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방사선보건원 원장
김소연 방사선보건원 원장

화사한 봄꽃들을 뒤따라 나무들은 연한 연둣빛 물감을 칠한 듯하더니, 나날이 그 색이 짙어지고 있다. 세상은 생명력으로 가득하고 활기가 도는데 우리는 더 피곤해진다. 이러한 봄날의 피로를 춘곤증이라고 말한다. 계절이 바뀌면서 낮 시간이 길어지고 활동량이 늘고, 신진대사가 활발해져서 비타민 소모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 원인이다. 춘곤증이 생기면 피로감, 집중력 저하, 식욕부진에 소화도 잘 안 된다. 의욕도 없고 짜증이 난다. 의학적으로 춘곤증은 질병이 아니고 계절의 변화에 신체가 미처 적응하지 못해서 오는 현상이다.

봄에 피로를 느끼면 사람들은 춘곤증이라고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피로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내과 교과서에 따르면 피로는 아주 흔한 임상증상이다. 질병이 없는 경우에도 여러 원인으로 피로를 느끼게 된다. 많은 스트레스와 엄청 난 양의 업무 때문에 사람들이 피로를 호소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여성인 경우는 임신 중이나 출산 후에도 피곤하고, 갱년기가 되면 호르몬의 변화로 인하여 여러 신체 증상과 함께 우울증,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수면 장애, 만성음주, 비만도 피로의 원인이 된다. 의학적으로 피로는 정신적 또는 신체적 활동을 스스로 시작하거나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흔히 피로와 혼동하는 증상인 졸리는 것, 근력의 약화, 운동할 때 숨이 찬 것과는 구별해야한다.

질병으로 인하여 생기는 피로는 주로 전신 질환이나 신경학적, 정신학적 질병에서 나타난다. 정신 질환 중에는 우울증, 불안증이 흔하며, 신경질환인 다발성경화증, 파킨슨병, 편두통, 뇌졸중, 뇌손상 후에 자주 나타난다. 수면무호흡증은 비만 환자에서 많으며, 잘 때 심하게 코를 골거나, 때때로 숨을 쉬지 않는 증상으로, 낮에 졸리면서 피로감이 심하다.

체내의 물질이나 호르몬의 변화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칼슘이 많거나 혈당이 너무 낮거나 높아도 생길 수 있다. 빈혈이나 갑상선호르몬의 변화도 피로를 일으킨다. 추위를 잘 타고 변비가 생기고 체중이 증가하는 갑상선 기능저하증과, 반대로 더위를 많이 타고 심장이 두근거리며 숨이 차는 갑상선 기능항진증에서도 모두 피로가 심하다. 심장, 폐, 간, 신장 등에 발생하는 만성질환과 류마치스 질환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그 외에도 각종 감염질환에서도 피로감이 생기며, 흔한 감염 질환으로는 만성간염, 결핵 등이 있다. 이러한 질병은 대부분 다른 특징적인 증상을 동반하여 비교적 알기 쉽다. 그러나 이유를 알 수 없는 체중감소와 피로감이 동반되면 암이 원인인 경우도 있어 잘 살펴보아야한다.

이러한 신체적 질병 이외에도 복용하는 약 때문에 피로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주로 정신과에서 사용하는 약으로 항우울제, 항불안제 등이나 마약, 근육강직이나 경련의 치료에 사용하는 약들이다. 고혈압약 중에 베타 차단제도 여기에 속한다.

피로를 느낄 때 우리는 어떻게 하여야할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원인을 찾아보는 것이다. 질병이 없이도 피로가 올 수 있는 음주, 격무, 스트레스가 원인은 아닌 지, 또한 놓치기 쉬운 원인으로 사회와 가정 내 상황, 수면상태 등을 알아보아야한다. 복용하고 있는 약도 확인해 보아야한다.

질병으로 인하여 피로가 생기는 경우는 몸에 열이 나기도 하고, 잠잘 때 땀이 나거나, 체중 감소가 올 수 있다. 그 외에도 우울증, 불안증 등 정신 상태에 대한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급성피로의 원인은 쉽게 찾지만, 만성피로의 원인은 찾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때에는 정신적인 문제를 확인해 보아야한다. 봄철에 생기는 춘곤증은 피로가 2주에서 3주 이내에 회복된다. 만약 피로가 더 오래 지속되면 병원을 방문하여 원인을 찾아서 치료를 하여야 한다. 적어도 6개월 이상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로감이 지속되면 만성피로증후군을 의심한다.

춘곤증이 많은 계절에 혹시 놓칠 수 있는 피로의 다른 원인들을 알아보았다. 다른 원인이 없는 춘곤증의 피로는 아름다운 봄날, 산책으로 저 멀리 날려 보내자.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올라가니 곧 여름이 올 것 같다. 봄날이 가기 전에 살랑이는 봄바람이 연하고 빛나는 나뭇잎을 가볍게 흔들어 주는 나무 아래를 걸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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