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석탄회·폐수 없는 ‘3무(無) 발전소’
세계 최대 초임계압순환유동층 보일러로 연료수급 걱정도 끝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삼척 장호항과 임원항을 지나 한적한 길을 따라 5km 정도 차를 달리자 한국남부발전 삼척그린파워 건설 현장에 도착했다. 건설현장이라는 표지만 있을 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다가 산등성이를 넘어가자 그야말로 천혜의 요새에 위치한듯한 거대한 위용의 삼척그린파워 건설현장이 나타났다. 삼척그린파워는 세계 최대 초임계압순환유동층 보일러(CFBC)를 채택한 200만kW급 유연탄 발전소로, 독특하게 계단식 분지 지형에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보통 발전소라고 하면 길게 솟아 있는 굴뚝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데, 삼척그린파워는 굴뚝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한참 떨어진 곳에 독창적 디자인의 조형물이 하나 보였다. 기존 발전소 안에 있는 제어실과 굴뚝, 그리고 사무실을 하나의 건물 안에 모두 넣은 종합사옥으로, 2개의 연돌 사이에 사무공간을 배치한 형태여서 언뜻 봐서는 굴뚝인지 전혀 알지 못할 정도로 설계돼 있었다.

◆친환경 발전소 구현에 최역점

유연탄 발전소는 바닷가 근처에 평평한 땅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에 더 이상 적절한 발전소 입지가 부족하다보니 삼척그린파워는 산을 일부 깎아 발전소 부지를 마련했다. 다만 산림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바다를 메워 땅을 넓히는 방식을 택했다. 전체 부지(약 260만㎡)의 40%가 작진항과 호산항 사이의 바다를 메운 땅으로 돼 있다. 또 친환경 발전소를 모토로 설계 당시부터 옥외저탄장·회처리장·폐수방출이 없는 3무(無) 발전소 개념을 도입했다.

공해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굴뚝의 배기열은 건물 냉난방에 활용하고, 발생하는 석탄회는 회처리장에 쌓아두지 않고 전량 경량골재나 시멘트 원료로 바로 재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또 석탄을 산더미처럼 쌓아두던 저탄장을 건물 안으로 들여놓음으로써 석탄이 바람에 날리는 것을 최소화했고,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바다에 버리지 않고 모두 정화해 다시 쓴다. 그리고 보일러 내 탈황·탈질설비, 전기집진기 등 최신 대기오염방지설비를 설치해 대기배출물질 배출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국내 최초의 저열량탄 발전단지 구현

삼척그린파워 1·2호기는 국내 최초의 저열량탄 발전단지로, 세계 최대 초임계압순환유동층 보일러(CFBC)를 채택한 200만kW(100만kW급 2기)급 유연탄 발전소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CFBC 형태의 발전소는 많지만 이처럼 대용량은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CFBC의 장점은 열량이 낮은 유연탄과 여러 가지 연료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인데, 고열량탄은 갈수록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비싸기 때문이다.

삼척그린파워는 보일러와 터빈 2대 1 방식으로 설계돼 1개호기에 보일러 2기, 터빈 1기가 설치되며, 현재 1호기는 증기세정, 2호기는 단위기기 시운전이 한창 진행 중이다. 앞으로 증기세정 이후에는 터빈통기(보일러 생산 증기로 터빈 롤링), 발전기 계통병입(전력 최초 생산), 부하시험, 신뢰도 운전 등의 과정을 거쳐 상업운전을 시작하게 된다. 1호기는 올 연말, 2호기는 2017년 6월 각각 준공 예정이다.

(인터뷰1) 안관식 남부발전 삼척그린파워건설본부장

“세계 최고 발전소 건설 자부심으로

주민 사랑받는 친환경 공간 조성”

“삼척그린파워는 삼척시와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유치 청원으로 지난 2008년 제4차 전력수급계획에 반영돼 2011년 1월 부지정지공사를 시작으로, 2016년 4월 현재 기준 건설 공정률은 98%에 달합니다. 1호기는 지난 2월 26일 최초점화에 성공해 본격적인 시운전에 착수했으며, 2호기는 8월 31일 최초 점화를 목표로 시공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안관식 남부발전 삼척그린파워건설본부장은 “삼척그린파워는 100여 가지의 아이디어가 접목된 발전소로 세계 최대 초임계압 유동층발전소를 채택했다”며 “특히 보일러 2대와 터빈 1대의 조합운전은 세계 최초여서 시행착오도 많지만, 건설을 차질 없이 진행해 안정적인 전기 공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 본부장은 “내년 6월 발전소 건설이 완료되면 삼척그린파워는 삼척지역은 물론 우리나라 발전소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며 “최근 국내외적으로 석탄화력에 대한 입지가 갈수록 좁아져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앞으로 남부발전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안 본부장은 “최근 건설현장은 환경, 노동 등 과거와는 다른 패러다임과 엄격한 기준이 제시되면서,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특히 석탄화력은 환경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다보니, 지자체와 지역주민들과 많이 소통하고 협력하는데 업무비중을 높게 두고 있다”고 밝혔다.

“삼척그린파워건설은 국내 중·대형 건설 60개 업체, 해외 업체 등이 참여하는 공사로 하루 근무인원만 3000여명이 넘을 정도의 초대형현장입니다. 또 건설현장의 노조결성이 보편화돼 임금, 근로조건 합의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죠. 남부발전은 계약발주 원청자로서 법적책임은 없지만, 하도급사간 요구사항을 조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는 “개인적으로 세계 최고의 모델발전소 건설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며 “끝까지 한 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지역과 함께 호흡하고 동반성장하는 환경친화형 발전소가 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뷰2) 최병권 대우건설 삼척그린파워 1·2호기 현장소장

“설계·시공 동시 진행 ‘패스트트랙 공법’

대우건설만의 노하우로 무사히 마쳐”

“2012년 5월 삼척그린파워 건설현장에 왔으니 만 4년이 지났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화력발전소 건설현장은 처음입니다. 그동안 월성 3·4호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등 원자력발전소 건설현장과 원자력 영업 분야에서 주로 일을 해 왔거든요. 하지만 원자력이든 화력이든 크게 다른 점은 없어 안전관리를 최우선에 두고 공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최병권 대우건설 현장소장에 따르면 삼척그린파워는 워낙 대형공사여서 분야별로 분리발주 됐다. 주계약사만 13개고, 하도급사도 130개사에 달한다. 대우건설은 이중 주요건설 공사와 방파제 축조 등을 수행하고 있다.

“저희가 수행하는 공사는 보일러와 터빈 등 주요설비를 제외한 나머지의 대부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흔히 보조설비(BOP, Balance of Plant)라고 말하죠. 사람으로 따지면 동맥과도 같아 전체를 연결하고 조율하는 작업이죠. 마지막까지 현장에 남아 공사를 마무리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앞으로 1년 반 정도 현장에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장의 애로사항에 대해서 최 소장은 “EPC(일괄발주)가 아닌 분리발주 방식으로 인해 공정을 맞추기도 쉽지 않은데다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진행하는 ‘패스트트랙(Fast Track) 공법’을 사용해 어려움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발주자인 남부발전과 건설사들 간의 호흡도 잘 맞고 특히 대우건설은 현장 경험이 많아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화력과 조력, 수력, 열병합 등 발전 플랜트 분야에서 국내외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턴키방식으로 수행한 울산화력발전소 건설을 비롯해 파주열병합 발전소, 당진제철화력발전소, 삼척그린파워발전소 건설 등을 수행했으며, 해외에서도 나이지리아, 리비아에서 복합화력 발전소 건설을 비롯해 모로코 석탄화력 발전소, UAE, 오만, 알제리, 아랍에미레이트 등에서 복합화력 발전소건설을 수행 중에 있죠. 또 최근에는 조력, 바이오 가스, 풍력, 태양광 등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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