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송 부문 온실가스 2020년까지 3420만t 줄여야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바뀌면서 기술, 산업구조도 달라져
자동차 업계 vs ICT업계 대결 치열한 양상

오는 5월 발전·수송·건물 등 각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세부 실행계획이 담긴 로드맵이 발표되는 가운데, 수송 부문의 주요 감축수단은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가 될 전망이다. 수송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3년 8600만t에서 2020년이면 9540만t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2030년까지는 매년 1.13%씩 증가해 약 1억410만t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산업부문의 연평균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인 0.72%보다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6월 정부가 발표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30년 배출 전망치 대비 37%를 감축해야한다. 25.7%는 국내에서, 11.3%는 국제시장을 활용해 감축한다. 현재 목표 달성을 위한 세부 실행계획이 수립되고 있는 가운데, 2020년을 기준으로 수송 부문은 배출 전망치의 약 34%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2020년 수송 부문에서 배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온실가스 9960만t 중 3420만t을 각종 수단을 활용해 감축해야한다. 정부는 이 중 58%를 자동차 연비 개선, 그린카 등을 활용해 감축할 계획이다.

친환경차 파는 만큼, 기업 평균 연비 ↑

환경부에 따르면 차종별 온실가스 배출량은 1km당 전기차가 94g으로 가장 적고, 하이브리드차가 141g로 그 뒤를 잇는다. 경유차와 휘발유차는 각각 189g, 192g으로 전기차의 2배 이상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친환경차 보급과 함께 자동차 평균 온실가스·연비 기준을 마련해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 평균 온실가스·연비 제도’는 개별 제작사에서 매년 판매하는 전체 차량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연비 실적의 평균치를 정부가 제시한 기준에 맞춰 관리하도록 한 제도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주요 자동차 생산국가에서도 시행하고 있다.

자동차 제작사는 산업부가 마련한 연비 기준이나 환경부가 제시하는 온실가스 배출기준 중 하나를 선택해 지키면 되는데,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판매대수 만큼 과징금이 부과된다.

지난해까지 온실가스 배출 기준은 1km당 140g, 연비기준은 1ℓ당 17km였지만, 올해부터 2020년까지는 이 기준이 1km당 97g, 1ℓ당 24.3km로 강화된다. 미국(1km당 113g)이나 유럽(1km당 93g), 일본(1km당 100g)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특히 정부는 친환경차 보급을 촉진하기위해 평균 온실가스·연비 산출 시 전기차에 한해서만 차량 1대 판매를 3대로 인정해주고 있다. 개별 차량의 배출 규제가 아니라 전체 차량의 평균 배출량을 규제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3대를 인정해주면 그만큼 평균 배출량이 내려간다. 과징금을 물게 될 가능성이 줄어드는 셈이다. 특히 환경부는 전기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적용하고 있어,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친환경 차량을 많이 판매할수록 평균연비 규제에서 자유로워진다.

차량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는 10인승 이하, 3.5t 미만의 승용·승합차에 한해 시작됐지만 올해부터는 15인승 이하의 승합차와 3.5t 미만의 화물차도 관리 대상에 추가됐다. 소형차도 마찬가지다.

에너지공단 관계자는 “평균 온실가스·연비제도에서 전기차 1대 판매를 3대로 인정해준 것은 일종의 우대책”이라며 “지금까지는 전기차의 판매량이 적어 제작사 입장에서 평균연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보급이 늘어나면 향후 더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실가스 배출 규제 전기차로 넘나

전 세계 ICT 산업 규모는 연간 약 4조달러에 달한다. 흔히 알려진 애플, 구글, 삼성전자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은 스마트폰이라는 거대산업이 주춤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 나섰다. 바로 자동차 산업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자동차 미래에 대한 소고’ 보고서를 통해 “ICT의 미래기술로 로봇,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이 꼽히는데 자동차는 이 세가지를 모두 담고 있는 산업”이라며 “생태계 변화로 인한 부가적인 비즈니스 기회가 발생할 게 분명한데 ICT 거대기업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ICT 업계의 자동차 산업 진출은 전기차, 수소차 산업의 성장을 앞당길 가능성이 높다. ICT 업계는 주로 전기차를 활용해 무인주행 자동차 시장에 진출하는데, 전기차의 경우 구동계가 기존의 내연기관이 아니라 배터리, 모터 등 전장부품 위주로 구성되기 때문에 ICT 업체가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자동차 업계도 전기차, 수소차 등 새로운 자동차 기술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는 친환경차 연구개발비를 증액한다고 밝혔고, 친환경차 란인업도 확대할 방침이다. 친환경차 시장의 성장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끝없는 이슈, 전기차 vs 수소차

삼정KPMG는 최근 발표한 ‘미래자동차 시장의 역학에 따른 전략방향’ 보고서를 통해 전기차와 수소차는 역학 관계에 있다고 설명한다. 역학 관계란 상호 의존적 관계이면서 동시에 서로를 제약하는 현상을 말하는 물리학적 용어다.

전기차와 수소차가 공통적으로 필요한 건 전후방 사업간의 연계다. 임두빈 삼정KPMG 책임연구원은 “전기차는 광물-소재-배터리-완성차-발전업계를 연계해야 하고, 수소차는 원유·천연가스생산-석유화학·정제-수소생산-완성차-도시가스업계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기차와 수소차 모두 연료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소재 기업과의 협력과 원가절감이 중요하고, 수소차 역시 수소연료전지의 촉매로 백금이 사용되기 때문에 백금 대체 물질을 개발하는 게 무엇보다 우선이기 때문이다.

삼정KPMG는 이런 부분에서 전기차가 비교우위를 갖는다고 전망했다. 수소차의 경우 연료전지개발비용이 많이 발생하고, 백금 대체물질이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충전 인프라도 전기차가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수소충전스테이션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다만 2020년부터는 미국과 독일의 자동차 브랜드가 수소차 시장에 대거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기존의 현대차와 도요타가 수소차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이르면 2020년부터 수소차 시장에 대부분의 자동차 업체가 참여할 것으로 분석했다.

자율주행 가시화, 현대기아차도 대응나서

전기차의 상용화가 진행되면서 자율주행자동차도 가시화되고 있다. 자율주행시스템을 운용하려면 전장부품 기반의 차량이 필요한데 전기차가 적합하기 때문이다. 친환경차 시장의 확대가 자율주행차에도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자동화 수준에 따라 0-4 레벨까지 정의된다. 시간의 경과, 안전규제의 강화, 기술의 발달, 고가부품의 가격하락, 소비자 인식의 전환과 함께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주로 크루즈컨트롤과 운전보조장치(ADAS)가 사용되는 1단계 수준이고, 테슬라가 3단계, 구글 핸들과 페달을 완전히 제거한 4단계의 무인주행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있다.

고태봉 연구원은 “인지센서의 경우 한국은 이미 스마트폰에 삽입되는 각종 센서류들과 카메라모듈에서 우위를 가지고 있어 빠르게 선진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드웨어 측면에서 제조경쟁력과 신기술접목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지난 5일 커넥티드카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현대·기아차는 커넥티드카 개발 콘셉트를 ‘초연결 지능형 자동차’로 정하고 ‘달리는 고성능 컴퓨터’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차량을 융합시키는 차원을 넘어 자동차 자체를 컴퓨터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만 자율주행차의 경우 기술적 문제와 함께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단계에 맞춰 법과 제도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하는 것. 해킹이나 기술결함에 따른 대형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선 다른 관점에서 안전규제나 보안심의를 강화시킬 필요도 있다고 고 연구원은 경고했다. 또 “자율주행이라는 신기술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와 부정적 인식을 해소시키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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