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과 취업자 전원 전공분야 진출, 최적화된 기술인재 양성

◆81년 전통의 명문 사립고…중소기업 맞춤형 인재양성

영등포공업고등학교는 이름과 달리 실제로는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위치하고 있다. 1935년 진흥학교로 설립돼 8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공업계열 ‘사립 명문고’다. 한 때 경영난을 겪은 후 지난 1994년 교사 신축을 이유로 현재의 가양동으로 이전했다.

영등포공고는 특히 축구로도 유명하다. 허정무 전 국가대표 감독을 비롯해 대표 선수들을 대거 배출했다. 또 4년 전 인기리에 방영된 TV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배경 장소로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다.

영등포공고는 2012년 IT융합산업기반기술 분야 특성화고로 지정돼 현재는 IT융합 전기과, IT융합 건축과, IT융합 금형디자인과, IT융합 기계과를 운영하고 있다. 2013년 서울특별시교육청 지정 자율학교, 진로직업교육 우수학교로 선정됐다. 중소기업과 협력해 맞춤형 인재양성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해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고, 고졸성공시대를 이끌었다는 평가와 함께 서울시 교육감 표창도 받았다.

일찌감치 도제식 교육 시스템을 장착한 이 학교는 기업이 요구하는 ‘전문기술 인력’을 배출하는 특성화고로 자리를 잡았다. 2014년에는 중소기업청 특성화고 인력양성사업 학교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취업 맞춤반’이다. 취업 맞춤반은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기업이 원하는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훈련시켜 졸업 즉시 중소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으로, 각 회사에 맞는 실무맞춤형 인재를 양성한다.

이러한 배경에는 최수영 교장<사진>이 있다. 유학파 출신인 최 교장은 글로벌 교육관을 바탕으로 영등포공고의 변화를 이끌었다.

‘교육’을 ‘소명의식’으로 여기는 그는 “학생들이 주어진 일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교사의 의무”라며 “중소기업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학생들의 글로벌 역량 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무 중심의 영어교육, 다양한 해외문화를 체험하는 교육프로그램도 그 중 하나다.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수준별 영어수업과 영어를 즐길 수 있는 영어교실을 만들어 언어를 즐겁고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서울시 공업계열 특성화고 취업률 3년 연속 1위

최근 영등포공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취업률이다. 교육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67.8%, 2014년 67.8%, 2015년 70.4%로 서울시 내 공업계 특성화고 취업률 연속 1위를 달성했다. 특히 전기과 학생들의 취업률이 93%(2015년 12월 기준)로 가장 높다. 취업자 전원이 전기공사 및 전기설비 등 전공과 연계된 분야로 진출, 현장에 적합한 기술인재 양성에 최적화돼 있다.

비결은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과 든든한 동문 네트워크, 다양한 취업프로그램으로 압축된다.

우선 영등포공고의 교육과정은 IT융합 통합과정(1학년), 전공 심화과정(2학년), 산업수요 맞춤형과정(3학년)으로 이뤄져 있다.

1학년 때는 전공을 체계적으로 학습하는 시스템으로 진로의식을 고취시키고, 각종 검사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을 끄집어낼 수 있도록 한다. 3학년 2학기에는 취업희망자 전원을 기업에 현장실습을 보내 ‘실무감각’을 익히게 한다. 여기에 30여개의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들이 관련 분야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방과후 프로그램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1인 5자격증’ 취득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다.

임정모 기술인재양성부장은 “전기과의 경우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캐드, 액셀, 파워포인트 등 기업에서 실제로 많이 사용하는 실무 중심의 교육이 많다”며 “기업에서 요구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반영해 현장과 이론의 간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든든한 동문 네트워크도 취업률 상승을 이끌고 있다. 지금까지 배출한 졸업생만 해도 약 3만영에 이른다. 다양한 분야에 진출한 선배들은 매년 모교를 찾아 후배들을 위한 귀중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기자가 영등포공고를 방문했을 때도 마침 ‘선배와의 만남 및 진로멘토링의 날’ 행사가 열린 날이었다. 선배와의 대화를 통해 학생들은 직업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해보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또 학과 동문회별로 ‘1기업 1후배 취업시키기 운동’을 벌여 선배들이 꾸준하게 취업처를 발굴하고 있다는 점도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취업률 향상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끌어주고 밀어주는 동문 네트워크 시스템은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취업을 준비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뿐만 아니라 적극적이고 실제적인 취업마인드 구축을 위해 ‘올바른 직장 예절’ 발표행사와 영덕 제 2캠퍼스에서 열리는 ‘취업캠프’도 진행된다. ‘올바른 직장 예절’ 발표행사는 취업전선에 나가기 전, 사회인으로서 갖춰야 할 예절을 학생들이 직접 발표하는 행사로 이를 실시한 후 취업 후 학교로 복귀하는 학생들이 현저하게 줄었다. 영덕 풍력발전소, 울산 현대중공업, 포항제철소 등의 견학을 통해 정보를 탐색하고 현장체험을 하는 취업캠프도 매회 학생들이 엄청난 경쟁률을 통해 선발될 정도로 참여율이 높다.

김홍수 부현전기 대표(왼쪽)와 구재영 군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홍수 부현전기 대표(왼쪽)와 구재영 군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취업 연계 모범사례, 부현전기에서 찾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부현전기(대표 김홍수)는 1999년 설립돼 연평균 5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전기공사업체다. 전국 1만4000여개 전기공사업체 중에서 매출액과 도급순위에서 상위 1%에 속하는 ‘알짜배기’ 회사로 통한다.

부현전기에는 현재 17명의 영등포공고 출신들이 근무하고 있다. 한 학교 졸업생을 이처럼 많이 보유한 전기공사업체는 전국적으로도 드물다. 학생과 기업이 모두 만족하는 ‘윈윈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구재영(20) 군은 영등포공고 3학년 재학시절, 현장실습을 통해 부현전기에 입사했다. 아직 1년이 채 안 된 ‘따끈한 신입’이다.

구재영 군은 “3학년 때부터 전기공사 분야에 관심을 갖고, 실습 위주로 교육을 받았다”며 “미래를 생각해 전기공사업을 선택했고, 교내에서의 평판과 성장가능성 등을 보고 부현전기에 입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돈보다 꿈을 선택한 측면이 크다. 전기공사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워 향후 내 이름을 딴 회사를 창업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구 군은 현재 지하철 5호선 발산역 인근 신축건물 공사현장에 투입돼 있다. 매일 새벽 4시반에 일어나 첫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한다. 구 군의 부지런함에 대해서는 김홍수 부현전기 대표도 “나보다 일찍 일어나서 출근하는 직원”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구 군은 “동년배들과 달리 일찍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힘들고, 때론 놀고 싶은 유혹도 있지만 현장에 오면 배울 게 너무 많아 한 눈 팔 시간도 없다”며 “우리가 생활하는 건물공간이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지 미처 몰랐다. 내 손을 거쳐 건물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는 게 행복하고,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회사 측에서도 구 군과 같은 젊고 열정적인 인재를 키우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업무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1:1 멘토링 시스템을 운영하고, 일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전문성을 키울 수 있게 단계별 직무순환 체계를 갖췄다.

김홍수 대표는 “영등포공고와는 2012년 자매결연을 맺은 후 매년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영등포공고 학생들은 누구보다 열정적이며, 배우는 속도도 빨라 회사의 큰 자산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전기공사 업계에 오토 캐드(CAD) 능력을 갖춘 젊은 인재가 부족한 실정”이라며 “특성화고등학교에서 현장의 수요를 파악해 맞춤식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수영 교장
최수영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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