기도 합니다. 반면 스타트업들은 관료주의에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고, 창의적입니다. 그들은 기꺼이 기존 비즈니스 모델들에 도전하고자 합니다.

지멘스는 거대 글로벌 기업의 안전성∙운영능력∙재정적 힘과 스타트업의 창의력∙속도∙ 유연성과 결합하고자 합니다. 이것이 바로 지멘스가 이른바 ‘혁신기업(Innovation AG)’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이행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혁신기업이라는 기치아래 처음으로 시작한 대규모 프로젝트는 에어버스와의 신규 협업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최대 100인승 여객기의 하이브리드 전기추진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2030년까지 이 목표를 달성하고자 노력할 것이며 항공업계에 혁명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됩니다.

적응력을 갖추기 위한 세 번째 전제조건이자 아마도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사고방식입니다. 이는 바로 한 국가의 문화에 관한 것입니다.

실수와 실패가 용납되는 국가들은 혁신에서도 앞서는 경향을 보입니다. 최근 저는 스위스를 방문했습니다. 이 작은 나라는 글로벌 혁신지수에서 5년 연속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바로 스위스 국민들이 기업가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위스 문화는 국민 개개인이 사업을 하도록 독려합니다.

제 개인적인 포부는 사내 곳곳에 이 같은 주인의식 문화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아마도 전세계 약 35만명의 지멘스 직원들은 제가 ‘항상 지멘스를 나의 회사처럼 생각하면서 행동하라’라고 했던 것을 기억할 것입니다.

▲전세계 지멘스 직원들을 대상으로 가장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26만 명 이상의 직원들 가운데 90% 이상이 주어진 역할 이상을 기꺼이 수행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저는 지멘스가 미래에 스스로 재창조할 역량을 갖출 것이라 확신합니다.

우리는 장기적으로 디지털화가 사회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줄 지 아직 확신할 수 없습니다. 아마 우리는 사회적 합의에 대해 재논의하고, 새로운 근무제도를 개발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고정 근무시간은 구시대 산물이 될지도 모릅니다.

규제도 조율해야 할 것입니다. 국경 없는 인터넷을 통제하는 규제 역시 규모 면에서 국경을 초월해야 할 것입니다.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합니다. 우리에게 다가올 변화는 우리가 비즈니스와 사회를 재창조하도록 요구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효율적 생산 역량을 보유해야 할 것입니다.

▲강력한 교육·혁신 생태계를 갖춰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미래 세대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올 수 있도록 주인의식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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